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금융 10대 뉴스] 고금리 시대… 금융지주 '웃고' 대출자 '울고'

박슬기, 전민준, 강한빛 기자 2022. 12. 28.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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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NH농협금융./사진= 각 사
2022년 금융권은 급격한 금리 인상기를 맞았다. 한국은행의 사상 첫 6회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도 치솟아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가중됐다.
예적금 금리도 오르면서 투자시장에서 은행으로의 역머니무브 현상도 심화됐다. 이에 5대 금융지주는 역대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고 금융당국은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책금융상품도 내놨다. 올 한해 금융권 주요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5대 금융지주 "금리 인상기 타고 역대 최대 실적"


신한·KB·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5조826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약 12%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신한금융이 4조3154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리딩금융 타이틀을 3년만에 탈환했고 KB금융이 4조279억원, 하나금융이 2조8495억원, 우리금융이 2조6617억원, NH농협금융이 1조9717억원 등의 순이익을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사에 따라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진 제로금리 시대에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열풍으로 가계빚이 올 3분기말 기준 1870조6000억원까지 불어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3.25%까지 끌어올리자 금융지주사들이 막대한 이자이익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5대 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이익만 36조9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8% 증가했다.


한국 기준금리 1→3.25%, 올해만 2.25%포인트 급등


한국은행이 2012년 6월 이후 10년5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연 3.25%로 올려놨다.

올 1월초까지만 해도 1.00%에 그쳤던 기준금리는 올해 들어서만 2.25%포인트 치솟았다.

올 4월부터 11월까지는 사상 처음으로 6회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은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낸 것은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7월(6.3%) 정점을 찍은 이후 8월(5.7%), 9월(5.6%) 떨어지다가 10월(5.7%) 소폭 높아졌다. 이어 11월 5.0%로 한달만에 0.7%포인트 떨어졌지만 여전히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2%)의 두배 이상에 달한다.

내년 한국 기준금리는 3.75%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 올 11월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최종금리를 3.50%로, 2명은 3.75%로, 나머지 1명은 3.25%로 언급했다.


3년만에 귀환한 안심전환대출, 문턱 낮춰도 외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 선을 뚫으면서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금융당국은 최저 연 3.7%의 장기·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갈아탈 수 있는 '안심전환대출'을 9월15일 출시했다.

당초 공급목표는 25조원이었지만 지난 9일 기준 신청 금액은 8조2538억원으로 총 공급 규모의 약 33%에 그친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형·혼합형(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최저 연 3.7%의 금리로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상품이다.

안심전환대출이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는 요건이 까다로워서다. 안심전환대출은 1회차(9월 15일∼30일)에는 주택가격 3억원까지 신청할 수 있고 2회차(10월 6일∼17일)에는 주택가격 4억원까지 신청할 수 있었다.

신청이 저조하자 주금공은 11월7일부터 주택가격 기준을 6억원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신청 자격 역시 부부합산소득 1억원 이하여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으로 인해 대상자 자체가 크게 줄어든 것을 저조한 실적의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주담대 금리 14년만에 8% 돌파


올 11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14년만에 8%대에 진입했다. 하나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1월15일 6.764~8.064%를 기록했다.

해당 주담대 상품은 하나 아파트론, 하나 변동금리 모기지론, 가가호호담보대출, 원클릭모기지론 등이다.

이는 은행채 금리가 급등한 영향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1년물(무보증, AAA) 금리는 11월2일 5.107%까지 올라섰다.

은행채 12개월물 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2008년 12월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만이다.

이에 따라 주담대 금리는 머지 않아 9%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예를 들어 5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빌렸을 경우 금리가 4%일 때는 월 원리금이 약 239만원에 그치지만 같은 조건에서 금리만 9%로 오르면 매월 은행에 약 402만원의 원리금을 내야 한다.


