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촬영 중 노래 녹음’ 남다른 뮤지컬영화[시네프리뷰]
2022. 12. 28. 07:26
현장에서 촬영할 때 부르는 노래를 직접 녹음했고, 이렇게 녹음된 음원이 전체 음악 분량의 70% 이상에 사용됐다. 낮은 소음 하나까지도 차단해야 했고, 후반 작업에서 인이어와 마이크를 지우는 CG 작업도 상당한 분량이었다.
제목 영웅(Hero)
제작연도 2022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20분
장르 뮤지컬, 드라마
감독 윤제균
출연 정성화, 김고은, 나문희,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
개봉 2022년 12월 21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동명의 원작 무대극 <영웅>은 2009년 초연됐다. 이번 영화개봉에 발맞춰 9번째 공연을 재개했다. 영화에서도 주연을 맡은 정성화는 초연 때부터 거의 모든 공연에 안중근 역으로 출연했다. 지난 14년 동안 꾸준히 무대에 올려지며 뉴욕과 하얼빈에서도 공연된 <영웅>은 한국 창작 뮤지컬 중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품의 하나로 손꼽힌다.
<해운대>(2009)로 1132만, <국제시장>(2014)으로 1426만 관객을 동원해 일명 ‘쌍천만 감독’으로 불리는 윤제균 감독은 무대공연을 관람한 후 감동해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전해진다.
해외 로케이션을 포함한 촬영은 2019년 9월부터 12월까지 일찌감치 마쳤지만 코로나19로 개봉 시기가 계속 미뤄졌다. 3년의 기다림 끝에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영웅>은 대한제국 독립군 대장 안중근(정성화 분)의 생애 마지막 1년을 그린 작품이다. 그가 초대 일본 내각총리대신이자 초대 한국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김승락 분)를 사살하기까지의 전후 과정을 주축으로, 작품을 위해 창작한 가상의 인물인 독립군 정보원 설희(김고은 분)의 이야기가 병행해 펼쳐진다.
영화 <영웅>은 여러 면에서 부담을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특유의 척박한 뮤지컬영화 환경을 고려할 때 그 자체만으로도 도전이었다. 더구나 원작 무대극 자체가 유명한 작품이니 비교를 피할 수 없는 처지다.
무대극과의 차별을 위한 새로운 도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작팀은 영화로 특화해 보여줄 수 있는 차별성을 부여했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기록되는 여러 시도를 감행했다.
기획부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뮤지컬 영화인만큼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를 함께 담아낸다는 것이었다. 현장에서 촬영과 함께 부르는 노래를 직접 녹음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녹음된 음원을 전체 음악 분량의 70% 이상에 사용했다.
이를 위해 다른 촬영장에 비해 낮은 소음 하나까지도 차단해야 하는 세심함이 필요했다. 또 후반 작업에서는 라이브 가창을 위해 배우들이 착용했던 인이어(In-Ear)와 마이크를 지우기 위한 CG 작업만도 상당한 분량을 전개했다.
이런 노력을 효과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독창 장면의 촬영에서는 가급적 배우들의 감정과 호흡을 끊지 않았다. 컷 분할을 하지 않는 롱테이크 방식을 사용했다.
음악을 맡은 황상준 감독도 원곡을 손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절반 정도만 극장 환경에 맞춰 편곡했다. 이전 무대극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새로운 곡도 추가했다.
20세기 초의 블라디보스토크의 모습을 담기 위해 라트비아 로케이션을 진행했다. 촬영에는 한국영화 최초로 4축으로 운영돼 공중에서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는 와이어캠인 일명 ‘크레이지와이어 캠(Crazywire Cam)’을 도입해 사용했다.
외면할 수 없는 애국주의와 감정의 성찬
개봉 전부터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애국주의’란 단어만으로도 지레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어쩔 수 없이 매우 감정적인 영화인 게 사실이다. 오프닝 곡인 ‘단지동맹’은 안중근이 결의를 다지기 위해 손가락을 자르며 부르는 노래로 설원 위 황량한 풍경과 비장한 가사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곧바로 이어지는 ‘당신을 기억합니다, 황후마마여’는 궁녀였던 설희가 을미사변을 기억하며 부르는 곡이다. 김고은의 애절한 목소리에 더해 명성황후 시해 장면이 꽤 사실적으로 그려져 할 말을 잊게 만든다. 초반부터 관객의 감정을 극단으로 몰아붙인다.
한국인이라면 쉽게 외면할 수 없는 장면들이다. 감정적으로 힘들기는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였단다. 더구나 거리를 두고 연기하는 무대극과 달리 코앞에 카메라를 두고 노래와 연기를 함께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제는 배역에 이골이 났을 법한 정성화조차 “노래를 잘하면 감정이 무너지고, 연기를 잘하면 노래가 무너졌다. 그 두 가지의 균형을 맞추는 게 정말 어려웠다”고 했다.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역을 맡은 나문희 역시 “감정을 참는 게 어려웠던 것 같다”고 술회했다.
혼란스러웠던 2022년 극장가
코로나19 이후 치명적 타격을 받았던 극장업계는 여전히 후유증을 앓고 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제작, 배급업계나 극장체인 같은 공급자 쪽만을 일방적으로 논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인 관객들 역시 이전만 한 동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올여름 개봉했던 소위 ‘한국영화 빅 4’의 성적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감독의 명성이나 제작비의 규모만으로 흥행을 담보로 하던 시대는 끝났다.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할리우드 대작들의 가뭄, 그중에서도 지난 수년간 화제의 중심에 섰던 ‘마블 프로덕션’의 페이즈 4 작품 대부분이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관객 입장에서는 굳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 극장을 가야 할 이유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극장은 지난 3년간의 거리 두기로 인한 관객 감소와 영업 손실을 빌미로 단계적으로 티켓값을 올렸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제 상황에서 관객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또 지난 거리 두기 기간 동안 급성장한 OTT시장의 존재도 극장산업에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편안하게 집에서 가족과 함께 더 저렴한 가격에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에 익숙해진 대중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하반기를 화려하게 마무리하고 있는 <아바타: 물의 길>의 선전과 맞물려 개봉하는 올해 마지막 한국영화 대작이라 할 수 있는 <영웅>의 개봉으로 다소 희망적인 새해를 기대하는 시선들이 존재한다.
실제로 내년 한국영화 개봉 라인업을 보면 화려하다. 강제규(<쉬리>), 임순례(<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김용화(<신과 함께>), 류승완(<베테랑>), 김태용(<만추>), 임상수(<돈의 맛>), 강형철(<과속스캔들>), 김태곤(<굿바이 싱글>), 김성훈(<끝까지 간다>) 같은 흥행감독들의 신작이 대거 포진해 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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