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노선 이착륙 자격 내놓고 中서 합병 승인받은 대한항공…항공업계 메가딜 속도내나
대한항공, 서울~장자제·부산~칭다오 등 9개 중복노선
신규 진입 희망하는 국내외 항공사에 이전하기로
중국 경쟁 당국이 2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승인하면서 국내 대형항공사 '빅2'의 합병은 이제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3개 필수 신고국의 승인만 남겨두게 됐다. 지난해 12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양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한 이후 1년 만에 얻어낸 첫 필수 신고 국가의 승인이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국 경쟁 당국은 대한항공으로부터 시정조치안을 제출받은 뒤 별다른 추가 요구 없이 두 회사의 합병을 승인했다. 앞서 임의신고국인 영국 경쟁시장청(CMA)이 시정 조치안을 제시하며 승인 절차에 브레이크를 거는 듯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국은 임의 신고국가인데도 다른 필수국과 달리 절차에 대한 일정을 자발적으로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국내 대형항공사 빅2의 합병을 승인한 배경에는 중복되는 '슬롯(시간당 공항 이착륙 횟수)'을 넘기기로 한 점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시장총국은 "한국의 항공사 빅2가 결합하면 시장 점유율이 올라간다"는 점을 들어 항공업계의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노선들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중복되는 노선 중 총 9개 노선에 새로 진입을 희망하는 항공사가 있을 경우, 슬롯을 이전하는 등 노선 진입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시정 조치안을 냈다. 앞서 공정위가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5개 중국 노선에 중국이 독점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4개 노선을 더한 9개 노선 슬롯을 반납하기로 한 것이다.
中, 시정조치안 제출받은 뒤 '조용한 승인'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국내 항공업계 메가딜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슬롯 반납과 운수권(다른 나라 공항에서 운항할 수 있는 권리) 재배분을 제시한 바 있다. 슬롯 반납 노선은 공정위가 지적한 서울~장자제·시안·선전, 부산~칭다오·베이징 등 5개 노선과 중국 경쟁당국이 요구한 서울~베이징·상하이·창사·톈진 등 4개 노선이다.
이 슬롯을 모두 중국에만 내주는 것은 아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해당 노선에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새로 들어갈 수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시정조치에 따라 반납하는 슬롯은 국적에 상관없이 신규 진입을 희망하는 항공사에 배분될 예정"이라며 "이번 시정 조치에 따라 신규 진입을 희망하는 한국 항공사들 역시 반납 슬롯을 배분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슬롯 배분은 앞으로 각국 당국이 결정한다.
중국이 필수 신고국가 중에선 처음으로 양사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에 대한 외국의 절차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 메가딜은 현재 필수 신고국가인 미국과 EU, 일본 3곳을, 그리고 임의 신고국가 중에선 영국의 기업결합 승인만 남겨놓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경쟁 당국의 승인이 남은 해외 경쟁 당국의 심사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나머지 경쟁 당국과 적극 협조해 하루 빨리 절차를 끝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대한항공 측 시정 조치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영국 항공사가 인천~런던 노선에 신규 취항하면 시장 경쟁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 법무부(MOJ)는 당초 영국과 같은 시기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점쳐졌지만 아직 추가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필수신고국은 각국 법률에 기업결합 신고를 하지 않은 나라는 비행기를 띄울 수 없도록 정해둔 국가로, 미국이나 EU, 중국, 일본 등은 반드시 신고를 필요로 한다. 반면 영국 등 임의신고국은 항공사가 비행기를 운항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신고하도록 권고하나, 신고하지 않으면 운항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역시 신고를 마쳐야 한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1월 9개 필수 신고국가 경쟁 당국에 기업결합 신고를 한 이후 현재까지 한국과 튀르키예, 대만, 베트남, 태국, 중국 등 필수심사국가 6개 나라에서 승인받거나 심사를 종결했다. 임의 신고국가 중에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호주 당국이 승인했고, 필리핀은 신고 대상이 아니라며 절차를 마무리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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