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韓 경제 ‘上低下高’ 시나리오 실현되려면…“물가 안정 확실히 해내야”

세종=전준범 기자 2022. 12.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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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내년 3.5%로 둔화한다지만
물가안정목표 2% 비교하면 여전히 높아
여기에 상승 흐름 보이는 근원물가까지
내년 공공요금 인상 이슈도 물가 자극제
“정부, 불필요한 물가 상승 압력 없애야”
“상반기에는 잠재 수준을 밑도는 성장세가 예상된다. 하반기로 갈수록 대외 여건의 개선 등으로 점차 회복 흐름을 나타날 것이다.”

12월 21일 '2023년 경제정책방향' 발표 中

정부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상반기까지는 수출·투자 등의 부진이 계속되겠지만, 긴축 행보를 멈출 하반기에는 경기 관련 심리가 다소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경제팀이 내년 상반기 경기 상황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상저하고 전망이 현실화되려면 정부가 내년에도 물가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의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5%로 올해(5.1% 예상)보다 둔화하겠지만, 3.5% 자체가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를 크게 웃도는 숫자라는 점을 깨닫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고물가 장기화는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의 명분을 앗아간다. 특히 내년에는 큰 폭의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돼 있어 정부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시민들이 서울 명동 거리를 걷고 있다. 거리 한편에는 음식점 가격 정보가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 근원물가 1년 내내 오름세…“물가 둔화해도 속도 더딜 것”

2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우리나라의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5%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국내 소비자물가는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살아난 소비심리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전년 대비 5.1% 상승할 전망이다. 이와 비교하면 3.5%는 제법 낮은 수준이다. 기재부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 하락, 수요 둔화 등으로 내년 물가 오름세는 올해보다 둔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은의 물가안정목표가 2%라는 점을 고려하면 3.5%는 여전히 높은 수치다. 올해보다는 누그러지겠지만, 내년에도 고물가 흐름이 이어진다고 이해하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의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8일 발표한 ‘슬로우플레이션 진행 중인 국내 경제’ 보고서에서 “추세적 하락 기대에도 불구하고 향후 물가 상승률 자체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 물가가 정점을 통과하더라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가 연초 2%대에서 지난달 4%대로 계속 상승 흐름을 나타내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근원물가는 주로 수요의 영향을 받는 품목만 따로 모은 것으로, 물가 상승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즉 근원물가가 꾸준히 오른다는 건 인플레이션 압력이 국제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석유제품 등 일부 품목에 국한하지 않고 전반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연간 근원물가 상승률은 3.6%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압력이 이미 여러 방면으로 옮겨가 근원물가를 끌어올리는 상황이 됐다는 건 추후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더라도 그 속도가 상당히 더딜 것이란 의미”라며 “내년에도 경제정책의 방점이 물가에 찍혀야 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 전기요금 대폭 인상 예고…물가 상승 압력 요인

정부 안팎에서는 공공요금 상방 압력 확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따른 원자재 가격 변동 가능성 등 내년에 우리나라 물가를 자극할 리스크 요인이 상존한다고 경고한다. 특히 이 가운데 공공요금 인상은 에너지 요금 정상화라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고물가에 신음하는 서민경제에는 악재일 수밖에 없는 이슈다.

추경호 부총리는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재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올해 공공요금을 많이 올렸는데,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 내년에도 상당 폭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인상 시기에 관해서는 연간 계획으로 발표할지, 분기별로 할지, 아니면 국제 에너지 가격 상황을 보면서 갈지 아직 결정을 못 했다”고 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전기료의 소비자물가지수 지출목적별 가중치(2020년 기준)는 15.5다. 도시가스는 12.7이다. 전기요금이 1%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0155%포인트(p)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공공요금 인상 이후 가계가 에너지 절약 등에 나서면 물가에 미치는 실제 영향은 예상과 다를 수 있다. 분명한 건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에 가하는 상승 압력이 제법 세다는 점이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물가의 평균적인 수준뿐 아니라 개별 체감 물가와 괴리에 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는 동시에 식료품 가격 안정 등 가격 격차 완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불필요한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수급 불안 품목에 관한 공급을 확대하고, 유통 과정에서의 불합리한 관행을 단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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