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광학 솔루션'에 집중 투자하는 이유

김민성 2022. 12.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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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학솔루션 사업부에 1.7조 투자
카메라 모듈 수요 늘어 투자 폭 키워

LG이노텍이 광학솔루션 사업부에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 광학솔루션 사업부는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한다. LG이노텍 전체 매출의 약 80%를 차지한다. LG이노텍은 이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에도 불구, 매년 광학솔루션 사업부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 이번엔 그 폭을 더 키웠다. 내년엔 자율주행용 카메라 모듈과 3차원(3D) 센싱모듈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예상에서다.

내년에도 아이폰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이노텍은 광학솔루션 사업부에 1조6563억원을 투자한다. 이 금액은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해 말 자기자본의 3조3142억원의 절반이다. 지난 1월 같은 사업부에 투자한 금액(1조561억원)보다도 약 6000억원이 많다.

광학솔루션 사업부는 LG이노텍의 핵심이다. 주로 스마트폰이나 자율주행차, 혼합현실(XR) 기기에 사용되는 카메라 모듈과 3D센싱 모듈을 생산한다. LG이노텍 광학솔루션 사업부는 지난해 LG이노텍 전체 매출(14조9456억원)의 77.1%인 11조5177억원을 담당했다. 이처럼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매출 비중이 높은 것은 LG이노텍이 아이폰 카메라 모듈의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어서다.

LG이노텍은 투자목적을 '광학솔루션 사업 신모델·신사업 생산능력(CAPA) 확보'라고 밝혔다. 부품업체는 사업 특성상 전방 세트업체들의 수요에 따라 투자를 결정한다. 애플이 내년 출시할 아이폰15 프로 시리즈에 폴디드줌(Folded) 카메라를 탑재하면서 이에 맞춰 LG이노텍도 생산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폴디드줌 카메라는 망원렌즈를 세로가 아닌 가로로 설계해 빛을 굴절시켜 이미지 센서에 전달하는 카메라다. 망원렌즈 두께를 줄일 수 있어 스마트폰 카메라 부분이 튀어나오는 '카툭튀'를 해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폴디드줌을 채택하는 추세다.

LG이노텍은 확실한 사업 파트너인 애플에 폴디드줌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면서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폴디드줌은 일반 카메라 모듈보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해 평균판매단가가 높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투자는 내년 9월에 출시 예정인 아이폰15 프로의 카메라 사양 변화에 대응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배율 줌이 가능한 폴디드줌 카메라는 LG이노텍이 단독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며 프로와 프로맥스 모델에서 확고한 점유율, 평균판매단가 상승으로 내년에도 광학솔루션 사업부 실적은 견고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래 위한 투자

LG이노텍이 광학솔루션 사업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 것은 XR(혼합현실) 시장과 자율주행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광학솔루션 사업부는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 이외에 XR기기와 자율주행차에 사용되는 3D 센싱모듈과 자율주행용 카메라 모듈도 생산한다.

XR은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현실(VR)과 현실을 배경으로 가상 물체를 보여주는 증강현실(AR)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3D 센싱모듈은 현실 이미지를 3차원으로 인식해 디지털로 구현한다.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이 출시를 앞둔 XR기기의 필수 부품이다. 특히 LG이노텍과 오랫동안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애플이 내년 XR 헤드셋 출시를 앞두고 있어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자율주행 영역에서도 3D 센싱모듈은 필요하다. 이 모듈은 카메라에서 빛을 발사해 물체에 맞고 돌아오는 시간을 기반으로 거리를 계산하는 'ToF(Time of Flight)'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주로 차량 외부의 물체를 인식하는 RADAR(레이다)와 LiDAR(라이다)등 차량용 센서가 3D 센싱모듈을 사용한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자율주행차에는 카메라 모듈도 필수다. 대표적으로 테슬라는 카메라 모듈을 사용해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구사한다. 현재 LG이노텍은 테슬라와 1조원대 자율주행용 카메라 모듈 수주 협상을 벌이고 있다. LG이노텍은 "현재 관련 내용을 협의 중에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경우 카메라 모듈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은 오는 2024년 상반기를 목표로 파주사업장 생산설비 증설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영역에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내년에 확장현실 기기를 출시하면서 LG이노텍은 확장현실에 필요한 센서 분야에서 비중을 확대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며 "(LG이노텍이)전장용 카메라 모듈과 이미지 센서 공급선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전장용 카메라 모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민성 (mnsu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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