[올해의 표지] 오늘도 지하철을 멈춘 ‘오늘도 박경석은’
이태원 참사, 비건 비긴, 우영우와 친구들 등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주목 한겨레21>
2022년 <한겨레21> ‘올해의 표지’ 투표 1위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투쟁을 다룬 ‘오늘도 박경석은’(제1408호 2022년 4월18일 발간)이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지하철역사 내 계단 앞에 있는 모습을 김진수 선임기자가 찍었고, <21>의 디자인을 책임지는 장광석 디자인주 실장의 손글씨를 위에 얹었다. “그의 눈이 우리를 보고 묻는다”는 이정우 출판사진부장의 추천처럼 표지를 계속 들여다보게 하는 ‘잡지’의 매력이 담겼다. 제1408호는 21년 동안 이어진 이동권 투쟁을 박경석 대표 인터뷰로 정리했고, 장애인과 함께 교통수단을 직접 타본 기자의 르포, 혐오를 선동하는 정치 분석 등 34쪽에 이르는 기획기사로 꽉 채웠다.
이 표지를 ‘올해의 표지’로 투표한 정기구독자 sha*****(전자우편 주소)씨는 “장애인도 시위도 모두 뉴스에 나오는 딴 세상 얘기 같았는데, 제1408호 표지의 임팩트는 이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구나 깨닫게 해줬다. 장애인이 길거리에서 많이 보이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게 되는 표지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번 ‘올해의 표지’ 투표는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매주 발간된 <21> 표지 48개 가운데 황예랑 편집장과 구둘래 기획편집팀장, 이정우 출판사진부장, 장광석 디자인주 실장이 추천한 12개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전에는 독자편집위원회 등 소수의 독자 투표로 진행했지만, 2022년 투표는 <한겨레21> 새 누리집에 들어온 모두가 참여할 수 있었다. 12월9일부터 21일까지 모두 246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115명의 몰표가 ‘오늘도 박경석은’에 쏟아졌다.
독자들의 직접투표로 선정
2위는 2022년 10월29일 밤 서울 한복판 이태원 골목에서 벌어진 대형 참사를 전한 제1437호 표지였다. 제목도 글씨도 없이 골목에 놓인 하얀 국화 다발 사진만으로 표지를 만들었다. 제1437호를 꼽은 khm5**씨는 “제목도 안 달린 이 표지를 손에 쥐고 저는 출퇴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환승하러 이동할 때는 세로로 한 번 접어서 손에 들고 다녔는데, 이 표지는 못 접었다. 그날 고통에 생을 마감한 분들이 아프실 것 같아서. 서울의 한복판에서 뜨거운 숨이 차갑게 식어버리는 그날의 일이 계속해서 기억되길 바라며 올해의 표지로 꼽았다”고 했다. tsy12*씨는 “기후묵시록(제1431호)이 우리 모두에 대한 긴급하고도 묵직한 경고이기에 선택을 하는 데 끝까지 망설이게 했지만, ‘이태원 참사’라는 우리 자신에 대한 ‘죽음’ 그것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나라에 살고 있다는 참담함을 확인시키는 절망의 확인이라는 점에서 선택했다”고 투표 이유를 설명했다.
<21> 기자들이 뽑은 올해의 표지도 제1437호와 두 달 넘게 제작하느라 고생을 많이 한 제1424호 ‘비건 비긴’이었다. <21>은 그날 이태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현장 동영상과 사진을 모아 인터랙티브 뉴스를 만들었고, 이 참사의 책임을 질 사람은 누구인지 취재를 이어가고 있다.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한 ‘미안해 기억할게’ 인터뷰 연재는 2023년까지 이어진다. 황예랑 편집장은 2022년 올해의 표지로 제1437호를 고르면서 “이태원 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했다.
