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해고자 79% 3개월 내 재취업”···“美 국채금리 3.85% 돌파”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유럽 국채금리 상승과 중국의 여행재개 움직임에 연 3.85%를 돌파하면서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1.3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0.40% 내린 반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11% 올랐는데요.
앞서 중국 정부가 다음 달부터 자국민의 해외여행을 허가하고 외국인들의 중국 비자연장과 재발급 신청을 받기로 했습니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는 수요를 늘릴 수 있는데요. 이날 내년 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전 거래일보다 3센트(0.04%) 하락한 배럴당 79.53달러에 마감했지만 오전에는 80달러를 웃돌기도 했습니다.
시장이 바랐던 산타는 보이지 않았는데요. 중국 상하이 공장의 생산감축 방안을 내년 1월에도 연장적용한다는 소식에 테슬라가 11.41% 폭락했고, 겨울폭풍에 수천 편의 비행기가 결항된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5.94% 떨어졌죠. 연말이라 특별한 소식이 많지 않은 만큼 오늘은 미국의 노동시장 상황을 집중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집리쿠르터(ZipRecruiter)의 설문부터 보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집리쿠르터가 10월 중순 기준 최근 6개월 내 새로 일을 시작한 255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정보기술(IT) 분야 종사자 79%가 해고 당하거나 계약이 종료된 후 3개월 내에 일자리를 다시 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직 기간이 한 달이 안 되는 경우도 37%인데요.
IT 쪽 재취업을 주목하는 것은 최근 이 분야에 해고가 집중됐기 때문입니다. 약 1만 명의 근로자를 내보내기로 한 아마존을 비롯해 트위터, 메타 등 빅테크 업체들의 해고가 이어지면서 노동시장이 둔화하고 경기와 인플레이션도 가라앉을 것이라고 봤었는데요.
이번 설문은 외부에 가장 많이 알려진 IT의 해고 소식의 실제 파급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그동안 구인이 많아 “대규모 해고에도 금세 일자리를 구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왔던 것이 숫자로 확인된 것이죠. 특히 같은 IT업종에 재취업한 경우가 74%로 나머지는 소매와 금융, 의료 분야로 옮겼다고 합니다. IT에 일자리가 많은 셈인데요. IT 분야서 일자리를 잃고 6개월 이상 장기 구직을 한 이들의 비중도 약 5%로 지난 2월 조사 당시의 26%에서 크게 감소했습니다.
줄리아 폴락 집리쿠르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IT 업종의 광범위한 해고와 채용동결, 비용감축에도 많은 기술분야 노동자들은 새 일자리를 정말 빠르게 찾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이는 개인차원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입장에서는 골치아픈 일입니다. 노동시장 둔화를 통해 임금상승률과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는 연준 입장에서는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인데요.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 연준이 내년 목표로 삼은 실업률 4.6%에 이르려면 경제활동참가율 62.1%(11월 수치) 가정 시 매달 3만4000개씩 일자리가 감소해야만 합니다. 경제활동참가율이 더 높아지면 고용증가폭이 더 커도 되지만 코로나19 이후 조기은퇴와 이민자 감소로 구조적인 공급문제가 있는데요. 코로나19 직전인 2020년 2월의 미국의 경제활동참가율이 63.4%였는데 현재는 1.3%p나 낮죠. 지금 수준에서 한 달에 4만5000개 고용이 늘어나면 실업률은 4%에 그칩니다.
이러면 연준의 내년 인플레 목표인 3.5%에 도달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추가 긴축이 불가피한 상황이 오는데요.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밝혔듯, 연준은 명목 정책금리가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보다 약 1.5%포인트(p) 정도 높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근원 PCE가 내년에 4%에 그친다면 정책금리는 5.5% 수준이 돼야 할 건데요.
강한 노동은 양날의 검입니다. 소비를 유지해 연착륙 확률을 높이기도 하지만 인플레이션 하락을 원하는 연준의 추가 긴축을 불러와 결국 침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지금은 후자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이구요. ‘강한 노동→서비스업 지출→서비스 물가 및 임금상승→인플레 하락 어려움→긴축 강화’입니다. 집리쿠르터의 자료를 보면 79%(IT)였던 3개월 내 재채용 여부를 전체 산업으로 확대하면 무려 83%에 달하는데요.
걱정이 많았던 IT도 실제로는 괜찮았는데 나머지 업종은 노동시장이 더 타이트하다는 거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6일 현재 투자은행(IB)과 증권사 등 53개 기관의 내년 월평균 취업자 수가 2만 명으로 나오는데 집리쿠르터 자료를 포함한 노동시장 상황을 보면 크게 둔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데요. 연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취업자 수 급감의 징조가 크게 보이지 않는다”며 “인구구조 변화와 코로나19에 따른 조기은퇴로 경제활동참가율이 오르더라도 소폭만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12월 비농업 일자리만 봐도 그런데요. 이날 블룸버그의 집계치를 보면 1월6일에 나올 12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폭이 20만 개(중앙값)로 추정됩니다. 최저치는 13만 개, 최고치는 27만 개에 달하는데요. 11월 고용은 26만3000개 증가였습니다.
기관별로 보면 노무라가 13만으로 가장 낮고 모건스탠리 18만5000, 바클레이스 20만, 웰스 파고 20만5000, HSBC 증권 24만 등인데요. 11월보다 줄어드는 것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여전히 중앙값 예상치가 20만 개에 달하죠. 10만 개 수준이나 마이너스는 아직 기미가 안 보이는데요.
