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잔치' 끝난 판교 '재택 시대' 저무나…"사무실로 출근하세요"

정은지 기자 2022. 12.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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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내년 3월부터 출근제로 전환…격주 놀금 폐지
업계 위기감 고조에 효율성 높이기 안간힘
카카오 판교 아지트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의 '재택근무' 시대가 저물고 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하나의 근무 형태로 자리잡으면서 IT기업이 밀집해 있던 판교 주요 기업에서는 재택이 일상이 됐다. 코로나19 비대면 특수로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IT 개발자를 모시기 위해 일부 IT기업에서는 재택근무를 복지 제도로 경쟁적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고강도 금리인상 기조에 따른 경기 우려에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내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기 침체 및 실적 악화 우려, 재택근무 운영의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재택 근무에서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카카오, 엔씨소프트…"재택근무 끝낸다"

국내 대표 IT기업인 카카오는 내년 3월1일부터 출근을 우선하는 근무제도인 '오피스 퍼스트'를 적용한다. 근무 시간은 하루 8시간에 한해 '선택적 근로시간제'로 복귀한다.

카카오는 지난 7월부터 파일럿 형태로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형 근무제'를 실시해왔다. 직원이 원할 경우 완전 재택 근무도 가능한 형태였다.

앞서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달 내부 오픈톡 행사에서 재택근무의 장단점과 사무실에 출근해 근무하는 형태의 장단점에 대해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카카오는 내부 논의를 거쳐 신규 근무제도 적용을 확정했다.

특히 카카오는 전면 출근 전환과 함께 '격주 놀금' 제도를 내년 1월부터 없애기로 했다. 대신 매월 마지막주 '놀금'으로 전환된다. '리커버리 데이'인 마지막주 놀금 제도는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된다.

지난 10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먹통 사태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격주 놀금 제도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주말이라도 16시간까지는 무급이기 때문에 장애 대응을 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카카오 관계자는 "협업, 커뮤니케이션 등 원격근무의 한계를 보완하고 개인의 업무 효율성과 조직의 업무 효율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카카오 주요 공동체는 현재의 재택 근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 7월 도입한 타입 R(Remote-based Work)과 타입 O(Office-based Work)로 이뤄진 '커넥티드 워크'를 유지한다.

엔씨소프트도 내년 전면 출근 방식의 근무제를 확정했다. 엔씨는 최근 사내 공지를 통해 "6개월간 검토한 결과 대면으로 출퇴근하는 게 현 상황에 보다 필요하다"라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사 출근제를 공식화했다.

엔씨는 올 상반기 정부의 거리두기 전면 해제에 맞춰 지난 6월부터 전체 대면 출퇴근 근무 형태로 복귀했다. 반년간 그 영향에 대해 검토한 결과, 현상 유지인 대면 출퇴근이 더욱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일대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2.12.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글로벌 경제 '먹구름'…효율성 높인다

국내 주요 IT기업이 재택 근무로 속속 전환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실적 위기감이 고조된 영향도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카카오 매출액 전망치는 7조2993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 증가율만 놓고 봤을 때 2020년(35.4%), 2021년(47.6%)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내년 매출액 전망치 역시 올해 대비 17.6% 증가한 8조5807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위기감을 반영하듯, 코로나19 특수 기간에 몸값 높은 개발자 모시기에 집중했던 주요 IT기업들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비용 통제 강화에 나서면서 보수적인 인력 채용으로 인건비 증가 최소화 방침을 정했다.

재택근무 장기화에 따른 업무 효율성 문제도 출근 전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대표적인 업계가 게임업계다. 하나의 게임이 완성되기까지 수백명에 달하는 전담 인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기 때문에 재택 근무 방식으로는 완성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출근 전환에 따른 직원들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 익명게시판에는 "근무제도가 퇴화하고 있다", "근무제도가 불안정해서 거주지를 정하기 힘들다", 등의 의견이 나온다. 카카오가 새로운 출근 제도를 발표한 사내 공지에는 '싫어요'를 의미하는 '역따봉'이 1200개 이상 달린 것으로 알려진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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