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책임·투명성 강화…KBS법 만들어지나

최성진 2022. 12. 2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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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태 ‘방송법 개정안’ 이어
조승래 ‘KBS 공공성 강화법’ 발의
시청자 참여와 지역적 다양성 구현, 사회적 약자 권익 증진 등 <한국방송>(KBS)의 공적 책무를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의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한국방송 제공

공영방송인 <한국방송>(KBS)의 설립 목적과 공적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의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시청자 참여와 지역적 다양성 구현,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권익 증진, 수신료 사용의 투명성 제고 등을 한국방송의 책무에 새롭게 포함시킨다는 내용이 담겼다. 방송 관련 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 현행 방송법은 변화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공영방송이 어떠한 책무를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들 법안의 논의 과정이 관심을 모은다.

27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한국방송의 법적 지위와 공적 책무 규정 등과 관련해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대표 발의한 ‘케이비에스(KBS) 공공성 강화법’(한국방송공사법)과, 지난 10월 같은 당 장경태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 등 2개다. 두 법안 모두 현행 방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한국방송 관련 내용이 지금의 미디어 환경과 공영미디어 체계에 적합하지 않다는 고민에서 출발하고 있다. 현행 방송법은 2000년 기존의 방송법과 종합유선방송법, 유선방송관리법, 한국방송공사법 등으로 분산되었던 방송 관련 법체계를 하나로 통합한 것으로, ‘통합 방송법’으로도 불린다.

먼저 조 의원이 발의한 한국방송공사법 제정안은 여기서 한국방송 관련 내용을 다시 떼어 별도의 법으로 분리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한국방송이 맡아야 할 역할과 공적 책임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방송법에서도 한국방송 관련 내용을 4장(한국방송)에서 다루고 있으며, 그중 한국방송의 공적 책임에 대해서는 44조(공사의 공적 책임)에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그 내용은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여야 한다’ ‘국민이 양질의 방송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등 대단히 추상적이다. 2000년 방송법 제정으로 폐지된 옛 한국방송공사법에는 아예 ‘공적 책임’ 조항이 없다.

이에 조 의원은 한국방송공사법을 새로 제정하되, 기존 방송법 44조에서 5개항으로 간략히 규정한 한국방송의 공적 책임을 13개항으로 구체화하는 내용을 그 안에 담았다. 새롭게 추가되는 내용은 ‘신뢰할 수 있는 뉴스와 정보 제공’ ‘창의적이고 차별화된 콘텐츠 제공’ ‘방송의 지역적 다양성 구현’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권익 보호’ ‘시청자 참여’ ‘수신료 사용에 대한 투명성 제고’ 등이다.

또한 이사회 회의와 속기록 공개, 5년 단위 중장기 계획의 수립 및 공표 등을 통해 한국방송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를 꾀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기존의 티브이(TV) 및 라디오 방송에 더해 ‘온라인 시청각미디어서비스’ 실시를 한국방송의 업무에 추가한 것도 큰 변화다.

조 의원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통합 방송법이 시행된 지 이미 20년을 넘었고 내년이면 케이비에스 개국 50주년이 되는데, 현행 방송법 체계에는 케이비에스의 공적 책임과 기능, 역할 등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공적 책무 이행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방송법 자체도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맞게 ‘통합 미디어법’ 등으로 개편해야 할 필요가 있겠으나, 먼저 개별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으로 규율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에서 한국방송공사법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별 공영방송의 기능이 저마다 조금씩 다른데다 <문화방송>(MBC)과 관련해서는 방문진법(방송문화진흥회법), <교육방송>(EBS)에 대해서는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이 별도로 있는데 국가기간방송인 한국방송만 방송법에 묶여 있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장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별도의 법이 아닌, 기존 방송법 중 한국방송 관련 4장을 중심으로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서의 역할, 수신료 사용에 대한 투명성 제고 등에 관한 내용을 보강하거나 추가한 것이다. 한국방송의 공적 책무와 기능을 구체화하고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게 ‘새로운 형식의 기술이 적용된 방송서비스’ 제공을 한국방송의 업무에 추가하는 등 전체적 취지와 내용은 조 의원이 발의한 한국방송공사법 제정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윤석열 정부도 지난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한국방송의 공적 책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수신료 산정 및 집행 등에 관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금의 공영방송 재허가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공영방송 협약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협약제도란 공영방송과 정부(방송통신위원회)가 공적 책무에 관한 협약을 맺은 뒤 그 이행 실적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조 의원은 “정부·여당이 추진하겠다는 협약제도와 한국방송공사법의 취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도 “다만 공영방송과 정부가 협약을 맺으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라도 한국방송공사법에 따라 공적 책무를 명확히 규율하거나 중장기 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게 먼저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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