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훈 “70년대생 4명+90년대생 1명입니다”
“우리 시대가 더 힘들었어!”
과거와 현재가 잘 공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NBA에서도 이른바 시대부심(?)은 존재한다. 선배들은 ‘라떼’를 찾고, 후배들은 기술과 전략의 발전을 내세운다. 특히 한시대를 풍미한스타플레이어의 경우 더더욱 자신이 뛰던 시절의 선수들을 높게 평가하기 일쑤다. 아무래도 직접 몸으로 부딪혀본 선수들의 임팩트가 더욱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현재의 NBA는 센터까지도 3점슛이 능숙할 정도로 모두가 슈팅 능력을 갖추고 공간을 넓게 쓰는 전술이 유행이다. 스테판 커리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증명했고 다수의 팀들이 장점을 흡수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공격과 수비에서 많은 발전을 거듭한 끝에 만들어진 트랜드다.
반면 찰스 바클리 등 조던 시대에 활약했던 스타들은 “전술은 진화했을지 몰라도 우리 때는 전쟁같은 몸싸움이 일상이었다. 지금 농구는 너무 소프트하다”며 여전한 투쟁심을 드러내기도한다. 정답은 없다. 시대별로 트랜드는 바뀌기 마련이고 정상급에서 활약한 선수들은 환경이 변한다해도 여전히 존재감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ES스포츠나눔 사회적협동조합 독립농구단/유소년 엘리트 조성훈(49‧185cm) 총감독은 드라마 ‘마지막 승부’, 만화 ‘슬램덩크’ 등으로 대표되던 1990년대 당시 명지대 돌풍의 주역으로 활약했고 인천 전자랜드(현 한국가스공사)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커리어를 마쳤다. 잦은 부상으로 인해 대학 때의 명성을 프로에서까지 이어가지는 못했으나 꾸준하고 성실한 모습을 통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조성훈 감독이 뽑은 <나만의 베스트5>는 포인트가드 이상민(50‧183cm), 슈팅가드 전성현(31‧ 188.6cm), 스몰포워드 현주엽(47‧195cm), 파워포워드 김주성(43‧205cm), 센터 서장훈(48‧ 207cm)이다. 파워포워드로 더 유명한 현주엽이 3번에 위치하고 있는 것 외에는 다들 자신의 포지션에서 일가를 이루고 있거나 이룬 확실한 선수들로 구성된 모습이다.
조감독 또한 자신이 뛰었던 시대에서 직접 경험했던 선수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이상민은 원맨 리딩이 가능한 많지 않은 선수 가운데 한명이다. ‘컴퓨터 가드’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넓은 시야와 자로 잰듯한 패스를 통해 경기 지배가 가능한 대표적 퓨어 포인트가드다. 거기에 더해 운동능력과 득점력까지 겸비하고있어 플레이 자체의 안정성이 높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이상민이 주전 1번으로 기용됐던 가장 큰 이유다.
현주엽은 3번으로 놓았다. 또 다른 파워포워드 김주성과 함께 쓰기 위한 이유가 컸고 한창때 신체능력이 좋았던 현주엽이라면 밸런스 적인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현주엽은 농구선수치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편이었음에도 날렵하고 점프력이 좋았다. 거기에 준수한 볼핸들링과 슛터치까지 가지고 있던지라 마음먹고 공격에 집중하면 상대 수비는 와르르 무너지기 십상이었다.
“공격이면 공격 패스면 패스, 주엽이는 참 다재다능하고 장점이 많은 선수였죠. 제가 만든 베스트5에서는 득점을 이끄는 에이스 역할이 딱입니다. 내외곽이 다 가능한 만큼 파워풀하게 돌파를 성공시키고 3점, 미들라인에서 상대를 괴롭히다가 골밑의 주성이나 장훈이 혹은 외곽의 상민이형, 성현이에게 좋은 패스를 많이 빼줄 것 같아요”
골밑의 김주성, 서장훈은 아마도 가장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KBL 골밑조합일 것이다. 서장훈은 탄탄한 몸으로 어지간한 외국인선수와도 몸싸움이 가능했으며 손끝 감각이 워낙 좋아 득점의 상당수를 슈팅으로 해결했다. 기동성, 활동량 등에서 아쉬운 부분은 여기에 강점이 있는 김주성이 전 방위로 뛰어다니며 채워줄 경우 상당 부분 상쇄된다.
“일단 제가 이 팀의 감독이라고 가정했을 경우 조합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좋아보입니다. 서로간 장점도 잘 뽑아낼 수 있을 것 같고요. 다만 장훈이가 승부 근성이 워낙 강해서 가끔 통제가 쉽지않은 상황도 나올 수 있겠지만 원체 똑똑하고 이해력이 좋은 선수이니만큼 충분한 대화가 이어진다면 잘 받아들일 듯 싶어요”
여기서 인상적인 것은 전성현의 존재다. 이상민, 현주엽, 김주성, 서장훈 등은 조감독이 대학과 프로시절 함께 뛰어보거나 직간접적으로 플레이를 경험했던 선수들이다. 반면 전성현은 현역 선수로 나이차가 큰 것을 넘어 아예 세대 자체가 다르다. 4인중 가장 막내인 김주성이 1979년생인데 전성현은 무려 1991년생으로 띠동갑이다.
“함께 경기를 뛰면서 장단점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선수들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했음에도 슈터 자리에는 전성현을 넣고 싶었어요. 저희 시대에도 뛰어난 슈터는 많았으나 전성현은 기복이 적고 매경기 정말 열심히 뛰는 모습이 보여서 더욱 마음이 갑니다. 매경기 성장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있는데, 이제는 정말 레전드 슈터 계보에 이름을 올려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아요”
조감독이 구성한 베스트5는 과거 선수들이 4명이나 되지만 현대 트랜드에도 별반 뒤떨어지지않는 라인업이다. 기본적으로 야전사령관, 슈터, 빅맨이 확실한지라 밸런스적인 측면에서 안정감이 높고 1~5번까지 3점슛이 가능하다는 부분도 장점이다. 김주성, 서장훈이 골밑에서 우위를 점하고 현주엽이 전천후로 흔들어주는 가운데 전성현의 외곽이 폭발한다면 화력하나만큼은 무시무시하다. 거기에 이를 지휘하는 키플레이어가 이상민이라는 점에서 더욱 높은 시너지가 기대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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