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한 김경수 "받고 싶지 않은 선물 억지로 받아"
"국민통합은 일방통행으로 안돼"
"따뜻한 사회 위해 낮은 자세로 성찰·노력"
지난 대선 때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복역 중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윤석열 정부의 특별사면으로 28일 0시를 조금 넘겨 창원교도소를 나왔다.
짙은 푸른색 계열 양복을 입은 김 전 지사는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따뜻한 봄에 나오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추운 겨울에 나왔다"며 "이번 사면은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은 셈"이라고 출소 소감을 말했다.
부인 김정순 씨를 통해 페이스북에 공개한 '가석방 불원서'에서 밝혔듯 원치 않는 사면을 받아들여야 했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한 것이다.
그는 “원치 않았던 선물이라 고맙다고 할 수도 없고, 돌려보내고 싶어도 돌려보낼 방법이 전혀 없었다”며 "결론적으로 보낸 쪽이나 받은 쪽이나 지켜보는 쪽이나 모두 난감하고 딱한 상황"이라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는데 통합은 이런 일방통행, 우격다짐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이 훨씬 더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정치의 중요한 역할이 갈등을 조정, 완화하고 대화,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제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제 사건의 진실 여부를 떠나 몇 년간 저로 인해 갈등과 대립의 골이 더 깊어진 것이 아닌지 돌아봤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이곳 창원교도소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동안 많이 생각하고 많은 것을 돌아봤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지사는 마지막으로 "제가 가졌던 성찰의 시간이 우리 사회가 대화와 타협, 사회적 합의를 토해 더 따듯한 사회를 만드는 걸음이 되도록 더 낮은 자세로 성찰하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질의 응답은 다음 기회에 차분하게 합시다"고 밝힌 후 곧바로 차를 타고 창원교도소를 떠났다.
김 전 지사는 1심 법정구속 기간 77일을 제외하고 확정판결 후 창원교도소 수감 520여일 만에 형 면제로 출소했다. 정부는 내년 5월 형기 만료를 앞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복권 없이 사면했다. 이에 김 전 지사는 2027년 12월28일까지 피선거권이 없어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김 전 지사는 출소 후 첫 일정으로 이날 오전 10시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그는 참여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제1부속실 행정관을 거쳐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해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렸다.
전날 밤부터 경남 창원시 창원교도소 앞에는 신년 특별사면에 포함돼 출소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맞이하기 위해 그의 정치적 동지들과 경남을 비롯해 부산, 서울 등 전국에서 모인 100여명의 지지자가 몰렸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교도소 앞에 '김경수 전 지사의 진심을 믿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고 김경수 전 지사 팬클럽 '미소천사' 회원들은 커피차를 보냈다.
김 전 지사의 아내 김 씨도 일찌감치 현장에 도착해 차분히 출소를 기다렸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 김해갑)과 허성무 전 창원시장, 변광용 전 거제시장,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 정치인들과 김 전 지사와 경남도정을 이끌었던 정무직들도 함께했다.
현장에선 차분함과 지지자들의 들뜬 마음이 공존했다. 김진규 미소천사 회장은 "우리 모두 김 전 지사가 하루빨리 복권돼 정치적 날개를 다시 달기를 기다렸다"며 "동지애를 갖고 김 전 지사가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변 전 거제시장은 "코로나19가 심해 면회를 못 가 아쉬웠다"며 "친구인 김 전 지사의 손을 잡아주고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어 이 자리를 찾았다"고 말했다.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과 관계자들은 28일 0시가 되자 "김경수는 무죄다"라고 외치며 김 전 지사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김 전 지사는 28일 0시 4분께 교도소 정문으로 나와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뒤 포토라인에 서서 소회를 밝혔다. 그는 0시 11분 준비된 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한편 경찰은 약 90명의 인원을 현장에 투입해 혼잡한 상황을 막고 혹시 모를 김 전 지사 지지자들과 보수 유튜버 간의 충돌 등을 방지했다.
박동휘 기자 slypd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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