12월 실업률도 3.7%로 전달과 같고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년 대비 5.0%, 1달 전과 비교하면 0.4%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5%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11월(5.1%)보다 약간 낮아지지만 연준의 인플레이션 타깃(2%)을 고려하면 2.5배나 됩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임금상승률이 결국은 인플레 타깃 수준까지 내려가야 한다고 했는데, 12월 고용관련 지표들의 전망치를 보면 고용시장은 여전히 강한 건데요. 월가는 임금상승률이 내년에도 4%를 넘고 2024년 2분기에도 3%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죠.
고용보고서에 앞서 나올 1월5일의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12월 민간고용은 14만5000개 증가로, 11월(12만7000개)보다 되레 더 늘어나는 것으로 나옵니다. 29일에 있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2만5000건으로 전주(21만6000건)보다 약간 늘고요.
전체적으로 다 추정치이기 때문에 실제 숫자를 봐야 하지만 노동시장이 서서히 약해지고 있으나 급격하게 둔화하는 모습은 현재로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는 게 핵심입니다. 소비는 속도가 관건이지만 둔화하고는 있는데요.
확실히 주택시장은 둔화속도가 빠릅니다. 이날 나온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10월 주택가격지수가 전월보다 0.5% 하락했는데요. 4개월 연속 하락입니다. 크레이그 라자라 S&P 다우존스 전무는 “연준이 계속 금리를 올리면서 모기지 금리가 집값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도전적인 거시경제 환경이 지속하면서 집값은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제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지역에 이어 텍사스 지역 제조업도 빠르게 약해지고 있는데요. 댈러스 연은의 11월 제조업체 기업활동 지수가 -18.8로 월가 추정치(-15)와 11월 수치(-14.4)보다 나빴습니다. 연준의 금리인상에 제조업과 부동산은 가라앉고 있지만 금리 민감도가 덜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노동과 소비가 둔화하지만 아직 버티고 있는 건데요.
추가로 중국의 여행재개를 포함한 향후 경제활동 재개가 미국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에 변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의 규제완화는 공급망 우려를 덜고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수요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요인이 되기도 하는데요.
이날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3.85%까지 올랐습니다. 유로지역의 정책금리 인상전망에 독일의 2년 물 국채금리가 이날 2.696%까지 오르면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10년 만기 독일국채금리도 올랐는데, 여기에 중국의 수요 증가 우려가 더해졌지요.
중국의 수요 증가는 유가에 영향을 줍니다. 추운 날씨에 미국 걸프만의 정제시설(처리능력 기준 3분의1)이 문을 닫은 상태인데요.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에 유가가 하향 안정화할 수 있다는 게 큰 그림이지만 만에 하나 유가가 변수가 될지 봐야하는데요. 토르토이즈의 롭 텀멜은 “중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하면 2023년에 유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가격상한제를 도입한 국가와 기업에 석유 및 석유제품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는데요. 적용 기간은 내년 2월부터 7월1일까지 5개월 간입니다.
지난 5일부터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 회원국, 호주 등 27개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가격을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제한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해운사는 미국과 유럽 보험사의 보험을 못 쓰게 했는데요. 앞서 러시아 정부는 내년 초 석유생산을 5~7% 줄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죠.
꽤 좋지 않은 시장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프 크럼펠만 마리너 웰스 어드바이저의 최고 시장 전략가는 이날 CNBC에 “주가가 떨어졌다고 사지 마라(Don't buy the dips)”고 잘라 말했는데요.
증시가 안 좋다 보니 산타랠리는 단지 신화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Birinyi 어소시에이츠는 산타랠리는 2001년 거의 6%, 2009년 7% 이상 때만 상당한 수익률을 거뒀을 뿐이며 2000년 이후의 평균은 0.76%라고 주장했는데요. Birinyi의 조슈아 루빈은 “좋은 투자 정책이나 접근법이 아니”라고 했죠.
매트 말리 밀러 타박의 최고 시장 전략가는 “우리는 내년에 금리인하를 뜻하는 연준의 피벗(pivot·정책전환)을 얻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경제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매우 심각할 때 나타날 것”이라며 “만약 경기가 지금처럼 속도가 느려지는 수준이라면 연준은 추가인상을 멈추더라도 높은 수준의 금리를 한동안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다면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빠졌을 때이므로 시장에 좋지 않고, 지금처럼 꾸역꾸역 성장해 나간다면 연준이 물가억제를 위해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오래 유지할 수 있어 좋지 않다는 말인데요.
긍정론자들도 남아 있습니다. 카슨 그룹의 데트릭은 주가지수가 2년 연속 빠지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들어 내년에 시장이 상승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1928년 이후 S&P가 2년 연속 하락한 경우는 4차례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블룸버그통신은 “1970년대를 예로 들면 1975년의 잔혹한 경기침체가 끝난 후에도 인플레이션은 1976년까지 바닥을 찍지 않았다”며 “그리고 바닥에 도달했을 때 여전히 5%였는데 경제는 그 지점부터 가속화하기 시작해 인플레이션을 다시 위로 밀어올렸다”고 했습니다.
앞서 전해드렸듯 미국의 노동시장이 매우 타이트합니다. 이런데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르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2023년도 쉽지 않을 듯합니다. 비관론적이기만 해서는 주식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지만 경기침체와 높은 물가, 타이트한 고용이 맞물려 있는 상황은 약간 다른 것 같은데요. 마이클 레이놀즈 글렌메데 투자전략 부사장은 “역사적으로 약세장은 14개월 간 지속하면서 고점에서 -35.7%를 기록했다. 지금 시장은 전형적인 평균 모델을 따르고 있는 듯하다”며 “추가하락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의 비중축소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고려해야만 한다”고 했죠. 리스크 요인을 최대한 따져가며 조심스럽게 나아가야 할 시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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