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2701호 사태 해결책, 류현진 케이스가 답이다[김세훈의 스포츠IN]
선수가 원하면 무조건 개인 트레이너를 인정해야 할까. 아니면 최소한 구단 또는 팀 차원에서는 배척하는 게 맞을까.
카타르월드컵에서 손흥민 등 국가대표 절반 이상이 대표팀 공식 의무팀을 ‘패싱’하고 개인 트레이너로부터 치료를 받았다. 개인 트레이너 안덕수씨는 귀국길에 대표팀 의무팀을 “3류”라며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안씨는 당초 언론사 취재에 적극 응하겠다했지만 이유없이 곧바로 발을 뺐다. 안씨는 경험이 풍부했고 과거에는 자격증도 있었다. 그런데 월드컵 당시에는 자격증이 없었다.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선수단을 관리하는 것은 국내법 위반 소지가 있다.
2701호를 둘러싼 소문은 많다. 선수들이 의무팀 트레이너 업무 배제, 심지어 귀국을 요청했고 숙소 내에서 격리된 트레이너가 인권, 자존심 등에 큰 상처를 받았다는 주장도 있다. 일일이 입에 담기도 짜증나는 의혹도 적잖다. 그런데 증거는 없고 증언만 있다. 안씨는 숨었고 카타르에 다녀온 협회 고위층도함구했다. 어쨌든 공식 의무팀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셈이라서 협회가 선제적으로 나서기도 난처하다. 명백한 증거 없이 2701호 사태를 건드리면 협회와 선수 간 감정 싸움으로 비칠 수도 있다.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업무 분장과 교통 정리를 명확하게 하는 게 최선일지 모른다.
개인 트레이너 고용은 국제적 대세다. 과거 개인 종목에 국한된 게 지금은 단체종목으로 확산했다. 몸이 재산인 선수가 맞춤형 트레이너를 고용하는 건 기본이 됐다. 글로벌 스타들도 대부분 그렇게 하고 있다.
‘스포츠 천국’ 미국에는 개인 트레이너들이 엄청 많다. 개인 트레이너가 프로구단 스태프로 고용되기도 한다. 월급 일부 또는 전부를 구단이 부담한다. 구단 스태프가 되지 못해도 구단 시설에서 해당 선수와 훈련하는 건 허용된다. 이 경우에는 물론 라커에 들어가지 못하고 해당 선수 이외 다른 선수는 다루지 못한다.
선수 상태, 치료 방식, 재활 일정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구단 헤드 트레이너에 있다. 개인 트레이너와 구단 트레이너 간 의견이 다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구단은 선수 보유권을 갖고 선수에게 월급도 준다. 선수는 구단 자산이다. 개인 트레이너가 구단 트레이너보다 강한 힘을 가져서는 안 되는 구조다.
만일 개인 트레이너가 팀과 협업하고 싶다면, 팀이 원하는 수준으로 자격을 구비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그게 법률화됐으니 무조건 지켜야 한다. 선수들도 개인 트레이너 판단만 무조건 신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좋은 트레이너 ‘손맛’도 의사가 다양한 의학적 증거와 풍부한 임상 자료를 근거로 내리는 결론에 앞설 수 없다. 동시에 선수들은 경험에만 의존하는 트레이닝, 단기간 고강도 재활은 중장기적으로 몸에 해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류현진 개인 트레이너는 장세홍씨다.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KATA) 자격증을 가진 장씨는 현재 토론토 구단 정식 직원이다. 장 트레이너는 “미국에서는 국가 자격증 또는 공신력이 높은 트레이너협회 자격증이 없으면 구단에서 일을 할 수 없다”며 “감독도 트레이너 영역을 침범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토론토 구단 홈페이지에 장 트레이너는 ‘Baseball Operations-High Performance. Se Hong Jang : Performance Coach’로 돼 있다. 정상급 자격증과 풍부한 경력을 겸비한 트레이너가 구단 의사 결정 시스템 속에 들어가 구단 방침에 맞춰 지원하는 게 개인 트레이너와 팀이 공생하는 길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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