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종이값도 치솟는데 전기·가스요금까지"…인쇄업계 '암울'

김예원 기자 2022. 12. 2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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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충무로 인쇄골목.

또다른 인쇄업계 종사자 70대 C모씨는 "인쇄업계에 연말 특수라는 건 사라진 지 오래"라면서 "공공요금 현실화라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지금 상황에선 한 푼이라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인쇄업체를 운영하는 H모씨는 "전체 전기요금의 90% 이상이 24시간 기계를 가동하며 발생하는 비용"이라면서 "비록 전기세가 총지출에선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만 절약 가능한 부분이 아니라 걱정스럽긴 하다"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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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펄프가격 6개월째 고공행진…가격 상승폭 지난해 대비 50%↑
문서 디지털화 등 인쇄업계 침체 이어져…공공요금 소폭 인상도 큰 부담
사람 없이 한산한 서울 중구 충무로 인쇄골목. 2022.12.27/뉴스1 ⓒ News1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종이 가격이 한번 오르더니 내려갈 줄을 몰라요. "

서울 중구 충무로 인쇄골목. 인쇄업에 종사하는 60대 A씨는 롤에 감긴 종이를 매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쇄기는 종이를 찍어내며 바쁘게 돌아갔지만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그는 "종이 가격이 올해만 해도 세차례 넘게 올랐다. 지금도 오르는 중"이라면서 "(펄프 가격 인상때문에) 아직까진 전기세와 난방비가 총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지만, 여기서 더 오른다면 비용이 부담될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인쇄 및 출판업계가 새로운 3고(高)를 겪을 전망이다. 인쇄용지 성분의 60~70%를 차지하는 국제 펄프가격이 급상승한 것도 모자라 내년 1분기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국제 펄프가격은 지난 7월 이후 6개월째 1톤당 1000달러를 넘기며 고공행진 중이다. 펄프 가격 상승폭은 지난해 대비 50%를 넘어섰다.

현장에서 만난 인쇄 및 출판업계 종사자들은 문서의 디지털화 등의 이유로 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에서 물가와 요금 인상 자체가 부담이라고 입을 모았다.

충무로 인쇄골목은 구석구석마다 출판 및 인쇄소가 들어찬 국내 최대 출판·인쇄업체 밀집 구역이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전국 70%의 인쇄 및 출판업소가 등록됐을 정도로 호황이었지만 인쇄산업 환경 변화로 쇠퇴했다.

아내와 둘이서 가게를 운영한다는 인쇄업자 70대 B모씨는 "주문 물량 자체가 90년대보다 80~90% 정도 줄었다"면서 "80, 90년대 단가가 아직 유지될 정도로 판매가격엔 큰 변화가 없는데 펄프 가격 인상에 이어 각종 공공요금까지 오른다면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또다른 인쇄업계 종사자 70대 C모씨는 "인쇄업계에 연말 특수라는 건 사라진 지 오래"라면서 "공공요금 현실화라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지금 상황에선 한 푼이라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충무로 인쇄골목. 2022.12.27/뉴스1 ⓒ News1 김예원 기자

1분기 인상이 거의 확정된 전기 및 가스 요금도 부담이다. 최근 정부는 한전 측이 요구하는 요금 인상폭을 긍정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전기 요금이 물가 인상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가 심화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제출한 한전의 경영 정상화 방안 문건에 따르면 내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은 kWh당 51.6원이다. 올해 전기요금 총 인상액(kWh당 19.3원)의 약 2.7배에 달하는 규모다.

인쇄업체를 운영하는 H모씨는 "전체 전기요금의 90% 이상이 24시간 기계를 가동하며 발생하는 비용"이라면서 "비록 전기세가 총지출에선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만 절약 가능한 부분이 아니라 걱정스럽긴 하다"고 입을 열었다.

제본업계 종사자인 50대 장모씨는 "전기세는 봄과 가을엔 7만~8만원, 여름 겨울엔 15만~20만원가량 나온다"면서 "큰 차이는 아니지만 종이 가격 인상과 동반되니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올해 인상액보다 최소 1.5배에서 1.9배가량 상승이 예상되는 가스 요금도 걱정을 더하긴 마찬가지다.

인쇄소를 운영하는 70대 이모씨는 "이 근방 작업장들은 대부분 가스나 전기난로를 사용해 실내를 따뜻하게 한다"면서 "펄프 가격은 지금 이 순간도 계속 오르고 있는데 다른 비용을 어떻게 아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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