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물가 상승, 언제부터 꺾일까…내년 전기·지하철 공공요금 인상 ‘변수’

이재은 기자 2022. 12. 28.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추경호 “물가 안정 속도 굉장히 더딜 것”
한은 “내년 초까지 5%대 고물가 지속 전망”

올해 들어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는 언제쯤 5% 아래로 떨어질까. 시장에서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 밑으로 내려가는 시점을 ‘물가의 추세적인 하락’ 신호로 보고, 이달 말로 예정된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주목하고 있다.

이달 들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 수준으로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도 1200원 후반대로 안정된 점은 희소식이다. 문제는 10월부터 시작된 공공요금 인상과 이에 따른 가공식품·외식가격 오름세가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12월 물가상승률도 5%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내년까지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물가 둔화 속도는 향후 한국은행이 금리를 몇 차례 더 올릴지, 나아가 최종금리 수준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게 될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단기 물가상승률이 5% 아래에서 안정되는 흐름이 나타나면 금리 인상을 중단하겠다고 시사했다.

내년 전기·가스 요금이 올해 인상 폭의 2배가량 대폭 오를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도심 주택가의 가스계량기 모습. /뉴스1

◇ 기조적 물가 상승 VS 물가 기대 심리 하락

28일 시장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하반기 들어 진정되고 있지만, 부문별로는 엇갈리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어 향후 물가 흐름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 식료품·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연초부터 꾸준히 상승한 반면, 가계와 기업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의 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은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우리나라 근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올해 1월 2.6%에서 출발해 지난달 4.3%까지 높아졌다. 거의 매월 오름세를 확대했다. 심지어 근원물가 중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관리물가’를 제외하면 이 수치는 11월에 5.1%로 0.8%포인트 더 올랐을 것으로 추정됐다.

근원물가가 올랐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국제유가의 영향을 받는 석유제품 등 일부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만큼 높은 수준의 물가가 고착화될 우려가 크다는 의미다.

다만 향후 물가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기대인플레이션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2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1월의 4.2%보다 0.4%포인트 낮은 3.8%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7월 4.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계속 4%대를 유지했고, 이달 들어 6개월 만에 3%대로 떨어졌다.

황희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생활물가와 관련된 농축산물, 석유류 가격이 안정되고 환율도 하락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손민균

◇ “물가 상승세, 내년 상반기 변환점…둔화 속도는 더딜 것”

경제 전문가들과 시장 관계자들은 기조적인 물가 상승세에 변화가 나타날 시점으로 내년 4~5월을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달 초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에서 말하는 ‘당분간’은 통상 3개월로, 내년 3월까지 물가상승률이 5% 수준에서 오르내릴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내년 4월부터는 글로벌 경기 둔화, 전년도 고물가로 인한 기저효과 등이 맞물리면서 물가상승률도 5%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4월(4.8%)과 5월(5.4%)을 기점으로 5% 내외로 뛰었기 때문에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내년 4월, 5월 물가상승률은 오름폭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상방 경직성이 높은 근원물가도 그간 누적된 금리 인상 효과가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내년 상반기중 꺾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근원물가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회복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오름세가 확대됐으나 앞으로는 금리 인상, 경기 하방 압력 증대, 주거비 하락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문제는 내년 물가 둔화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물가상승률이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낮아질 것”이라면서도 물가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폭, 우크라이나 전쟁 전개 양상과 산유국 감산 등에 따른 국제유가 흐름, 환율 등 외부 변수가 대표적이다.

정부와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들은 내년 전기·가스 요금, 지하철 요금 등 공공요금과 임금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내년 물가 둔화 속도는 느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한 방송에 출연해 “물가는 서서히 안정되겠지만 속도는 굉장히 더딜 것”이라고 했다.

LG경영연구원은 “외식·서비스 물가 상승세 확산, 임금 인상 요구, 미뤄 온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고물가 상황이 길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수년간 세계 경제의 저성장·고물가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