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해서 더 좋아…세계를 사로잡은 ‘겉바속촉’ 소녀 웬즈데이
공개 1주만에 83개국서 1위 돌풍
넷플릭스 역대 흥행 3위 기록 중
‘남들과 다른 나’를 사랑하며 성장
원작에 1020 감성 더해 인기몰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인, 음침한 얼굴로 무시무시한 독설을 내뱉는 양갈래 머리 소녀 ‘웬즈데이’. 사랑할 만한 구석이 좀처럼 없어 보이는 이 소녀에게 지금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웬즈데이의 기괴한 춤을 따라 하는 영상이 넘치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 ‘고스(goth)룩’마저 유행하려 한다. 명감독 팀 버튼의 첫 드라마 연출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웬즈데이>는 ‘향수’와 ‘신선’ 사이를 영리하게 줄타기하며 1020세대와 기성세대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8부작 <웬즈데이>의 기세는 지난달 23일 공개 직후부터 매서웠다. 일주일 만에 전 세계 83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고, 넷플릭스 역사상 공개 첫 주 가장 많이 본 드라마에 올랐다. 공개 3주차에는 누적 시청시간 10억시간 돌파 기록을 세웠다. 누적 시청시간에서 <웬즈데이>를 앞서는 것은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인 <오징어 게임>과 <기묘한 이야기> 시즌4뿐이다.
<웬즈데이>는 193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연재된 만화 <아담스 패밀리>의 스핀오프다. 기괴하고 음울한 아담스 가족의 일상을 다룬 <아담스 패밀리>는 100년 가까이 사랑받아온 전통의 프랜차이즈다. 1960년대 TV 시리즈를 시작으로 1990년대 영화 시리즈, 2000년대 애니메이션 시리즈까지 TV와 극장을 오가며 수차례 리메이크됐다. 2000년대 중반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도 <아담스 패밀리>의 영향을 받았다.
아담스가의 딸 웬즈데이(제나 오르테가)를 주인공으로 한 <웬즈데이>는 웬즈데이가 부모의 모교인 기숙학교 ‘네버모어’로 전학 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네버모어는 뱀파이어, 늑대인간, 세이렌, 고르곤 등 별종 학생들을 위한 학교다. 5년간 8개 학교에서 퇴학당한 웬즈데이는 부모로부터 ‘평범한 학교생활’을 할 것을 요구받지만 입학과 동시에 여러 사건에 휘말린다. 웬즈데이는 학교와 마을에서 잇따라 벌어지는 살인사건에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관련돼 있음을 직감하고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웬즈데이>의 독특한 매력은 기존 <아담스 패밀리> 팬들이 좋아하는 기괴하고 음울한 분위기, 신랄한 유머 위에 2020년대 감성을 녹이면서 빚어진다.
다정한 아버지 고메즈(루이스 구스만)가 딸 웬즈데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멋지구나, 우리 예쁜 죽음의 덫”이라고 부르거나, 어머니 모티시아(캐서린 제타존스)가 딸의 이름을 옛 민요 가사 ‘수요일에 태어난 아이는 우울하다’에서 따왔다며 웃어보이는 장면은 <아담스 패밀리>가 100년 가까이 유지해온 유머 코드를 보여준다. 웬즈데이의 패션이나 잔혹한 성격, 그를 따라다니는 잘린 손 ‘씽’까지 <웬즈데이>는 기존 시리즈 팬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로 가득 차 있다. 특히 네버모어의 유일한 ‘노미’(평범한 인간을 일컫는 말로 <해리포터> 시리즈의 ‘머글’과 유사) 손힐 선생님 역의 배우 크리스티나 리치는 팬들이 가장 반가워할 얼굴이다. 아역 시절 영화 <아담스 패밀리>에서 웬즈데이를 연기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팀 버튼은 여기에 2020년대 1020세대의 문화를 뒤섞었다. 네버모어의 별종 학생들은 틱톡·스냅챗 등 소셜미디어로 소통한다. 웬즈데이의 룸메이트인 이니드(에마 마이어스)는 K팝에 맞춰 춤을 춘다.
특히 주제적인 면에서 <웬즈데이>는 청년세대의 공감을 얻는다. 별종 중에서도 별종인 웬즈데이는 주변의 시선이나 평가에 신경 쓰지 않는다. 남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긍정한다. 그러면서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냉소적이기만 했던 웬즈데이가 네버모어의 별종 친구들과 가까워지며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웬즈데이는 실은 ‘겉바속촉’(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한 성정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밖에 보름달을 보고도 각성하지 못해 부모의 근심을 사는 늑대인간 이니드, 웬즈데이를 위해 목숨도 바치는 ‘씽’까지 마음을 줄 만한 캐릭터가 많다.
시리즈가 크게 성공하면서 시즌2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 임원인 피터 프리드랜더는 최근 ‘버라이어티’ 인터뷰에서 “<웬즈데이>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며 시즌2 제작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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