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망 수혜국은 대만…美서 경쟁력 높여야"

[서울=뉴시스]미국 반도체 수입시장에서의 주요국 점유율.(표=한국무역협회 제공) 2022.12.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정규 기자 =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따른 수혜는 대만이 입고 우리나라는 별다른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따라 미국 내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8일 내놓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따른 한국의 기회 및 위협요인'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우방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중국으로부터 반도체 수입을 대폭 줄이고 대만과 베트남으로 공급처를 전환했다.

미국 반도체 수입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0.1%에서 지난해 11.0%로 급감한 반면 대만의 점유율은 9.7%에서 17.4%로, 베트남의 점유율은 2.6%에서 9.1%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2018년 11.2%에서 2021년 13.2%로 2.1%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쳐 미·중 디커플링에 따른 반사이익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반도체 수출에서 과도한 중국 의존 구조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메모리반도체, 반도체 장비, 반도체 소재 등 반도체 관련 품목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다. 지난해 중국 수출 비중은 ▲시스템반도체 32.5% ▲메모리반도체 43.6% ▲반도체 장비 54.6% ▲반도체 소재 44.7% 등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중국도 반도체 자급률 향상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중국에 편중된 반도체 수출을 다른 국가로 다변화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21.6%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미국에 본사를 둔 대형 반도체 수요 업체의 공략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시장이다.

그러나 주요국 대비 낮은 연구개발(R&D) 투자 비율 및 장비·소재의 높은 해외의존도가 국내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기준 반도체 매출 대비 R&D 비율은 한국이 8.1%로 미국(16.9%), 중국(12.7%), 일본(11.5%), 대만(11.3%) 등 주요국 중 가장 낮았다.

또 수입금액 1만 달러 이상인 반도체 장비 품목 80개 중 특정국 수입의존도가 90%를 상회하는 품목이 30개를 차지해 비중(37.5%)이 주요국 중 가장 높다. 반도체 소재 역시 특정국 수입의존도가 90%를 상회하는 품목의 비중이 한국(18.2%), 대만(16.7%), 미국(7.8%) 순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설비투자 세액공제율 확대를 통해 반도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장비·소재의 자립도 제고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반도체 시설투자에 25% 세액공제를 지원하고 있으며 대만도 지난 11월 반도체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 세액공제 비율을 기존 15%에서 25%로 확대하는 '산업혁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면서 "한국은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를 현행 6%에서 8%로 늘리는 데 그쳐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 구도에 참여해 핵심 장비·소재 수급의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 지원을 통해 첨단기술 영역에서 초격차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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