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페이 우리사주 ‘악몽’… “팔면 손해, 본전도 난망”
보호예수 풀렸지만, 주가는 공모가 밑돌아
카카오페이에 근무 중인 직장인 박모 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보유하고 있는 우리사주 물량을 손절하고 대출금을 갚을지, 아니면 주가가 오르길 기다릴지 결정하지 못해서다. 최근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우리사주 보호예수 기간이 해제돼 이를 보유한 직원들은 갖고 있는 주식을 매도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여전히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박 씨는 “지난 10월, 주가가 3만원대로 떨어지면서 주식을 강제 청산(반대매매)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던 때를 생각하면 주가가 반등해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주가 반등 폭이 크지 않아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27일 카카오페이는 5만6400원, 카카오뱅크는 2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부터 폭락세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주가가 지난 10월 저점을 찍고 지난달부터 반등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공모가(카카오페이 9만원·카카오뱅크 3만9000원)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공모가에 우리사주를 배정받은 직원들 모두 상당한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올해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주가는 각각 68%, 56% 하락했다.
지난 10월에는 주가가 연일 신저가를 기록하며 반대매매 위기에 놓였었다. 공모가 대비 주가가 40% 하락하면 한국증권금융은 대출로 우리사주를 사들인 직원들에게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는데, 증거금 납부가 이뤄지지 않으면 증권금융이 주식을 강제 청산할 수 있다.
당시 카카오페이는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들의 투자 손실을 막기 위해 담보금 145억원을 지원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이후 주가가 다소 반등하긴 했지만, 주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각각 8월 6일, 11월 3일에 상장 1년이 지나면서 보호예수(소액 투자자 보호 등을 목적으로 일정 기간 주식 보유를 약속하는 것)가 해제됐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보유하고 있는 우리사주를 매도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주가가 낮아 고민이 크다.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어 주식을 매도할 경우 손실이 불가피하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최근 주가가 반등한 틈을 이용해 손실률을 조금이나마 줄이자는 입장과 더 기다려서 본전은 건져야겠다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두 기업은 상장 당시 공모가 희망 범위(밴드) 최상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하는 등 흥행했다. 우리사주 청약률도 카카오뱅크는 97.8%, 카카오페이는 100%로 사실상 완판됐다. 두 기업의 증권발행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우리사주조합은 1인당 평균 1만3000여주를 배정받았다. 카카오페이 우리사주조합은 1인당 평균 4000주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1인당 약 1억8000만원의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고점을 찍었던 지난 8월19일(9만2000원) 계좌에 7억6749만원의 수익이 찍혔던 것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카카오페이 직원들도 약 1억3600만원의 마이너스 수익률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주가는 크게 반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목표주가는 모두 공모가보다 낮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년 카카오뱅크의 대출 증가율이 20%대로 상승하고, 전월세 대출도 내년 중 3조원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목표 주가는 공모가보다 낮은 3만원으로 제시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카카오페이증권 증자와 적극적인 기업합병(M&A) 검토 등을 감안할 때 현재 보유한 순현금이 추후 성장 동력의 원천이 될 것”이라면서 목표주가를 7만3000원으로 제시했다. 지금보다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공모가(9만원)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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