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 김경수 “받고 싶지 않은 선물 억지로 받은 셈”

김정훈 기자 2022. 12. 28.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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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0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특별사면 출소 후 소회를 밝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윤석열 정부의 특별사면으로 28일 0시를 조금 넘겨 창원교도소를 나왔다. 그는 이날 첫 일정으로 오전 10시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방문했다. 조만간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도 찾아가 인사할 계획도 언급했다.

김 전 지사는 대법원이 징역 2년을 확정한 지난해 7월 26일 창원교도소에 수감됐다. 1심 법정구속 기간 77일을 제외하고 확정판결 후 창원교도소 수감 520여일 만에 형 면제로 출소했다. 잔여 형만 면제된 김 전 지사는 2027년 12월28일까지 피선거권이 없어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28일 0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특별사면 출소 후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김 전 지사는 이날 0시가 좀 넘어 짙은 푸른색 양복을 입고 상기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따뜻한 봄에 나오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추운 겨울에 나오게 됐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번 사면은 저로서는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게 된 셈이다. 원하지 않았던 선물이라 고맙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돌려보내고 싶어도 돌려보낼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라며 “결론적으로 선물을 보낸 쪽이나 받은 쪽이나 지켜보는 쪽이나 다 난감하고 딱한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국민통합을 위해서라고 말씀하시는데 통합은 이런 일방통행이나 우격다짐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이 훨씬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치의 역할이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조정·완화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제 사건의 진실 여부를 떠나서 지난 몇 년간 저로 인해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의 골이 더 깊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라며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창원교도소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동안에 많이 생각하고, 많은 것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라며 “그동안 가졌던 성찰의 시간이 우리 사회가 대화와 타협,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거름이 될 수 있도록 더 낮은 자세로 성찰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8일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면서 너럭바위를 만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김 전 지사는 출소 후 첫 일정으로 오전 10시쯤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헌화·분향했다. 그는 너럭바위 앞에서 두 번 절을 올리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참여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제1부속실 행정관을 거쳐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렸다.

김 전 지사는 방명록에 “대통령님께서 왜 그렇게 시민민주주의와 국민통합을 강조하셨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남아 있는 저희가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대통령님!”이라고 썼다.

김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앞서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김 전 지사는 향후 계획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오늘 나왔는데 우선은 가족들하고 좀 오래 떨어져 있었으니 가족들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해서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께서 재임 기간에 가장 최고의 과제로 꼽으셨던 게 국민통합”이라며 “대연정 제안까지 하면서 지지자들에게 비난받고, 등 돌림을 당하면서까지 추진하셨는 데 결국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왜 노무현 대통령께서 그렇게 국민통합을 위해 애를 쓰셨는지 지금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8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방명록에 쓴 글. 더불어민주당 제공

김 전 지사는 “어느 정부든 개혁을 하더라도, 정권이 바뀌면 사상누각이라는 모래 위에 성처럼 되는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 아니겠는가”라며 “그런 점에서 노 전 대통령께서 애타게 갈망하셨던 국민통합이 꼭 이뤄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방문 계획에 대해 김 전 지사는 “새해도 되고 했으니까 조만간 인사드리러 한 번 가야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참배를 마친 김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 기념관인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을 둘러보고 봉하마을을 떠나면서 공식 일정을 마쳤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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