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가 현실로… 미래 시장 이끌 'K-로봇'

[머니S리포트- 위기 파고 넘어 K-신드롬 이어간다⑨] IT 업계, 블루오션 로봇 산업 정조준

[편집자주]다사다난했던 임인년이 저물고 계묘년 새해가 시작되지만 글로벌 경기전망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세계 경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미국·중국 무역전쟁 심화 등 지정학적 위기 고조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주요국들의 금융긴축 지속과 아직 끝나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도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대변되는 '3고(高)' 현상과 소비 둔화 등 국내 경제 환경 역시 녹록지 않다. 유례없는 복합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올해 민간투자의 저력을 앞세워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각 산업은 초격차 기술로 무장해 세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정부는 대대적인 지원으로 'K-신드롬'에 추동력을 실을 방침이다. 계묘년 새로운 도약을 향해 나아갈 'K-산업'의 전략을 살펴봤다.

LG전자가 로봇 산업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LG 클로이 로봇이 식당, 병원, 학교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기사 게재 순서
① 공급망 위기에 '자국 우선주의' 심화… '수출 강국 코리아' 전략은
②깊어지는 미·중 갈등… 샌드위치 한국의 묘수는
③ 韓 성장 기둥 반도체, 종합 1위 노린다
④전기차 심장 K-배터리, 제2의 반도체 신화 쓴다
⑤기술의 K-조선, 글로벌 초격차 '뱃고동'
⑥원전강국 재도약 나선다
⑦ UAM 등 미래 모빌리티 중심에 선 '한국차'
⑧현대차, 세계 1등 수소산업 정조준
⑨SF 영화가 현실로… 미래 시장 이끌 'K-로봇'
⑩ "AI 경쟁력 세계 3위로"… 700조원 시장 선점 나선다
⑪2023년 게임산업이 기대되는 이유… 신작 대거 공개
⑫中 넘어 '기회의 땅' 찾는 K-뷰티
⑬이어지는 R&D 결실, 새해 기대되는 한국산 신약은?
⑭위기 때마다 저력 발휘한 K-건설, '제3의 중동붐'에 주목한다

공상과학(SF) 영화에 종종 등장하던 로봇이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로봇은 그동안 생산 공장에서 보조자 역할에 그쳤지만 이제는 식당, 사무실 등 일상 곳곳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그 중심에 기술력이 우수한 K-로봇이 있다. 정보기술(IT) 업계는 미래 먹거리로 일찌감치 로봇을 점찍고 당찬 걸음을 시작했다. 특기인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로봇을 여러 사업 분야에 접목, 전방위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곧 도래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로봇 산업의 중요성은 커질 게 자명한 만큼 이를 위한 IT 업계의 산업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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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로봇에 사활… 사업 영역 확장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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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K-로봇의 대표 주자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로봇 사업을 중요시하는 만큼 그룹 차원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로봇은 수익이 저조해 접은 스마트폰 사업을 대체할 LG그룹의 승부수다. 구 회장 취임 첫 해인 2018년 LG전자는 산업용 로봇 제작사 '로보스타' 경영권을 인수하고 로봇 사업의 기치를 들었다. 이후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LG 클로이' 로봇을 생산하고 물류, 의료, 교육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2022년 8월 홍콩반점, 인생설렁탕 등 식음료(F&B) 매장에 'LG 클로이 서브봇'을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11월에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에 'LG 클로이 서브봇' 4대와 '가이드봇' 3대를 공급했다. 서브봇은 병원정보시스템(HIS)과 로봇관제시스템 간 연동을 토대로 생체 인증 기술을 적용해 의약품을 전달받을 병원 관계자를 식별한다. 의료 기구의 다양한 규격을 고려한 맞춤형 트레이를 적용하는 등 의료 환경에 최적화된 기능을 갖췄다. 가이드봇은 터치스크린과 음성 안내를 통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심야 시간대 순찰 업무도 수행한다.

최근 자율주행 기반 물류 로봇인 LG 클로이 캐리봇을 CJ대한통운과 파스토 등 물류창고에 연달아 공급하며 물류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교육 현장 역시 LG전자 로봇이 활약하고 있다. 2022년 10월 경북 구미 사곡고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경북 지역 학교에 클로이 가이드봇도 공급한다. 주로 학생들의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는데 제품 앞뒤에 27형 터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AI를 기반으로 장애물을 스스로 회피하는 자율주행 기능 등을 갖췄다. 해외 시장도 공략 중이다. 앞서 같은 해 5월 일본 식당 프랜차이즈와 미국 식당, 마트 등에 클로이 서브봇을 공급했고 최근 일본 가라츠시 내 병원에서 비대면 방역 로봇인 클로이 UV-C봇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LG 로봇이 빠르게 경쟁력을 갖춘 배경엔 그동안 축적한 ▲자율주행 ▲센서 ▲AI ▲카메라 등 핵심 기술 역량이 꼽힌다. LG 클로이 서브봇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 최고 발명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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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미래 먹거리 '로봇' 낙점… 향후 중국과 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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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들은 본업인 통신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탈출구인 로봇에 주목하고 있다. KT는 2021년부터 자체적으로 개발한 로봇 통합 플랫폼을 토대로 AI 서비스 로봇과 AI 방역 로봇, AI 호텔 로봇 등 여러 로봇을 선보이고 있다. 실내 공간에 한정된 서비스를 실외까지 확장해 아파트, 리조트, 도심 등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 어디에서나 로봇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을 공략하고 있다. AI 서비스로봇은 어떠한 매장 환경에서도 서빙·퇴식 등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다. 로봇 트레이에는 자체 무게 센서 감지 기술이 적용돼 손님이 물건을 내리면 자동으로 대기 장소로 복귀한다. 2022년 6월엔 서울 용산 전자랜드 3층에 KT로봇관을 열고 주력 로봇인 서비스로봇과 방역로봇을 시연하고 판매하기도 했다.

SK텔레콤 역시 장차 미래를 좌우할 핵심 5대 사업으로 로봇을 택했다. 통신업을 넘어 로봇 기술을 가진 만능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만도, 한양대학교 등과 함께 자율주행 방범로봇 '골리'를 개발했다. 자율주행 순찰 로봇이 스스로 위치와 경로를 인식하며 산책로와 심야 골목을 순찰해 화면을 관제센터로 보내면 센터에서 상황을 점검하고 로봇을 원격으로 제어한다.

LG유플러스는 식구인 'LG전자'와 손을 잡고 서빙·배송·안내 등 서비스 분야의 디지털 전환(DX)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비스 로봇 사업을 확대하고 로봇 전문 판매 채널 공동 발굴과 활용 등에 나선다.

로봇 시장은 제조로봇 중심에서 서비스로봇 시장으로 재편되며 성장세가 뚜렷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전 세계 로봇 시장 규모가 2019년 310억달러(약 41조원)에서 2024년 1220억달러(약 163조원)까지 커진다고 봤다. 향후 160조원에 달하는 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기존 미국·일본·독일 등 로봇 강국뿐 아니라 신흥국 중국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저가형 로봇을 내세워 무서운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중국제 서비스 로봇 판매액은 2021년 302억6000만위안(약 5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1년 새 36%가량 올랐다. 이러한 중국의 전략을 막아내기 위해선 기술력이 필수다. LG전자는 원천 기술로 활용될 수 있는 6세대 이동통신(6G)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물량 저가 공세를 대항하기 위해선 기술력과 안정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국내 기업들이 철저한 검수를 통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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