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최현욱'] 믿고 보는 배우가 된 '노력형 천재'
'모범택시'→'약한영웅'까지, 다양한 캐릭터 넘나들며 연기력 입증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신과 함께'를 보며 눈물을 흘렸던 야구부 출신 소년은 어느덧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이제는 감히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고 싶은 배우 최현욱이다.
"이 배우가 그 배우였어?"라는 반응은 연기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까지도 희열을 느끼게 만든다. 눈여겨봤던 배우, 그것도 신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중 한 명이 바로 최현욱이었다.
최현욱이 처음 눈에 들어온 건 그의 지상파 데뷔작인 SBS '모범택시'에서였다. 하지만 극의 한 에피소드 중 가해자 역으로 등장했던지라 출연진 정보에도 나오지 않았던 그는 캐릭터로만 기억됐었다. 이후 '라켓소년단'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을 때야 "이 배우가 '모범택시'의 그 배우야?"라며 '최현욱'이라는 이름이 뇌리에 제대로 각인됐다.
상반된 두 캐릭터 모두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최현욱은 기자에게 있어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배우가 됐고, '스물다섯 스물하나' 문지웅 역으로 또 한 번의 연기 변신을 보여준 후에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최현욱을 최근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Class1'(감독 유수민, 이하 '약한영웅') 인터뷰 현장에서 처음 만났다. 작품은 상위 1% 모범생 연시은(박지훈 분)이 친구 안수호(최현욱 분)와 오범석(홍경 분)을 만나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극 중 최현욱은 하나뿐인 할머니와 약속한 '결석 없는 졸업' 외에 학교생활에는 큰 관심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자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폭력에 맞서 나가는 '의리의 파이터' 안수호 역을 맡았다.
이날 짧은 헤어스타일로 모습을 드러낸 최현욱은 여전히 안수호를 보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수줍게 건넨 인사와 매 질문 최선을 다하려고 하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그의 모습은 최현욱만의 풋풋한 매력을 자랑했다.
액션 성장 드라마를 표방한 '약한영웅'은 다양한 군상과 친구들 사이 생기는 여러 감정까지 섬세하게 그려내며 호평받았다. 이에 힘입어 작품은 웨이브 2022년 유료 가입자 견인 1위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OTT 화제성 드라마·시리즈 부문에서 4주 연속 1위(2022년 12월 2주 차 기준)를 기록했다.
최현욱 역시 작품의 뜨거운 인기를 실감하고 있었다. 그는 "일단 SNS 팔로워 수가 엄청 늘었다. 예상보다 더 좋은 결과였다. 사실 나는 이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좀 더 서서히 스며들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공개된 지 일주일도 안 돼서 폭발적인 반응이 올 줄은 몰랐다"고 얼떨떨한 소감을 밝혔다.
주변의 반응도 최현욱을 기쁘게 했다. 최현욱은 "'잘 봤다. 재밌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특히 몇몇 지인들이 촬영하면서 괜찮았는지 물어보며 '고생했다'고 걱정과 격려를 해주는데 이 연락이 왜인지 모르게 위로가 됐다. 고생했다는 연락이 가장 좋았다"고 밝혔다.
"장르가 장르인 만큼 감정적인 소모도 체력적인 소모도 있었던 촬영이었어요. 그렇다고 이 과정이 힘들고 싫었던 건 아니에요. 오히려 힘들 때마다 좋았어요. 땀을 흘리고 액션 촬영을 할 때마다 그 순간 자체에 희열감을 느꼈어요. 집 가는 길도 뿌듯했죠. 모두가 더 끈끈해지고 애틋해지는 과정 같았어요. '고생했다'는 말이 우리의 과정을 알아주는 것 같아 와닿더라고요."
시청자들의 반응도 챙겨보는 최현욱은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단다. 그는 "수호를 살려내라는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 시은과 수호의 브로맨스를 좋아해 주는 분들이 많더라. 특히 시은과 범석이한테 헬멧을 줄 때 수호의 다른 행동을 많이 짚어주는데, 난 별생각 없이 디렉팅대로 줬을 뿐인데 의미 부여를 해주는 점이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설명했다.
'약한영웅'은 그동안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으로 이어졌던 최현욱이 처음으로 콜캐스팅을 받은 작품이다. 최현욱은 "처음 제안을 받다 보니 더 감사한 작품"이라며 "하지만 이를 차치하고도 대본을 보자마자 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도 필모그래피에 있어 의미가 있겠다 싶었고 후회 없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촬영이 끝난 후에도 변함없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안수호는 최현욱의 아이디어가 많이 들어간 캐릭터다. 유수민 감독이 원작의 안수호를 조금 더 현실적인 캐릭터로 풀어냈다면, 그 위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며 우리가 아는 '수호천사' 안수호를 만들어 낸 건 최현욱이었다. 그는 "감독님이 저희를 많이 믿어줬다. 현장에서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끔 풀어줬는데, 그러다 보니 아이디어가 더 생기고 제스처도 더 나올 수 있었다. 현장에서 즉흥으로 만들어진 면도 많았다. 대본에 안 나와 있는 부분들을 수호로서 어떻게 채워나갈지 감독님과 소통하면서 맞춰나갔다"고 전했다.
