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차별로 변질되는 전기차 보조금

2022. 12. 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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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조금 지급 이유는 운행 중 탄소 무배출

 배터리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운행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기차 제조사, 그리고 제조국을 가리지 않고 도로에서 운행된다는 전제 하에 지원이 이뤄진다. 이런 배경으로 한국은 국산과 수입차 모두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 물론 보조금 지급은 배터리가 대상이어서 사용 후 자치단체에 반납하도록 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반납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런데 국민 세금으로 마련된 보조금이 수입차에 많이 지급되고 세금이 '이익'의 형태로 전환돼 해외로 나간다는 점은 늘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래서 환경부도 가격, 1회 충전 후 최장 주행거리, 그리고 겨울철 주행거리, ㎾h당 주행거리 등을 따져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해외에서 수입된 전기차들이 보조금을 많이 가져가자 이번에는 직영 서비스 숫자를 보조금 지급 조건에 넣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어디에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운 한국만의 'K-조건'이 등장한 셈이다. 

 주목할 점은 직영서비스 구분이다. 환경부가 생각하는 직영이란 수입사가 직접 운영하는 서비스센터를 의미한다. 그러나 수입차는 기본적으로 판매사가 서비스를 함께 수행한다. 소비자와 최종 접점이 판매라는 점에서 판매와 서비스를 병행하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억지스러운 조건을 들고 나온 것은 누가 봐도 국산 전기차를 밀어주기 위한, 특히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보조금을 싹쓸이하는 중국산 전기버스를 배척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는 게 정상이다. 중국도 한때 보조금을 주지 않았고 미국도 IRA 등을 도입하는 만큼 한국도 그에 상응하는 보조금 차별 방안을 찾은 게 서비스센터 숫자라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살펴볼 점은 서비스센터의 역할이다.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엔진오일 등을 소모하지 않아 정비 필요성이 내연기관만큼 높지 않다. 게다가 요즘은 소프트웨어 오류 등을 원격으로 정비한다. 서비스센터 숫자보다 서비스 질이 높아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서비스센터를 들고 나온 배경은 사고 때 수리 부품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소비자 불편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그렇다면 부품 공급이 제때 이뤄지도록 하는 게 오히려 바람직한 방법이고 이는 서비스센터 숫자보다 부품 물류를 촉진시키는 게 보다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일부 수입 전기차에 주어지는 보조금을 막을 방법은 없다. 그리고 우리가 막으면 상대국 또한 한국차를 대상으로 보조금을 배제할 명분이 생긴다. 연간 380만대를 만들어 200만대를 해외로 내보내는 수출 의존 구조에서 우리 스스로 불리한 장벽을 주도적으로 세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보조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게 걱정이라면 아예 보조금을 주지 않으면 된다. 대신 전기차 보급을 늘리려면 제조사 또는 수입사에게 의무 판매 비중을 할당하면 된다. 이런저런 말도 안되는 조건을 넣어 보조금을 차등하는 것에 비해 가장 공정하고 보조금 형평성 논란도 사라질 수 있어서다. 이때는 제조사 또는 수입사 스스로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데 이게 바로 시장의 완전한 경쟁이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오히려 낫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는 내년 배터리 전기차 보조금 총액으로 2조원이 넘는 돈을 배정했다. 또한 지금까지 사용한 보조금만 해도 무려 10조원에 육박한다. 전기차 산업 활성화, 그리고 탄소 배출 감축 등의 여러 명분에 따른 결정이다. 이 과정에서 수입 전기차의 보조금 논란은 단 한번도 사라진 적이 없다. 오히려 일부 국내 기업은 지나치게 저렴한 수입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바람에 국산 전기차 판매가 위축된다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보조금 차별화는 수입차 기업도 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따라서 보조금은 이제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한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영국이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중단하고 해당 예산을 충전 인프라 구축에 전액 쏟아붓기로 결정한 것도 구매가 아니라 이용의 편의성을 높이려는 관점이다. 제품 가격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보조금이 오히려 기업의 가격 인하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조금이 없어도 전기차 구매가 활성화될 수 있는 다른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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