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기금의 이름값[취재 후]
“첫해는 그렇다 치고, 시행 2년째에도 끼워맞추기식으로 기존 사업의 이름만 바꿔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죠.”
내년 예산안의 기후대응기금을 검토한 국회 관계자의 말이다. 내년이면 시행 2년째를 맞는 기금의 사업비 규모는 2조4290억원. 탄소중립기본법에서 규정한 기금의 용도는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활동 지원,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 등 11가지다. 이중에는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가피한 산업 구조 전환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노동자와 계층에 대한 보호·지원(공정한 전환)도 포함됐다.
하지만 기금 취지에 맞지 않는 사업들이 포함되거나 기존 사업에서 이름만 바꾼 사업들이 눈에 띈다. 에너지 소외계층에 대한 에어컨 설치와 지리산 산악열차 시범사업이 대표적이다. 에어컨 설치는 지난해까지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특별회계로 편성·집행하던 저소득층 에너지효율 개선 사업의 일부다.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기금 취지와 맞지 않다. 산악열차 시범노선 사업 역시 반달곰 서식지 훼손과 벌목에 따른 환경 훼손, 예산 낭비 등 우려가 있다. 약 2066억원 규모로 편성된 탄소중립 도시숲 조성 사업도 일부 내역 사업이 기금 취지와 맞지 않아 산림청 일반회계 사업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비심사검토보고서, 11월 9일)을 받았다. 이 사업은 1년 전에도 “산림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미세먼지 저감 도시숲조성관리 사업의 이름만 바꾼 사업”이란 비판(나라살림연구소, 2021년 10월)을 받았다. 정부청사 온실가스 저감과 같은 일부 사업은 그린워싱(가짜 친환경)이라는 비판까지 받는다. 그럼에도 정부는 관점에 따라 기후위기 대응 사업으로 볼 수 있다는 해명으로 일관한다.
한국은 2016년 영국의 기후변화 NGO ‘기후행동추적’으로부터 ‘4대 기후 악당’으로 지목된 이후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올해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23)는 온실가스 배출 상위 60개국 중 57위(매우 저조함)다. 윤석열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의 핵심인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낮춰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국가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기금 설치의 목적과 취지를 되살리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설정하는 일이 시급하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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