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로 돌아간 ‘진짜 5G’ 28㎓… “조급증에 무리하게 추진한 탓”
28㎓, 전파 도달거리 짧고 회절성 떨어져
서비스나 단말기 한계, B2C로 활용하기 무리
“정부 무리하게 추진하다 5G 주파수 정책 대실패”
4세대 이동통신(LTE)보다 20배 빠르다고 정부가 홍보하던 28㎓ 5세대 이동통신(5G) 정책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수식어를 얻기 위해 28㎓ 주파수 대역의 사업 모델이 뚜렷하지 않은데도 정부가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정부는 5G 28㎓ 기지국을 약속대로 구축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KT와 LG유플러스의 5G 28㎓ 주파수 할당을 취소했다.
정부는 KT와 LG유플러스의 주파수 할당 취소 이후 해당 대역 경매에 신규 사업자를 진입시켜 서로 경쟁하게 하는 게 현재 정책 방향이라고 했지만, 신규 사업자가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게 통신업계 시각이다. 통신사가 손을 뗀 사업이라 사업성과 투자 계획 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28㎓ 한계 명확한데 무리하게 추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3일 ‘5G 28㎓ 할당 조건 이행점검 처분 결과’ 브리핑을 통해 KT·LG유플러스에 대해서는 주파수 할당을 취소, SK텔레콤에 대해서는 주파수 사용기간 6개월 단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최우혁 전파정책국장은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할당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업자에 대해 할당취소를 한 것이다”라며 “할당 취소를 하고 난 후에 신규 사업자를 들어오게 하겠다는 게 지금의 정책 방향이다”라고 말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도 지난달 “(통신사에 대해) 매우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라며 “28㎓ 주파수 재할당의 경우 신규 사업자에 블록을 지정할 것이고 기존 통신사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다. 28㎓ 할당 취소는 투자 의무를 게을리한 통신사 탓이라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이번 주파수 할당 취소는 애초에 정부의 5G 정책이 정치(精緻)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28㎓ 대역의 전파 특성 때문에 서비스나 단말기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계속해서 나왔다”며 “한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통신사에 의무 구축만 요구했는데, 5G 28㎓와 관련해 큰 틀에서 정부의 정책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는 5G를 상용화할 당시 ‘LTE의 20배 빠른 속도’라고 홍보했다. 이는 5G 28㎓ 기지국이 전국에 빼곡하게 구축돼야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28㎓ 주파수 대역은 전파의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형이 좁고 밀도가 높은 국내에서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용으로 활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국내에는 28㎓를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도 없는 등 지금까지도 관련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상용성이 떨어지는 불확실한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없다”라며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려 했던 부분에 대해 통신사에만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 정부, 농어촌 공동망 홍보했지만 소비자들은 “먹통” 비판
5G 전국망 구축이 요원해지자 정부도 정책을 선회하기 시작해서 나온 것이 농어촌 공동망 구축, 지하철 와이파이, 5G 특화망 등이다. 그런데 이조차도 실패를 덮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하철 와이파이나 농어촌 5G 기지국의 경우 공동 구축 수량을 통신사마다 개별 수량으로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예컨대 특정 지역에 SKT가 세운 기지국을 KT와 LG유플러스가 함께 쓴다고 하더라도 각 사마다 기지국을 하나씩 세운 것으로 인정해준다.
과기부는 전날 농어촌 5G 이동통신 공동이용 지역이 넓어졌다며 1단계 2차 상용화를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 사이에서는 농어촌 5G 역시 제대로 안 터진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사용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제주도의 한 읍에서 머무는 동안 5G를 이용했는데 통신사끼리 호환이 잘 안되는지 간헐적으로 2~3초씩 먹통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5G를 끄고 LTE만 사용하는 게 나았다”고 했다. 결국 정부가 통신사의 망 구축 비용을 아껴주고 소비자가 체감하는 통신 품질은 떨어지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지하철 와이파이 서비스가 최초 할당기간인 내년 12월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신규사업자 진입이나 SK텔레콤의 사업 추진 여부 등을 고려해 그 전에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매출을 내지 않는 무료 서비스였던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애초에 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큰 틀에서 정책을 다시 짰다면 통신사들의 기지국 의무 구축 기준 미달이라는 이유로 주파수가 회수되는 초유의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문가들을 적극 영입해야 국가 기간산업인 통신 정책이 제대로 세워질 수 있을 것이다”라며 “사업자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주고,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질 때까지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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