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자유투라 자유롭게? NBA 선수는 왜 한손 자유투를 할까
오광춘 기자 2022. 12. 28. 07:02
짧은 머리를 형형색색으로 염색합니다. 빨강부터 노랑 파랑 초록까지, 그 색은 계속 바뀝니다. 은퇴한 데니스 로드먼이 떠오르죠. 등 번호도 10번입니다. 로드먼이 샌안토니오에 몸담았을 때 선택한 번호와 같습니다. 플레이 스타일도 다르지 않습니다. 공격보다는 수비를 잘하는 선수입니다.
미국프로농구, NBA 신인 제레미 소한은 열아홉 살입니다. 2022년 NBA 드래프트 전체 9순위로 샌안토니오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포포비치 감독은 새내기 선수를 올 시즌 27경기에 내세워서 경기당 25분 정도씩 뛰게 했습니다. 203cm의 키로 리바운드부터 가로채기까지, 팀의 궂은일을 챙깁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소한의 '미래가치' 못지않게 '현재가치' 역시 내세울 만 하다는 거죠.
소한이 유명해진 건 자유투 때문입니다. 오른손, 한 손으로 던집니다. 도드라지는 개성만큼이나 도발적이죠. 우스꽝스러운 자유투로 또 한 번 로드먼 같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두 손으로 던져도 들어갈까 말까 하는 자유투를 왜 한손으로 던지나 의문이 들었습니다. 농구를 우습게 보는 게 아닌가, 괜한 개성의 과잉 아닐까 하는 우려가 싹텄습니다. 농구 만화 '슬램덩크' 속 강백호의 한 장면처럼. 강백호의 엉거주춤 슛은 미국 농구 명예의 전당에 오른 릭 배리를 따라한 거죠. 그래도 배리의 엉뚱한 언더핸드 자유투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90%의 성공률을 기록했으니까요.
소한 역시 잘 안 되는 자유투를 바꾸기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한 손 자유투를 시도한 게 지난 20일 휴스턴전인데, 그 전까지 소한의 자유투 성공률은 45.8%에 그쳤습니다. NBA의 자유투 평균 성공률은 75% 내외인데 그 수치보다 한참 못 미치니 뭔가 해법이 필요했습니다.
소한은 샌안토니오 슈팅 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였습니다. 훈련할 때도, 경기할 때도 남들 눈치 보지 않고 한 손으로 자유투를 합니다. 미국 언론 '파운딩더록'은 그 배경을 상세히 분석했습니다. 슛을 할 때 '균형'(Balance), '시선'(Eyes), '팔꿈치 활용'(Elbow), '팔을 쭉 뻗는 마무리 동작'(Follow-through)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는 것입니다.
열아홉이지만 당당히 NBA에 뽑힌 선수가 다시 슛 동작을 뜯어고치기 위해 코치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부터가 남다르죠. NBA 선수가 된 것만으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우쭐할 수 있을 텐데 농구의 기본을 다시 배운다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니니까요. 겸손한 수용의 자세가 인상적입니다.
소한의 자유투가 당장 좋아질 순 없겠죠. 그래도 조금씩 개선되는 조짐을 보입니다. 한손으로 던지기 시작한 후 지난 23일 뉴올리언스전에서 자유투 10개 중 7개를 성공했습니다. 이때도 한 손으로 던졌습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슛하는 동작을 기억하는 게 우선이죠. 반복만이 그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눈을 감고 던져도 공이 림에 그대로 꽂힐 날이 오겠죠. 이름도 낯선 소한의 도전을 눈여겨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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