카카오페이, 손해보험업 진출… 대형 플랫폼 공세 시작


대형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등에 입은 카카오페이가 지난 10월 금융안심보험을 내놓으며 손해보험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사업 초기 생활밀착형 소액단기보험을 위주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한 뒤 장기인보험까지 사업 영역을 늘려나갈 카카오페이손해보험에 기존 손해보험사들은 크게 긴장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진출은 기존 손해보험사들의 디지털화를 앞당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화재는 지난 4월 금융 통합 애플리케이션 '모니모'를 선보인 이후 모니모와 관련한 상품, 서비스를 확대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은 자체 온라인 채널보다 네이버와 토스 등 플랫폼과 제휴를 통해 생활밀착형 보험 판매를 늘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2023년 상반기 중 두 번째 생활밀착형 보험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손해보험사들의 추가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메리츠화재, 창사 100년 만에 손보업 2위 차지


메리츠화재는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 2607억원을 달성하며 삼성화재(2826억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1922년 설립 이후 무려 100년 만의 성과다.

메리츠화재는 부동의 2위로 불렸던 현대해상(1271억원)보다 무려 2배 이상 앞서며 기선을 확실하게 제압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도 7247억원으로 역대최고실적을 기록했다. 2025년까지 손해보험업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김용범 부회장의 목표가 점차 현실화 하는 분위기다.

메리츠화재가 2위를 차지한 데에는 장기인보험에 집중한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고수익 상품으로 불리는 장기인보험은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보험으로 사람의 신체, 생명 위험, 건강 등을 보장하는 상품을 뜻한다.

메리츠화재는 2019년부터 장기인보험 실적이 1위인 삼성화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2020년 말 초회보험료 기준 월별 실적으로 드디어 삼성화재를 앞지르기까지 했다.

김 부회장은 "상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수익성 극대화 전략을 통해 1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1사 1라이센스 규제 유연화'… 펫보험, 여행자보험 전문회사 나온다


지난 11월 열린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금융위원회가 1사 1라이선스를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소액·단순보상을 해주는 보험 등 전문분야에 특화된 보험사 출범이 기대되고 있다.

기존 보험사들은 '1사1라이센스' 원칙에 따라 생명보험(이하 생보)과 손해보험(이하 손보)을 겸업할 수 없었다. 복수의 라이센스를 받기 위해서는 교보생명과 한화손보가 각각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캐롯손보 등 인터넷 전문보험사를 별도로 설립한 것처럼 판매채널을 분리해야 했다.

동일 그룹 내 손보사가 없는 생보사가 소액단기전문보험사 설립을 통해 손보 상품을 취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생보사가 자회사로 펫보험전문회사, 여행자보험전문회사를 보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한화생명이 펫보험 자회사를, 교보생명이 여행자보험 자회사를 만들 수 있는 것. 동일 그룹 내 손보사가 있는 경우라도 해당 손보사가 펫보험을 판매하지 않는다면 펫보험전문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LTV 완화에도 개인별 DSR 규제 강화


올해 정부는 대출규제 정상화를 추진하면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고삐는 단단히 쥐었다. 가계대출이 서민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만큼 DSR 규제를 완화할 경우 오히려 가계와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는 이달부터 무주택자에 대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를 50%로 일원화하는 등 대출규제를 완화했다.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도 허용했다.

다만 DSR 규제는 지난 7월 발표한 DSR 3단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총 대출액 1억원이 넘는 차주는 DSR 40% 이내에서만 신규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코인의 배신… 이젠 예·적금 오픈런 뛴다


올해는 금리 인상기 속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면서 정기 예·적금에 돈이 몰리는 '머니 무브' 현상이 거셌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 시대'가 열린 데다 증시가 힘을 못 쓰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흘러갔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의 수신금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리 0.1%를 더 받기 위해 개점 전 은행을 찾는 예·적금 오픈런족(판매 전부터 기다렸다가 구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정기예·적금은 한 달 전보다 45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01년 12월 통계 편제 이후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에 여전채 급등까지… 카드사 골머리


올 한 해 카드사들에게 봄날은 없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또 한 번 인하된 데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여신전문금융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자금조달 상황이 녹록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올해를 넘겨도 내년이 문제다. 한국기업평가는 내년 카드사들의 이자 비용만 1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 봤다

여기에 카드론(장기카드대출)·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 약정) 등 알짜 수익원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리가 강화돼 규모를 마냥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빅테크의 공세는 여전히 위협적이기만 하다. 성장보다는 생존을 택한 카드사, 과연 볕들 날은 찾아올까?

박슬기, 전민준, 강한빛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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