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된 김경수로 우격다짐 통합? "억지 선물에 난감"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연말 특사로 풀려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은 셈"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내년 5월까지가 만기인 잔형만 면제받고 복권은 이뤄지지 않은 점,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정부 고위직들의 사면에 자신이 명분이 된 상황 등을 놓고 '가석방 불원서'까지 제출했지만 결국 사면이 이뤄진 상황 등에 대한 복잡한 심경인 셈이다.
김 전 지사는 28일 자정 창원교도소를 나서며 기자들 앞에 서서 "따뜻한 봄에 나오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추운 겨울에 나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원치 않았던 선물이라 고맙다고 할 수도 없고, 돌려보내고 싶어도 돌려보낼 방법이 없다"며 "보낸 쪽이나 받은 쪽, 지켜보는 쪽 모두가 난감하고 딱한 상황"이라고 했다.
김 전 지사는 "(사면이)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는데, 통합은 이런 일방통행 우격다짐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이 훨씬 더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정치의 중요한 역할이 갈등을 조정·완화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인데, 제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제 사건의 진실 여부를 떠나 몇 년간 저로 인해 갈등과 대립의 골이 더 깊어진 것 아닌지 돌아봤다"며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반성적 태도를 보였다.
김 전 지사는 특히 "교도소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동안 많이 생각하고 많은 것을 돌아봤다"며 "제가 가졌던 성찰의 시간이 우리 사회가 대화와 타협, 사회적 합의를 통해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거름이 되도록, 더 낮은 자세로 성찰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해 향후의 정치적 장도를 시사했다.
김 전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親문재인) 그룹의 차기 지도자로 꼽혀왔다. 이번 사면에서 복권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차기·차차기 총선이나 다음 대선 등 공직선거에 직접 후보로 출마할 수는 없지만, 장외에서 친문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김 전 지사의 출소 현장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민홍철 의원(경남 김해갑) 등 동료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이 모여 그를 반겼다.
김 전 지사는 출소 후 첫 일정으로 이날 오전 10시 봉하마을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김 전 지사는 방명록에 "대통령님께서 왜 그렇게 시민민주주의와 국민통합을 강조하셨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남아 있는 저희가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대통령님"이라고 썼다.
김 전 지사는 향후 계획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오늘 나왔는데, 우선은 가족들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해서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지 묻자 "새해도 되고 했으니까 조만간 인사드리러 한 번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그는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께서 재임 기간에 가장 최고의 과제로 꼽으셨던 게 국민통합"이라며 "대연정 제안까지 하면서, 지지자들에게 비난받으면서까지 추진하셨는데 결국은 실패했다. 왜 노 전 대통령께서 그렇게 국민통합을 위해 애를 쓰셨는지 지금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지사와 같은날 사면·복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면이 효력을 발하는 이날 자정에는 아무런 공식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건강 악화로 현재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로 사면 후에도 한동안 입원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MBC와 채널A 등 방송 보도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측은 "기력이 좋지 않아 바로 퇴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집에서 손자들과 새해를 맞고 싶어 의료진과 퇴원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에 대한 입장 표명은 입원 중이 아니라 퇴원 후 귀가하는 시점에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의 사면·복권에 대해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저녁 전남 무안군 남악주민센터에서 열린 '경청투어 국민보고회'에서 "MB는 왜 갑자기 나오는 거냐. 균형이 안 맞지 않느냐"며 "권한 행사는 타당성이 있고 균형이 맞아야 한다"고 윤석열 대통령의 사면 조치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사면권이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점에 빗대어 "권력을 고스톱판에서 딴 '내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 것 내 마음대로 하는데 뭐라고 하겠나?'(라고 하겠지만) 여러분, 이것은 '내가 딴 내 것'이 아니다. '잠시 맡아 놓은 남의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권력 행사는 정의롭고 공정해야 하는데, 지금 공정한가? 이런 방식의 권력 행사가 온당한 것인가"라고 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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