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섹타겟돈 外[신간]
<인섹타겟돈> 올리버 밀먼 지음·황선영 옮김·블랙피쉬·2만1000원
4억년의 역사 동안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견뎌낸 곤충이 인간의 서식지 파괴와 살충제, 기후변화로 놀랄 만한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2017년 10월 네덜란드, 영국, 독일의 연구진은 학술지 ‘플로스 원’에 과거 27년 동안 동물보호구역에서 날아다니는 곤충의 생물량이 75% 이상 줄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가디언 환경전문기자인 저자는 곤충의 멸종 사태를 뜻하는 ‘인섹타겟돈’을 추적한다. 미국에서는 2월이 되면 꿀벌이 트럭에 실려 캘리포니아주로 운송된다. 아몬드 나무를 수분하기 위해서다. 벌의 겨울잠을 억지로 깨워 인간의 리듬에 맞춰 혹사시킨다. 인간의 착취와 살충제 살포에 벌이 무사할 리 없다. 하지만 이 책은 곤충의 멸종이 꿀벌 같은 특정 생물 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잉글랜드에서는 2001년 이후 반딧불 개체수가 4분의 3이나 줄었고, 유럽의 호박벌은 4분의 1이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 쇠똥구리 8000종이 사라지면서 호주에선 가축 배설물이 분해되지 않고 말라붙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곤충의 분해작용이 줄면 토양은 척박해진다. 곤충이 사라지면서 새도 사라진다. 약 1만종의 새 중 절반이 굶주림 속에 멸종했다. 먹이인 곤충과 곤충 수분으로 열매를 맺는 과일·견과류가 줄었기 때문이다. 곤충이 떠받치던 생태계 사슬이 무너지면 인간도 무사할 수 없다. 전 세계 식량 작물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이 벌, 나비, 나방 같은 곤충의 수분에 의지한다. 해충 취급을 받지만 파리도 꿀벌 못지않은 중요한 수분 매개자다. 파리가 사라지면 초콜릿, 당근, 후추, 양파, 망고를 맛보기 어려워진다. 곤충이 사라지면 인류는 굶주림 속에 살다가 멸종할 것이다. 수분을 대신하는 드론·로봇이 개발되지만, 기술보다 중요한 건 곤충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미래가 있던 자리
아네테 케넬 지음·홍미경 옮김 지식의날개·2만2000원
15세기 독일 거부 야코프 푸거는 가난한 소상공인에게 저렴한 임대주택인 ‘푸거라이’를 제공했다. 아비뇽 시민들은 모금으로 론강을 건널 다리를 건설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온 중세사회를 소개하며 암흑기, 전쟁 등 어두운 이미지만 가득한 중세에 대한 편견을 깬다.
▲파묻힌 여성
마릴렌 파투-마티스 지음·공수진 옮김 프시케의숲·2만2000원
선사시대에 남성이 사냥하면, 여성은 요리하고 아이를 달랜다는 이미지가 있다. 프랑스 선사학자인 저자는 이를 젠더 고고학의 관점에서 검토한다. 새로 발굴된 화석과 유물은 선사시대 여성이 폭넓은 역할을 했음을 시사하며, 그간 남성 중심적 해석이 과학적 논거가 취약함을 드러낸다.
▲석유의 종말은 없다
로버트 맥널리 지음·김나연 옮김 페이지2·2만3000원
160년 석유 역사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유가 변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에너지 전문가인 저자는 에너지 전환으로 유가 변동성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섣부르다고 주장한다. 공급량은 줄지만, 사용량은 확 줄일 수 없어 변동성은 이어질 것이라 전망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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