"처음 봤을 땐 제가 봐도 멋있는 데다 남자들의 동경 대상이 될 수 있는 캐릭터라 걱정이 많이 됐죠. 이런 캐릭터가 처음이다 보니 고민도 준비도 많이 했어요. 특히 액션을 철저하게 했어요. 격투기를 했었던 친구로 나오다 보니 몸 쓸 때 능숙해 보이려고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죠. 선수들한테 직접 배움도 받고 스파링도 했지만, 늘지 않는 실력에 스트레스를 종종 받기도 했어요. 다행히도 현장에서 리허설하고 합을 맞추면서 더 늘었던 것 같아요."
사실 기자가 최현욱에게 눈길이 갔던 이유는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자신과 일체화시켜 사실적으로 연기한다는 점이다. '모범택시' 때는 학창 시절 일진을, '라켓소년단'에서는 정겨운 시골에서 운동만 했던 순박한 소년을,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는 최현욱이 태어나기도 전인 1998년의 학생을 실제로 경험해본 것처럼 표현한다. 특히 힘을 빼되 포인트를 주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하는 대사 전달력도 인상 깊었다.
이에 최현욱은 "개인적으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추구하는 편이다.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늘리는 걸 고민하고 해석해서 캐릭터를 만들어 간다"고 전했다.
'약한영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멋쩍을 때나 긴장할 때, 화를 참을 때 등 입을 크게 벌리는 안수호 특유의 표정이 눈에 띄었다. 최현욱은 안수호만의 특징을 만들기 위해 연구한 표정이었다고 밝혔다.
"수호만의 요소가 되면 좋을 것 같아서 다양한 표정을 쓰려고 고민했어요. 사람들이 긴장되면 나오는 여러 신호가 있지 않나요. 저 또한 표정을 풀기 위해 오만상을 쓰는데, 입을 벌린다는 건 수호스러웠어요. 이 외에 걸어 다닐 때 스트레칭하는 것도 일부러 만들어낸 지점이었어요.(웃음)"
호흡을 맞췄던 박지훈과 홍경은 최현욱에 대해 "타고난 재능을 지닌 배우"라고 언급했다. 물론 재능을 실현하는 건 본인의 몫이기 때문에 최현욱의 노력을 빼놓고 말할 수는 없다. 때문에 최현욱을 단지 재능을 지닌 배우가 아닌 '재능도' 지녔다고 표현하고 싶다.
실제로 최현욱은 본래 야구선수 유망주로서 연기로 진로를 바꾼 건 불과 몇 년 전인 고등학생 때였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6~7년 야구부 생활을 했었다. 하지만 부상 때문에 수술을 했다. 재활하면서 다시 복귀하고 싶었지만, 몸이 따르지 않아 결국 그만두게 됐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야구'라는 목표를 보고 달렸던 만큼 아쉬움이 클 법도 했다. 하지만 최현욱은 "야구 하는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서 후회 없이 했다. 그래서인지 미련 없이 그만둘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음 진로로 '연기'를 떠올린 건 우연한 기회였다. 무엇을 해야 할지 한참 고민하던 시기, 영화로 위로받던 그는 '신과 함께'를 보고 연기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최현욱은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많이 흘리는 편인데, 내가 감수성이 풍부하니 연기를 해보면 어떨까 싶더라. 곧바로 연기 학원에 다녔는데 재밌었다. 마침 한림예고에도 편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야구를 그만두고 나서는 오히려 그동안 하지 못했던 휴식을 충분히 가져서 좋았어요. 가족들 또한 하고 싶은 걸 다 해보라며 격려해줬죠.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한 후, 가족들이 다 모인 첫 명절에 연기를 하겠다고 제 포부를 밝혔어요. 반응이 어땠냐고요? 당연히 모두 박장대소를 하더라고요.(웃음) 지금은 사인도 부탁할 정도로 다들 너무 좋아해 주셔요"
2019년에 데뷔한 최현욱은 3년 만에 다양한 연기 변신을 보여주며 주연으로서의 능력까지 입증하는 등 단기간에 많은 것들을 이뤄냈다. 특히나 출연하는 작품들이 모두 흥행을 이뤄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갑작스럽게 치솟은 인기가 부담스럽진 않을까.
최현욱은 "당연히 불안하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순탄대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일 텐데 이 점도 불안한 요소 중 하나다. 그만큼 책임감이 더 생기는 것 같다. 내가 나아가려는 방향에 있어서 고민도 하고 중심도 잘 잡아야 할 것 같아 생각이 많은 요즘이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올해 처음 경험한 것들이 많다 보니 좋아요. 하지만 한순간에 변화는 환경들이 감당이 안 될 때가 있고, 그런 것들이 무섭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연기가 더 좋아지는 만큼 앞으로 오랫동안 건강하게 연기 생활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고민도 많아지는 것 같아요. 아직은 단정 지을 수 없지만 그래도 계속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최현욱은 "내 외모가 뛰어난 건 아니지만 배우로서는 마음에 든다"고 밝히면서 향후 목표를 전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나를 항상 색다르게 봐줬으면 좋겠다. '얘가 걔야'라는 말을 듣고, 작품마다 얼굴을 못 알아볼 정도의 연기력을 갖고 싶다"며 "내 얼굴이 잘 나오고 못 나오고는 상관이 없다. 그저 내가 맡은 캐릭터에 몰입해서 봐줬으면 한다. 그리고 그런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내가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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