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 패권 시대… 韓, ‘하얀 석유’ 최대 생산국 濠와 밀착 [한반도 인사이트]

김선영 2022. 12. 28.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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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경제안보 동맹’ 부상
핵심광물 안정적 공급처로 주목
리튬·니켈 매장량 2위, 희토류 6위
2021년 한국의 광물자원 1위 공급국
북준주정부 “韓과 광물 협력 강화”
2023년 고위급 방한… 교역 확대 추진
“印·太 평화 수호” 군사협력 강화
양국 국방장관, 연합훈련 확대 합의
‘中 견제’ 대대적 군사력 증강 나선 濠
韓 ‘레드백’ 장갑차 구매후보로 호평
계약 성사 땐 ‘방산협력 기폭제’ 기대

“호주는 한국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호주 외교통상부 동북아시아국의 마르코 살비오 정책관은 “한국과 호주는 소중한 파트너”라며 “호주는 한국의 경제안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호주 무역투자진흥기관인 오스트레이드(Austrade)의 시드니 사무실에서 인터뷰한 살비오 정책관뿐 아니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워클리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2년 한·호 언론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호주 연방정부와 주(州)정부 인사 대부분도 한국을 ‘없어선 안 될 파트너 국가’로 인식하고 있었다.
호주 서호주 주도인 퍼스에서 남쪽으로 자동차로 4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는 BHP(Broken Hill Proprietary)사의 황산 니켈 공장의 모습. 이곳은 호주 최초의 니켈 황산화 공장으로 최대 운용 시 연간 10만t의 황산 니켈을 생산할 수 있다. BHP 제공
1961년 10월31일 공식 수교를 맺은 한국과 호주는 수교 60주년을 맞은 지난해 12월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기본적 가치를 토대로 우호 협력 관계를 꾸준히 발전시켜온 양국은 이제 전략적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협력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자원이 곧 무기’인 시대… 호주는 핵심 파트너

한국은 중국, 일본, 미국에 이은 호주의 4위 교역국이다. 올해 10월 기준 한·호 간 교역액은 530억2380만달러(약 67조7110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자원이 곧 무기인 시대에 호주의 핵심광물은 양국의 상호보완적인 교역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가 지난 9월 발간한 ‘호주 핵심광물 공급망 동향 및 한국과의 협력 방향’ 보고서는 향후 안정적인 핵심광물 공급처로 호주를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는 지난해 기준 한국의 광물자원 1위 공급국이다. 광물 수입액만 187억7000만달러(약 23조9690억원)였다. 호주는 이차전지 제조에 필요한 대표 광물인 리튬·니켈·코발트 매장량이 세계 2위, 희토류 매장량은 세계 6위 국가다. 특히 세계 최대 리튬 생산국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55%를 차지한다.
호주 산업과학자원부 핵심광물실의 앤드루 허치슨 정책관은 “호주는 다양한 핵심광물을 보유하고 있다”며 “그래서 한국처럼 수요가 있는 국가에 장기간 안정적으로 (핵심광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호주는 6개의 주와 2개의 준주로 이뤄진 연방국가다. 핵심광물의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주정부 차원의 노력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리튬, 니켈, 망간, 코발트, 희토류, 구리 생산지로 호주 광물과 석유 수출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호주주(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WA)에서는 지난해에만 관련 매출이 30% 증가했다.

다양한 핵심광물 매장량이 많은 북준주(노던테리토리·NT)도 한국과 일본, 유럽, 북미지역 국가들과 교역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준주 정부 투자청의 클레어 조지 투자유치 국장은 “북준주는 특히 한국과의 핵심광물 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내년 수석장관 등 여러 정부 고위급 인사의 방한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안보 이어 국방·방산 분야까지 협력하는 양국

한국과 호주 외교당국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규범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5일 이미연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과 개리 카원 호주 외교부 전략지정학 차관보 대행은 양자 차원의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과 함께 IPEF, 핵심광물협력파트너십(MSP) 등 소다자 차원에서도 공조하기로 했다.

IPEF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 및 파트너 국가를 규합해 지난 5월 출범시킨 경제협력체다. 한국과 호주를 포함해 일본, 인도, 뉴질랜드, 베트남 등 1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역시 미국 주도로 지난 6월 출범한 MSP는 청정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핵심광물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다자 협력 구상이다. 한국과 호주, 프랑스, 일본, 영국 등 11개 국가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국가이자 자유·민주주의 등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과 호주는 군사작전 영역으로도 협력관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달 22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캄보디아에서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두 장관은 회담에서 연합훈련과 방산 협력 확대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호주는 남태평양 진출을 확대하는 중국에 맞서 국방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 10년에 걸쳐 잠수함·미사일·호위함 등 새로운 전략자산 구매 예산 2700억호주달러(약 231조8570억원)를 배정한 상태다. 지난 12일 한국국방연구원(KIDA) 관영당에서 열린 ‘2022 홍릉 국방포럼’에서 캐서린 레이퍼 주한 호주대사는 ‘인도태평양 안보상황과 한국, 호주 등 역내 국가의 역할’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인도태평양에서 ‘힘이 곧 정의’라는 접근법으로 조건과 법칙을 만들지 못하게 세력 균형을 추구한다”며 “호주는 현재 국방전략 검토(Defence Strategic Review)를 작성 중인데, 이것이 향후 십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안보 위협에 맞설 호주방위군 능력을 최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의 국방력 강화는 한국 방산업계에는 기회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래형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Redback) 장갑차는 호주 육군의 최첨단 궤도형 보병전투장갑차 도입 사업(LAND 400 Phase 3)의 최종 시험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레드백이 선정될 경우 계약 규모가 50억∼75억달러(약 6조3850억∼9조578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백순 전 주호주 대사는 “내년 초 호주 정부의 최종 결정이 예상되는 가운데 레드백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한·호 간 방산협력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한국은 현지 합작생산을 할 것이고 양국이 협력해 생산한 방산제품으로 해외시장에도 공동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시드니·퍼스·다윈=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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