3위는 채식부터 동물권까지, 레스토랑부터 생크추어리까지, 비건 관련 모든 것을 담은 ‘비건 비긴’ 제1424호였다. 채소와 지구, 그리고 손을 맞잡은 사람을 그린 일러스트로 만든 표지(장광석 실장 그림)는 기사로 전하고 싶은 바를 잘 담았다. 독자 leehe****씨는 “비건이 아님에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주제라 그런지 더 애정이 가서 소장하고 있는 호”라며 올해의 표지로 꼽았다. 또 독자 liebe**씨는 “인류가 지구에 행한 행위로 돌아오고 있는 결과가 내 생각과 행동에 큰 변곡점을 주었다”며 “비건의 울림이 지속되길 바란다”고 했다.
“내 생각과 행동에 큰 변곡점”
다음은 <21> 역사상 처음으로 두 종류의 표지를 인쇄한 제1427호 ‘우영우와 친구들’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한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류우종 기자가 제주 현지에서 사흘 동안 기다려 찍은 사진과 ‘우영우 나무’를 배경으로 돌고래를 그린 일러스트(장광석 실장 그림) 가운데 단 하나의 표지를 선택할 수 없어 두 종류 모두 표지로 만들었다. 독자 shane***씨는 “장애인, 성소수자,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아울러 고래를 통해 동물권 확대와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표지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 밖에 2022년 9월24일 기후정의행진을 앞두고 만든 ‘기후묵시록’(제1431호)과 쌀값 폭락을 다룬 ‘갈아엎은 논에도 봄은 오는가’(제1433호), 문재인 대통령의 공과를 짚은 ‘첫마음 뒤 5년’(제1412호)이 많은 표를 받았다. 제1433호를 뽑은 독자들의 투표 이유는 인상적이었다. “할아버지부터 부모님 두 분 모두 평생 농사를 지으셨고 지으십니다. 그래서 농사일이 어떤 건지, 내 손으로 갈아엎어야 하는 농부들의 마음이 어떤지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그 고통을 함께 느낄 때가 참 많습니다. 쉬이 넘겨 보지 못하고 한동안 가슴에 안고 눈에 넣어 본 표지라서 꼽아보았습니다.”(cci20**) “넓은 논에서 외롭게 트랙터를 모는 농부를 공중에서 찍은 장면이 농부의 쓸쓸함과 안타까움을 간접적으로 드러내주는 것 같다. 황금빛 논의 풍경과 색감은 매우 아름답지만 ‘갈아엎은 논’이라는 아이러니를 제목을 통해 알게 되면 비통함마저 느껴진다.”(stitc***)
독자 여러분, 2022년 한 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페미사이드 500건의 기록’(제1393호) 표지를 꼽은 iqudf**씨의 글로 송년 인사를 함께 나눈다. “기후나 비건, 현 대통령, 10·29 참사 등 뭐 하나 빼놓기는 쉽지 않은 내용들이 (후보에) 올라왔네요. 그래도 하나만 골라야 하니 제1393호를 꼽습니다. 페미사이드가 최근 몇 년 사이 이슈가 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유구하게 이어져온 일인데 조명해주셔서 꼭 필요한 일을 하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올 한 해 무척 고생 많으셨습니다.” 독자 여러분, 2022년 한 해 무척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겨레21 올해의 표지 당첨자 명단
△1등(1명·도서상품권 5만원권)
shar****@naver.com
△2등(4명·도서상품권 3만원권)
cth.newle****@gmail.com
lie****@ice.go.kr
kh****@naver.com
cci****@naver.com
△3등(20명·도서상품권 1만원권)
cth****@hanmail.net
ch****@naver.com
jh7****@naver.com
shan****@naver.com
claud****@naver.com
leehyung****@naver.com
euroang****@gmail.com
leehe****@naver.com
chilchil****@hanmail.net
ts****@naver.com
le****@hanmail.net
is****@naver.com
isky****@hanmail.net
titica****@naver.com
oc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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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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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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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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