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유선호, 병아리 연습생에서 어엿한 배우로

박지윤 2022. 12.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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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룹'·계성대군으로 가득 채운 21살의 페이지

배우 유선호가 <더팩트>와 tvN 토일드라마 '슈룹'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박지윤 기자] "왜 저를 울리시나요."

지난 13일 <더팩트>와 만난 배우 유선호가 인터뷰를 마치고 취재진에게 슬쩍 건넨 말이다. 데뷔 후 쉬지 않고 달려오며 많은 작품과 캐릭터를 만났던 그는 유독 계성대군을 보내기 힘들다고 솔직게 말했다. 이날 답변을 하다가도 캐릭터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는 유선호를 보며 역시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지난 4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슈룹'(극본 박바라, 연출 김형식)은 우산을 뜻하는 옛말로, 자식들을 위해 기품 따윈 버리고 사고뭉치 왕자들을 위해 치열한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드는 중전의 파란만장한 궁중 분투기를 그린다.

이 가운데 유선호는 궁 안에서 몰래 여장하며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중전 화령(김혜수 분)의 4남 계성대군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유선호는 오디션부터 마지막 촬영까지 약 1년 동안 '슈룹'과 함께했다. 처음 발췌 대본 2~3페이지를 받은 그에게는 왕자를 비롯해 20대 남성이 할 수 있는 모든 캐릭터가 다 열려있었다. 하지만 유선호는 처음부터 계성대군이 가진 섬세하고 깊은 감정선에 강하게 끌렸고, 직접 감독에게 어필하며 계성대군이 됐다.

이후 캐릭터의 비밀을 알게 된 그는 첫 사극부터 여자가 되고 싶은 왕자까지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영화와 드라마, 책 등을 찾아보며 다각도로 공부했다. 유선호는 "성소수자에 관련된 작품을 많이 봤어요. 또 '슈룹'은 가족의 사랑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가족과 관련된 작품도 많이 봤고요"라고 말했다.

유선호는 중전 화령의 4남 계성대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배정한 기자
화령은 계성대군의 비밀을 알고 충격받지만 이내 이를 받아들이고 품어준다. 또한 화령은 슬하에 5명의 아들을 뒀지만 계성대군과 가장 깊은 감정 교류를 나눈다. 이를 연기한 유선호는 김혜수 배우와 첫 연기 호흡을 맞췄던 때를 떠올리며 "한마디로 너무 좋았어요"라고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김혜수 선배님이랑 호흡하고 감정을 교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큰 영광이었어요. 이런 느낌은 앞으로도 느껴보지 못할 거 같아요. 저에게는 모든 게 처음이었고 그 상대가 김혜수 선배님이었으니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지막 촬영이에요. 화령과 계성대군이 궁 밖으로 나가는 장면이었는데 선배님께서 '계성대군이 떠나는 데 선호가 떠나는 거 같아서 너무 슬프다'고 하셨어요. 저도 눈물이 많이 났어요."

이날 유선호는 막힘없이 자신이 느낀 바를 솔직하게 전하다가도 계성대군과 관련된 질문만 받으면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동안 많은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고 보냈지만 유독 계성대군과의 이별이 어렵다는 그는 "생각만 하면 애틋해 죽겠어요"라고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그동안 했던 캐릭터들이 다 소중하죠. 그런데 왜 계성대군만 생각하면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걸까요. 계성대군이 어디선가 아프지 않고 잘살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의 21살은 온전히 '슈룹'이었어요. 정말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냈죠. 1년이란 시간 동안 하나에 몰두하는 건 쉽지 않잖아요. 저와 '슈룹'팀이 그걸 해냈죠. 너무 자랑스럽고 뿌듯한 기록이 됐어요."

유선호는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으로 얼굴을 알렸지만, 배우로 새 출발 했다. /배정한 기자
유선호는 2017년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하며 처음 얼굴을 알렸다. 당시 연습생 한 달 차에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하며 '병아리 연습생'으로 불린 그는 아쉽게 데뷔 문턱에서 탈락했고 다시 연습에 매진했다. 이에 대중과 팬들은 유선호의 '아이돌 데뷔'를 기대했지만 그는 배우로 새 출발을 하며 모두의 예상을 뒤집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선택의 순간이었어요. 물론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지만 살면서 이런 선택은 처음이었죠. 모든 책임은 제가 져야 하니까 두려움도 있었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도 있었고요. 하지만 연기가 정말 재밌었어요. 주변 분들은 '아이돌과 배우를 둘 다 하면 된다'고 하셨지만 제가 재미를 느끼는 거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웹드라마 '악동탐정스'로 데뷔한 유선호는 드라마 '복수가 돌아왔다' '언더커버' '우수무당 가두심' '소녀의 세계 시즌2' 등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지금까지 쌓아 올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보며 뿌듯함을 드러낸 유선호는 "아직 앞으로 나아갈 힘이 있다"며 싱긋 웃어 보였다.

"그동안은 앞만 보고 나아가기 바빴어요. 이번에 김혜수 선배님의 말씀을 듣고 잠깐 뒤를 돌아봤더니 제가 그동안 좋은 분들을 만나서 여러 작품을 했더라고요.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는데 아직은 앞만 보고 달릴 수 있는 힘이 남아있어요. 정말 소중하게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거예요."

유선호는 최근 KBS2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시즌4'의 새로운 막내로 합류했다. /배정한 기자
그런가 하면 유선호는 '슈룹'으로 가득 채웠던 21살의 끝자락에 '1박 2일 시즌4'를 만나 매주 일요일 안방극장에 솔직하고 행복한 에너지를 선물할 계획이다.

좋은 사람들과 전국을 돌아다니며 소중한 추억을 쌓을 생각에 설렌다는 그는 "이렇게 고생하시는 줄 몰랐어요. 촬영을 2번밖에 하지 않았는데 벌써 정이 들었어요. 전우애랄까요. 저에게 팀이 생겼다는 게 너무 든든하고 좋아요"라고 각별한 애정을 내비쳤다.

유선호는 매 작품 캐릭터성이 짙은 인물을 만나 연기 스펙트럼을 무한 확장했다. 이렇게 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즐기는 그가 22살이라는 새로운 페이지를 어떻게 써 내려갈지 더욱 기대감이 높아진다. 연말과 새해에도 예정된 스케줄을 소화할 그는 "저는 '잘하고 싶다'는 마음 외에 어떠한 목표를 세우지는 않았어요"라며 앞으로 배우로서 걸어나 가고 싶은 길을 전했다.

"사람들의 마음에 무언가를 남길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어떤 거든 상관없어요. 그저 시청자분들이 함께 몰입하고 느끼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 그리고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제 햇수로 7년 차가 됐어요. 한 가지의 일을 10년 동안 하면 장인이 된다고 하잖아요. 제가 장인의 길로 걸어가 볼게요."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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