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금융결산]②규제완화 속 관치 부활
민간금융그룹 회장 인선에 묵직한 '구두개입'
금융권의 2022년은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다. 코로나19 혼란에서 빠져나온 뒤 연착륙을 기대했지만 물가 급등과 경기 침체가 얽힌 복잡한 환경 속에서 금리는 크게 뛰고 환율도 요동쳤다. 금융권에 더 큰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새 정부와의 조율도 만만찮았다. 저무는 올 한 해 금융권 이슈를 돌아봤다. [편집자]
올해 5월 대선을 앞두고 금융권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다. 금융이 규제산업인 만큼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지 규제의 방향이 바뀔 수 있고, 경영진 인선 등도 대선 결과에 따라 가르마가 달리 타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정권이 뒤집히며 금융권을 둘러싼 규제 기조도 바뀌었다. 금산부리부터 규제 완화를 펼치겠다는 게 새 정부였다. 하지만 그림자도 있었다.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둘러싸고 '관치금융'의 그림자는 짙어졌다.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규제일변도에서 규제완화?
정권 교체 이후 금융위원장에는 금융관료 출신인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발탁됐다. 금융감독원장에는 이례적으로 직전까지 '윤석열 라인'으로 검찰에 몸담았던 이복현 변호사가 선임됐다. ▷관련기사 : '검사·최연소' 금감원장에 금융권도 감독원도 '눈치'(6월8일)
금융당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금융규제 완화에 속도를 냈다. 부동산 금융관련 규제 를 푼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와 함께 부처합동으로 부동산 규제 완화책도 내놨다. 이자로 돈을 버는 금융기관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관련기사: 다주택자, 서울 20억 아파트도 6억까지 대출(12월21일)
또 하나는 오랜 기간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핵심 기조였던 '금산분리(산업자본과 금융산업의 분리)'를 완화하겠다는 것이었다. 금융사가 비금융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하면 금융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 있고, 성장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한 기업들은 다시금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게 안팎의 기대다. 다만 특정 기업에 특혜가 될 수 있다는 논란 소지도 있다. ▷관련기사 : '규제혁신' 강조한 김주현 "금산분리 완화도 검토"(6월7일)
새 정부의 금융 행적에서 줄곧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윤 대통령 공약 사업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었다. 정부는 KDB산업은행 회장에 19대 국회의원과 2016년 박근혜 정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강석훈 대통령직 인수위 정책특보를 세운 뒤 '강공 모드'다. 하지만 산은 노동조합이나 서울시 등 안팎의 반발도 만만찮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부산이전'으로 읽히는 산은 조직개편(12월5일)
'관치·낙하산' 논란은 진행중
하반기 들어서면서는 정치권 혹은 금융당국이 금융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금융회사 CEO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관치' 논란이 불거져 있다. 새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 김지완 전 BNK금융지주 회장은 여권 중심으로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이 제기되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관련기사 : BNK금융지주 '격랑 속으로'(11월7일)
이후 BNK금융지주는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종전까지 자회사 대표만 차기 회장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정관을 수정해 외부인사 역시 추천이 가능토록 했다
특히 '관치금융'의 소용돌이 중심에는 올해 3월 임기 종료 이후 연임을 노리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서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직후엔 "금융기관 운영 책임자에게 직접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징계 여부가 CEO 자리를 지키는 데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뉘앙스였다.
하지만 국정감사 무렵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손 회장은 파생결합펀드(DLF) 징계 관련 소송은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지만 라임사태로 추가 중징계를 받았다. 이후 이 원장은 손 회장이 징계를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주문했다. 이 원장은 이후 금융지주사 이사회 의장들과도 회동을 가져 '인선 개입' 논란을 더 키웠다. ▷관련기사: [기자수첩]이복현 금감원장의 '현명한 판단'(11월12일)▷관련기사: 오이밭에서 신발끈 맨 이복현 금감원장(11월15일)
재일동포 주주들이 경영권을 강하게 쥐고 있는 신한금융지주도 이런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3연임이 유력하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연임을 스스로 포기한 것도 그가 라임사태로 인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징계를 받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조용병 회장의 용퇴를 "존경스럽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관련기사 : 예상 깬 신한금융, 차기 회장에 진옥동…이유는?(12월8일)
농협금융지주에도 또 굵직한 관료 출신이 온다. 호실적을 내 연임이 유력했던 손병환 회장 대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새로운 회장 후보로 올라 있다. 이 후보 역시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이다. ▷관련기사 : 외풍 분 농협금융, 신임 회장에 이석준 전 국조실장(12월12일)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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