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민통합’에 방점… MB·김경수 등 여야 정치인 대거 사면

이우중 2022. 12.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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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취임 후 두 번째 특별사면
후보 시절 “MB, 댁으로 가셔야”
김경수 前지사 ‘선거사범’ 고려
野 구심점 부상 가능성 감안도
강운태 등 9명 ‘정치인’ 명단에
김기춘 前실장은 ‘공직자’ 분류
박근혜·MB정부 인사 대거 포함
‘尹 참모’ 김태효, 형 선고 실효돼
‘블랙리스트’ 최윤수, 11일 만에 복권
일각 “법치주의 훼손” 목소리도
정치권 엇갈린 반응
민주 “김 前지사 들러리 세운 것”
국민의힘 “돼지 눈엔 전부 추해”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취임 후 두 번째 특별사면을 통해 ‘국민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여야 정치인을 두루 사면하면서 통합을 강조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비롯해 정치인·공직자, 선거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등 1373명에 대한 신년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사면과 관련해 국력을 하나로 모아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정치인의 경우 여야 균형을 고려해 명단을 정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여권 인사가 많아 균형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공직자로 봐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김 전 지사도 ‘공직자’로 명단에 포함됐으며, 이 전 대통령과 함께 8명이 ‘정치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김성태·이병석·이완영·최구식 전 의원 등 4명은 여권 인사로, 신계륜·전병헌 전 의원, 강운태 전 광주시장, 홍이식 전 화순군수 등 4명은 야권 인사로 분류됐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일찌감치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해 11월에도 수감 중인 이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댁에 돌아가실 때가 됐다고 본다”며 사면을 예고한 바 있다. 김 전 지사의 경우 사면됐지만, 내년 5월까지인 잔여 형기만 면제됐을 뿐 복권은 되지 않았다. 당장 정계 복귀의 길을 열어주지는 않은 것이다. 업무방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대선 기간 불법 여론 조작을 시도한 사실상의 선거사범인 점과 재판 지연으로 도지사 임기를 일부 채워 정치적 불이익이 덜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는 설명이다. 김 전 지사 본인이 사면과 가석방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낸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검찰이 출석을 요구한 상황에서 대표적 친문(친문재인) 인사인 김 전 지사가 복권된다면 야권의 구심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판단도 섞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 김경수 전 경남지사. 연합뉴스
이번 신년 특사 키워드를 국민통합으로 맞춘 것은 최근 두드러지는 국정 지지도 상승세에 동력을 더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광복절 특사에서 정치인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데는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정치인 사면에 따른 부정적 여론 악화를 우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윤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시절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적폐 청산’ 수사 지휘를 통해 재판에 넘긴 인사도 대거 사면 명단에 포함됐다. 문재인정부 초중반에 재판에 넘겨진 이들의 경우 대부분 형기가 만료돼 이미 석방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해 사면·복권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경우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윗선의 수사 외압을 폭로한 사건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자에 대한 사면은 김 전 지사가 연루된 드루킹 사건에서 발생한 댓글 여론 조작과 형평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법무부는 “과거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라는 국가적 불행을 극복하고 하나로 통합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국정수행 과정에서 직책·직무상 관행에 따라 범행에 이른 주요 공직자들을 사면했다”며 “치열한 선거 과정 국면에서 저지른 범죄로 처벌받은 정치인 등에게 국가발전에 다시 기여할 기회를 부여하고, 정치발전과 국민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해 대규모 선거사범 사면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당이나 정파와 관계없이 수배·재판 중인 자, 벌금·추징금 미납자, 공천 대가 수수사범은 사면 대상에서 일괄 제외해 일관성 있는 사면권을 행사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내란 선동 혐의를 받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대표 등에 대한 사면은 애초부터 검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미납 추징금 사면도 진지하게 검토되지 않았다.

