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서 유서 남기고 극단 선택…法 “스트레스도 산재”

김현주 2022. 12. 28. 07: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회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근로자의 판단과 업무상 재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사망 전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정황이 충분하다면 산업재해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유족은 A씨가 업무상 스트레스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 및 장의비를 신청했다.

법원은 업무상 재해의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으로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근로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과로와 스트레스로 판단능력이 저하됐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업무상 재해와 인과관계 명확하지 않아도, 사망 전 극심한 스트레스 겪은 정황 충분하다면 산업 재해로 볼 수 있다"
 
회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근로자의 판단과 업무상 재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사망 전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정황이 충분하다면 산업재해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 11부(부장판사 배준현 이은혜 배정현)는 근로자 A씨의 유족이 낸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소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4년 수도권의 한 단추공장에 입사해 생산업무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 공장은 해마다 일거리가 줄어 2019년 무렵에는 대표와 그의 아들, A씨만 근무하게 되었다.

대표는 결국 폐업을 준비했고, A씨는 당시 일거리가 없어 1주일에 2~3일만 일했다. 폐업 소식을 접한 A씨는 재취업을 위해 구직 활동을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A씨는 그 무렵 근무 중 손가락 골절상으로 휴업 급여를 받기도 했다. 미혼인 그는 주변에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마땅한 도움을 줄 지인이나 가족은 없었다.

2020년 2월 A씨는 "태어나서 서울로 상경하여 단추공장에서 일(을) 처음 했다", "공장 일자리" 등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을 적은 유서를 남기고 공장 기계실에서 목을 매달아 사망했다.

유족은 A씨가 업무상 스트레스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 및 장의비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사망과 업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지급을 거부했다.

공단에 의학 자문을 제공하는 자문의사회는 "업무상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목숨을 끊었는지 확인되지 않고 생계불안과 업무 외적 사유 등 개인적 요인이 작용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업무상 재해의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으로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근로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과로와 스트레스로 판단능력이 저하됐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유서 내용을 볼 때 사망 당시 정상적인 의사표현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며 "폐업에 대한 알림과 권고사직 합의로 인한 고용불안의 지속, 사망 약 50일 전에 있었던 산재 경험 등이 심리적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공단이 사망원인으로 주장하는 전 여자 친구와의 문제나 친구와의 다툼 등 개인적 사정은 경위가 확인되지 않을뿐더러 자살의 원인이 될 정도의 사안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2심 재판부도 "이 사건에 대한 설시(설명)는 1심 판결과 같으므로 그대로 인용한다"며 공단의 항소를 기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