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분노, 또 다른 긍정의 힘

김병모 전 고려대학교 겸임교수 2022. 12. 2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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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받아 죽는 줄 알았어." 분노의 표출이다.

기분이 좋았다가 금세 나빠지고 때론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갑자기 열이 올라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아킬레우스는 더 이상 트로이와 전쟁하지 않겠노라고 분노를 표출하면서 '일리아드'가 열린다.

그들의 분노의 표출은 결국 사회 진화의 원동력이 될 긍정의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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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모 전 고려대학교 겸임교수

"열 받아 죽는 줄 알았어." 분노의 표출이다. 일상에서 분노만이 아니라 슬픔, 기쁨을 나타내기도 한다. 인간 삶의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이다.

특히 삶의 생애주기 과정에서 굴곡진 생체 리듬의 고비가 있는데, 질풍노도의 사춘기와 중년 이후 갱년기다."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도 있듯 사춘기는 청소년 시기에 겪어야 할 만만찮은 아픔과 고통을 겪는다. 청소년기에 사춘기를 무사히 극복하고 나면 그만큼 성숙해진다.

문제는 사춘기 못지않은 생체 리듬의 고비가 바로 갱년기다. 기분이 좋았다가 금세 나빠지고 때론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갑자기 열이 올라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갱년기에는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갱년기 엄마가 사춘기 아들이나 딸을 이긴다는 말도 있잖은가. 갱년기를 극복한 엄마는 새로운 삶이 이어지고 더 좋은 가족의 평화를 이끌기도 한다.

고대 희랍인들도 영웅들의 분노를 통해 도덕적 교훈을 얻는다. 심지어 세상의 예술과 문학은 분노로부터 시작되었다는 말도 있다. 인류 최고 시성(詩聖)호메로스가 쓴 '일리아드'는 "노래하소서!펠레우스 아들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하면서 시작된다. '일리아드'는 기원전 12세기경 미케네 문명의 트로이 전쟁에 관한 이야기지만,사령관 아가멤논에 대한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묘사한 서사시이다. 아킬레우스는 더 이상 트로이와 전쟁하지 않겠노라고 분노를 표출하면서 '일리아드'가 열린다.

돌이켜보건대 인류의 문명은 '아가멤논, 당신!어찌 그럴 수 있는가'와 같은 아킬레우스의 분노로부터 시작된 셈이다.만약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너!그럴 수 있지'라고 아가멤논의 행위를 수긍했더라면 호메로스는 인류 위대한 시성에서 그 지역 글쟁이 정도로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아킬레우스 분노가 호메로스를 시성으로 만든 것이다.

옛날 아낙들이 시냇가 빨래터에서 살얼음을 깨고 손 호호 비비며 추위에 떨면서 분노의 빨래를 하지 않았더라면 세탁기 탄생은 요원했을지도 모른다. 분노는 겉보기에 부정의 의미가 있는 듯하지만, 청소년기 사춘기의 분노와 아픔을 이겨내면 의젓한 성인(成人)으로 다시 태어나고 갱년기 감정 기복을 극복하면 가족을 지켜낼 긍정 에너지가 재충전된다. 마찬가지로, 분노가 문학이나 산업혁명의 동인(動因)으로 인류 발전과 진화의 동력원이었다.

4차 혁명 시대에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하는 자는 현실 안주하는CEO이며,'아니 그럴 수 있나' 분노를 외치는 자는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 노력하는 혁신적CEO일지도 모른다.새로운 대안은 욕구 만족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욕구불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 사춘기와 갱년기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일단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시간을 먼저 갖자.그들의 분노의 표출은 결국 사회 진화의 원동력이 될 긍정의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사회가 다층화되고 복잡해짐에 따라서 분노의 표출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분노가 시성 호메로스와 세탁기를 탄생시킨 동인(動因)이었듯 그런 분노조차도 사회 진화를 위한 또 다른 긍정의 힘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다만, 사회 통념에서 지나치게 벗어나거나 막무가내식 분노의 표출은 사회 진화를 위한 동력은커녕 상호 불신과 분열만 자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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