◆최경환·이병호 잔형 집행면제… ‘문고리 3인방’ 복권

2023년 새해를 앞두고 27일 발표된 윤석열정부의 두 번째 특별사면엔 “국민통합” 차원에서 박근혜정부와 이명박정부 주요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최경환, 이병호, 김기춘(왼쪽부터)
박근혜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과 관련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이병호 전 국정원장,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은 잔형 집행이 면제되고 복권됐다.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복권됐다.

또 보수 단체를 선별 지원했다는 ‘화이트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국정원을 동원한 불법 사찰과 관련해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복권됐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에게 사퇴를 강요했다가 미수에 그친 조원동 전 경제수석도 복권됐다.

이명박정부 시절 국정원과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의 ‘댓글 공작’ 사건의 책임자들도 사면됐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잔형이 감형됐고,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은 잔형 집행 면제에 복권됐다.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분들이 과거 잘못된 관행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대가를 치렀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로 삼자는 차원”이라며 “국정농단 사태의 가장 큰 책임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된 점이 가장 많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조윤선, 우병우, 김태효(왼쪽부터)
현 정부 인사 중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포함된 점이 눈에 띈다. 김 차장은 이명박정부 때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재임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올해 10월 벌금 300만원 선고유예가 확정됐으나 형 선고 실효를 받았다.

이번 특사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법치주의를 외려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은 박근혜정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지난 16일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이 확정됐으나 불과 11일 만에 형 선고 실효 및 복권 대상이 됐다.

선거사범 1274명은 이미 동종 선거에서 한 차례 이상 출마 제한 불이익을 받은 18·19대 대선, 20대 국회의원 선거, 6·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범들이다.

◆與 “갈등 벗고 통합 지향하려는 결단” 野 “적폐 세력 풀어준 묻지마 대방출”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 1373명에 대한 신년특별사면을 단행한 27일, 여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적폐 세력의 부활”이라며 맹폭하는 한편 김 전 지사의 복권 없는 사면을 겨냥해선 “들러리 세운 것”이라고 발끈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통합 의지를 보여준 사면이라고 평가했다.

발언하는 尹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두 번째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국민통합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재문 기자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 “이명박 부패 세력과 박근혜 적폐 세력을 풀어준 ‘묻지마 대방출 사면’”이라며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사면”이라고 질타했다. 박 대변인은 또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법치주의는 도대체 실체가 무엇인가”라며 “부패·적폐·국기문란 세력 모두 방생해주는 게 법치주의에 걸맞은 결정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적폐 수사를 주도했던 사람이 바로 윤 대통령”이라며 “그런 점에서 심각한 자기부정이다. 적폐 수사를 이끌던 윤석열 검사와 적폐 세력을 풀어주는 윤 대통령은 다른 사람이냐”고 반문했다.

박 대변인은 복권 없이 사면만 이뤄진 김 전 지사에 대해선 “사면불원서까지 제출한 김 전 지사를 끌어들여 사면한 것도 황당하다”며 “10년 이상 형이 남은 범죄자와 곧 만기출소를 앞둔 사람을 같은 무게로 퉁친 것”이라고 일갈했다. 같은 당 김의겸 대변인도 KBS라디오에서 “김 전 지사는 ‘날 끼워 넣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의사를 표명했는데도 억지로 집어넣는 건 그냥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그런 형태가 훨씬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친문(친문재인)계 적자로 불리는 김 전 지사의 사면이 야권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놓고 당내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계 간 파열음이 이는 상황에서 김 전 지사가 친문 의원들을 비롯한 비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다만 김 전 지사는 2028년 5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돼 2024년 총선과 2027년 대선 등엔 나설 수 없다. 이 때문에 당장의 정치활동은 제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면에 대한 민주당의 반발을 두고 “갈등을 벗고 통합을 지향하는 윤 대통령의 결단을 구태 정치로 더럽히지 말라”고 일침을 놨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 사면은 통합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사면을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죄악’이라고 표현한 민주당 이 대표를 겨냥해 “부처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부처로 보이고 돼지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우중·박진영·이지안·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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