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건축의 조형성
LG아트센터를 설계한 안도 다다오는 이 건물에 세가지 콘셉트를 제시해 디자인 했다. 첫 번째는 건물에 들어서면 입구로 쏟아질 듯한 '게이트 아크'. 웅장한 노출콘크리트인 길이 70m·높이 20m의 벽면체가 13도 기울어진 채 관객을 맞아들인다. 두 번째는 지하철 입구에서 2층 객석까지 이어지는 '스텝 아뜨리움'으로 수직적 공간감은 자연스럽게 공연장으로 우리를 이끈다.
마지막은 건물에 꽂혀 있는 듯한 '튜브'로 반복적인 마감재의 포물선과 튜브형태의 강렬한 공간감으로 자연과 인간, 과학과 예술이 상호 융합하고 교류하는 공간으로 안도는 각각의 공간이 역할과 제기능을 함과 동시에 상호작용해 사람들이 서로 함께하며 대화하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안도는 원의 요소를 긴장감 있게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2022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은 신길중학교는 땅과 가까운 교실과 계단식으로 층층이 쌓아 올린 건축물로 낮은 삼각지붕과 마당을 획일적이고 거대한 도시 스케일의 고층아파트 속에서 휴먼스케일의 뽀족한 지붕들을 연이어 배치하며 생경한 모습이지만 집과 같은 건축의 조형성을 추구했다.
냐오챠오로 불리우는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은 철기둥이 휘고 틀어져 이들의 조합으로 빚어진 혁신적인 형태는 과학적 기술을 보여준 비대칭의 사선과 곡선의 아름다움이다.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가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병산서원이 있다. 병산서원은 사계절의 변화를 화폭에 담은 듯 병산과 낙동강을 정원으로 삼고 있다. 자연축대위로 웅장하게 선 만대루는 건물의 골격만으로 보는 이를 사로잡는데 특별한 장식 없이 담백하고 멋스럽다.
투박한 원형기둥들이 생긴 모습 그대로 덩벙주초 위에 세워져 있고, 정면 7 칸, 측면 2칸의 누마루를 받치는 1층 공간과 기둥, 난간을 제외하고 속이 훤히 들어나 보이는 들보로 팔작지붕을 받치는 모습은 벽이나 창호없이 자연을 품고있다.
만대루는 병산서원에서 전체적인 구도를 유지하며 자유로운 균형의 축으로 병산서원만의 독창성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구조적, 공간적, 예술적으로 위치하게 해 준다. 마치 유교의 중용을 가르치듯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말이다.
건축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조형적 구성요소는 여러가지다. 건축에서의 조형은 공간과 연계되며 나타나기 때문에 조형과 공간은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 선은 3차원 공간에서는 벽체, 열주 등으로 표현될 수 있고 그 반복과 리듬감에 의해 입면의 이미지를 결정한다.
LG아트센터 '투브'의 타원이 풍부한 감성과 역동성으로 우리를 대하는 것처럼 말이다. 면은 형상, 표면재질 특성에 따라 많은 시각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재질의 투명성, 반사도, 음영에 의해 입체적 효과 및 점·선과 어울려 시각적 효과가 강조된다.
면의 요소로 예시될 수 있는 것이 '발코니'다. 발코니는 건축법에서 건축물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완충공간으로 전망이나 휴식 등의 목적으로 건축물 외벽에 접해 부가적으로 설치되는 공간이라 정의한다. 발코니는 주거 형태가 60%가 넘는 아파트로 이뤄진 우리나라의 획일화된 입면을 보다 다양한 디자인으로 적용할 수 있는 조형요소가 될 수 있다. 층별로 모양과 색상이 각기 다른 발코니 계획이나 단지별 지역별 특징을 담아낸 디자인이 가능할 것이다.
개방형발코니는 옛 주택의 툇마루처럼 바깥공기도 마시고 외부조망도 즐기며 식물을 가꿀 수도 있는 자기만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공간활용이 가능하다. 건축의 볼륨, 매스를 통해 입체감으로 조형성을 나타낼 수도 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삼성타운의 거대매스 등은 그 구조체계에 의한 표피의 입체감이 공간의 구성요소로써 형태와 함께 나타난다. 건축의 구조, 재료, 빛, 과학기술 등을 건축의 조형적 요소와 접목해 자신들의 생각을 건축에 드러내 정체성을 형성한다.
건축물은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도시 하나를 살릴 수도 있고 방치된 건축물은 지역에 나쁜 기운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건축물을 조형하고 그 건축물이 모여 도시를 만드는 공간예술인 건축이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건축환경에서 인간과 자연을 고민한 아름다운 건축물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건축문화로 새해 2023년 계묘년이 시작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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