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민통합’에 방점… MB·김경수 등 여야 정치인 대거 사면
후보 시절 “MB, 댁으로 가셔야”
김경수 前지사 ‘선거사범’ 고려
野 구심점 부상 가능성 감안도
강운태 등 9명 ‘정치인’ 명단에
김기춘 前실장은 ‘공직자’ 분류
박근혜·MB정부 인사 대거 포함
‘尹 참모’ 김태효, 형 선고 실효돼
‘블랙리스트’ 최윤수, 11일 만에 복권
일각 “법치주의 훼손” 목소리도
정치권 엇갈린 반응
민주 “김 前지사 들러리 세운 것”
국민의힘 “돼지 눈엔 전부 추해”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취임 후 두 번째 특별사면을 통해 ‘국민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여야 정치인을 두루 사면하면서 통합을 강조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윤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시절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적폐 청산’ 수사 지휘를 통해 재판에 넘긴 인사도 대거 사면 명단에 포함됐다. 문재인정부 초중반에 재판에 넘겨진 이들의 경우 대부분 형기가 만료돼 이미 석방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해 사면·복권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경우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윗선의 수사 외압을 폭로한 사건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자에 대한 사면은 김 전 지사가 연루된 드루킹 사건에서 발생한 댓글 여론 조작과 형평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법무부는 “과거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라는 국가적 불행을 극복하고 하나로 통합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국정수행 과정에서 직책·직무상 관행에 따라 범행에 이른 주요 공직자들을 사면했다”며 “치열한 선거 과정 국면에서 저지른 범죄로 처벌받은 정치인 등에게 국가발전에 다시 기여할 기회를 부여하고, 정치발전과 국민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해 대규모 선거사범 사면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당이나 정파와 관계없이 수배·재판 중인 자, 벌금·추징금 미납자, 공천 대가 수수사범은 사면 대상에서 일괄 제외해 일관성 있는 사면권을 행사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내란 선동 혐의를 받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대표 등에 대한 사면은 애초부터 검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미납 추징금 사면도 진지하게 검토되지 않았다.
◆최경환·이병호 잔형 집행면제… ‘문고리 3인방’ 복권
또 보수 단체를 선별 지원했다는 ‘화이트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국정원을 동원한 불법 사찰과 관련해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복권됐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에게 사퇴를 강요했다가 미수에 그친 조원동 전 경제수석도 복권됐다.
이명박정부 시절 국정원과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의 ‘댓글 공작’ 사건의 책임자들도 사면됐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잔형이 감형됐고,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은 잔형 집행 면제에 복권됐다.
이번 특사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법치주의를 외려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은 박근혜정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지난 16일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이 확정됐으나 불과 11일 만에 형 선고 실효 및 복권 대상이 됐다.
선거사범 1274명은 이미 동종 선거에서 한 차례 이상 출마 제한 불이익을 받은 18·19대 대선, 20대 국회의원 선거, 6·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범들이다.
◆與 “갈등 벗고 통합 지향하려는 결단” 野 “적폐 세력 풀어준 묻지마 대방출”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 1373명에 대한 신년특별사면을 단행한 27일, 여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적폐 세력의 부활”이라며 맹폭하는 한편 김 전 지사의 복권 없는 사면을 겨냥해선 “들러리 세운 것”이라고 발끈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통합 의지를 보여준 사면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변인은 복권 없이 사면만 이뤄진 김 전 지사에 대해선 “사면불원서까지 제출한 김 전 지사를 끌어들여 사면한 것도 황당하다”며 “10년 이상 형이 남은 범죄자와 곧 만기출소를 앞둔 사람을 같은 무게로 퉁친 것”이라고 일갈했다. 같은 당 김의겸 대변인도 KBS라디오에서 “김 전 지사는 ‘날 끼워 넣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의사를 표명했는데도 억지로 집어넣는 건 그냥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그런 형태가 훨씬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친문(친문재인)계 적자로 불리는 김 전 지사의 사면이 야권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놓고 당내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계 간 파열음이 이는 상황에서 김 전 지사가 친문 의원들을 비롯한 비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다만 김 전 지사는 2028년 5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돼 2024년 총선과 2027년 대선 등엔 나설 수 없다. 이 때문에 당장의 정치활동은 제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면에 대한 민주당의 반발을 두고 “갈등을 벗고 통합을 지향하는 윤 대통령의 결단을 구태 정치로 더럽히지 말라”고 일침을 놨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 사면은 통합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사면을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죄악’이라고 표현한 민주당 이 대표를 겨냥해 “부처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부처로 보이고 돼지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우중·박진영·이지안·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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