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 죽으면 1000명 일어날 것"…100일 맞은 히잡시위 韓서도 진행중

조현기 기자 유민주 기자 2022. 12. 2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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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사람들]①매주 일요집회 열어…韓서 이란 상황 해결에 도움 가능

[편집자주] 거리는 흐름의 공간이다. 하지만 이곳엔 언제나 ‘정체’된 사람들이 있다. 경찰과 검찰, 지방자치단체 등에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절망감을 안고 돌아섰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절박함은 30도 폭염에도, 영하 10도 한파에도 이들을 거리로 나서게 만든다. 이들에게 거리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마지막 절규 같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5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대사관 앞에서 열린 이란 히잡 의문사 관련 시위를 지지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란여성 아이샤(왼쪽)가 발언을 하고 있다. 박씨마 목사(오른쪽)가 오른쪽에 팻말을 들고 자리하고 있다. 2022.10.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유민주 기자 = 이란 출신 박씨마 목사는 요즘 하루 일과의 시작은 기도가 아니다.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이란 관련 소식을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됐다.

그는 지난 26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그동안은 진심으로 하나님과 예수님을 최고 우선순위로 생각했는데, 당분간만 이해를 부탁드린다며 십자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우선 순위가 바뀐 것은 이유가 있었다. 바로 그의 조국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 때문이다.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한국에 있는 모든 이란 유학생·근로자들이라면 똑같이 매일 일어나면 스마트폰부터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월부터 매일매일 터지는 이란 뉴스를 보고 울고,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시작하는 게 일과가 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른바 '히잡 의문사'로 시작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이날로 100일이 됐다.

◇ 도대체 지금 이란에 무슨 일이?…계속 커지는 반정부 시위

현재 이란에서는 4개월 동안 전국에서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처음에는 히잡 착용 반대 시위로 시작됐지만 반정부 시위로까지 확전되는 양상이다.

지난 9월13일 수도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히잡 미착용 혐의로 종교경찰(도덕경찰)에 체포된 마흐사 아미니(22)가 구금된 지 사흘만인 16일 숨졌다. 경찰의 구타가 사인으로 거론되면서 이란 민심은 폭발했고 정부를 향한 규탄 시위가 수개월째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란의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현재까지 시위 도중 숨진 사람만 500명이 넘고, 특히 최소 43명의 사형 집행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에는 유명 축구선수 아미르 나스르-아자다니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목사는 "사망자 수는 아마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지금 이란 정부는 사냥에 사용하는 '산탄총'까지 국민에게 쏘고 있다"고 심각한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우리 월드컵 때 골 넣으면 다 같이 소리 지르는 것처럼, 밤에 모두 다 불 끄고 한 가구에서 소리 지르면 다른 가구에서도 함께 정부를 규탄하는 소리를 지르고 있다"며 "이란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은 꺼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목사도 "이런 상황에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냐"며 가슴을 치며 이란 유학생·근로자들과 함께 지난 9월28일부터 우리나라의 거리로 뛰쳐나와 지금까지 '이란의 자유'와 변화를 염원하며 행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 '이란의 자유'를 위해 거리로…"독재자는 물러나라"

가벼운 옷차림으로 시작했던 거리의 외침은 어느덧 두꺼운 패딩을 입어야 하는 계절까지 이어졌다. 두꺼워진 옷만큼 그들의 마음도 무거워졌지만 마음은 더 두터워지고 있다.

박 목사와 이란 유학생·근로자들은 지난 9월28일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이슬람 대사관 앞에서 "여성인권자유" "독재자는 물러가라" "이란의 자유를 위하여" 등을 외치며 첫 집회를 시작했다.

이후 이들은 이태원으로 달려가 젊은 세대들과 외국인들을 향해 이란의 문제를 알렸고, 한국과 이란의 상징적인 의미가 담긴 강남 한복판의 '테헤란로'에서도 집회를 열었다.

현재 집회가 장기화하면서 이들은 이제 2개 그룹으로 나눠 활동하고 있다. 한 그룹은 매주 일요일 오후 3시 반부터 오후 5시 반까지 주한이란이슬람 대사관 앞에서 정기 일요집회를 담당하고 있다.

또 다른 그룹은 홍대·신촌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산발적으로 집회를 열고, 우리나라 국회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서 호소하고 있다.

◇ '대한민국의 관심' 정말 이란 상황 해결에 도움?…"물론입니다"

박 목사는 대한민국의 국민 한 사람,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가 이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현 상황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그의 호소는 단순한 감정적 호소가 아닌, 근거 있는 호소였다.

우선 박 목사는 대한민국 정부와 이란 정부 사이에는 동결된 수조원의 자금과 우리나라의 정·재계 및 유명 인사들이 사형수와 정치적 '스폰서'를 맺는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변화되기 전까지) 이란 정부에 돈이 들어가선 안 된다. 특히 우리나라에 묶여 있는 돈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실제 우리나라 은행에는 이란 핵 합의 결렬에 따른 이란의 동결된 자금 70억달러(약 9조원)가 있다. 이란 해외 동결 자산 중 최대 규모다.

또 "미국이나 해외의 유명 인사(인플루엔서)와 정치인들은 이란에서 사형 집행을 앞둔 사람의 스폰서가 되겠다고 이란 대사관에 알리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2명 사형 후 이란 정부가 사형 집행을 못 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과 유명 인사들도 동참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울러 박 목사는 본인이 80년대 한국에 처음 온 당시를 회상하며 "당시 연세대 앞에는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최루탄 가스가 가득했다"며 "당시 한국 상황이 이란 상황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국민들이 잘 알다시피) 결국 독재 정부가 뿌리 뽑혀야 이 싸움이 끝난다"며 수십 년 동안 독재에 저항해 민주화를 이룩한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란 국민들의 염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5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대사관 앞에서 열린 이란 히잡 의문사 관련 시위를 지지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이란여성 아이샤와 참석자들이 머리카락을 잘라 들어올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2.10.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거리의 목소리에 동참한다면 "함께 해주세요"

박 목사와 이란 유학생·근로자들은 이번 이란 국민들의 목숨을 건 거리의 외침은 다르다며 이란의 현 정부가 무너지고 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동안 이란 거리의 외침은 빵이고, 석유였고, 경제였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바로 '자유'"라며 "43년 동안 쌓인 것이 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지금 이란에선 "1명을 죽이면 1000명이 일어나겠다고 외치고, 거리에 나가서 아이가 사망하면 부모들이 기가 죽는 게 아니라 더 거리로 나가 저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한 아이의 '엄마'이자 '할머니'로서 끝까지 이란과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목사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저희 뜻에 공감한다면 매주 일요일 오후 3시 반 이란 대사관 앞으로 와달라"며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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