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등장’ 후 맹활약..토론토 안방 구상 뒤흔든 커크[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깜짝 등장'했던 커크가 토론토의 구상을 다 뒤바꿔놓고 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12월 24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포수와 외야수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달튼 바쇼를 영입하며 루데스 구리엘 주니어와 가브리엘 모레노를 애리조나로 보냈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시애틀 매리너스로 보낸 트레이드 이후 약 5주만에 단행된 트레이드였다.
토론토는 이 트레이드로 필요했던 좌타자를 얻었다. 그리고 에르난데스의 이탈로 약화된 장타력도 다시 보강했다. 하지만 에르난데스를 포기한 것보다 더 의외의 트레이드였다.
올해 다소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낸 구리엘을 포기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구리엘은 2022시즌 121경기에서 .291/.343/.400 5홈런 52타점을 기록했고 장타력이 크게 감소했다. 정교한 타자지만 주루 센스가 부족하고 선구안과 출루 능력이 아쉬운 구리엘은 장타력이 뒷받침돼야 그 가치가 살아나는 타자다. 벌써 29세가 된 만큼 구리엘은 트레이드 적기의 선수였다.
놀라운 쪽은 모레노다. 올해 데뷔한 2000년생 포수 모레노는 2022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전체 7순위 유망주로 평가받은 선수. 사실상 애들리 러치맨(BAL) 다음가는 기대주로 평가받은 최고의 포수 유망주였다. 마이너리그에서 5시즌 동안 253경기 .310/.365/.479 27홈런 189타점을 기록한 모레노는 올해 빅리그 25경기에서 .319/.356/.377 1홈런 7타점을 기록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빅리그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22세 특급 유망주를 26세 유틸리티 플레이어와 바꾼 것은 바로 알레한드로 커크의 존재 때문이었다. 토론토는 대니 잰슨-커크 '2인 체제'로 향후 안방을 운영하기로 결정하고 현 시점에서 3번째 포수인 모레노를 트레이드했다.
단축시즌 데뷔한 1998년생 커크는 토론토의 안방 계획을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토론토는 원래 두 명의 젊은 포수로 안방을 구상했다. 1995년생 동갑내기인 잰슨과 리즈 맥과이어였다. 드래프트 1라운더(2013, PIT) 출신으로 2016년 트레이드를 통해 토론토 산하로 이동한 맥과이어와 드래프트 16라운더(2013)였지만 마이너리그에서 큰 성장세를 보인 잰슨은 모두 TOP 100 유망주 출신의 기대주들이었다.
원래 타격에 재능을 보였던 잰슨과 수비가 강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맥과이어는 2018년 나란히 빅리그 무대를 밟았고 이후 평가가 역전됐다. 잰슨은 타격은 평범하지만 안정적인 수비력을 선보였고 맥과이어는 데뷔 첫 2시즌 동안 44경기에서 .297/.343/.539의 맹타를 휘둘렀지만 수비에서 불안을 노출했다. 단축시즌에 두 젊은 포수들은 컨디션이 떨어졌고 잰슨이 수비력은 유지한 반면 맥과이어는 타격까지 크게 부진했다.
이 때 나타난 이가 바로 커크였다. 멕시코 출신 1998년생 우투우타 포수 커크는 원래 크게 주목받는 유망주는 아니었다. 2016년 국제 아마추어 계약으로 토론토에 입단했지만 2018시즌까지 루키리그에 머물렀다. 2019시즌에야 싱글A에 올랐고 좋은 타격을 했지만 키 173cm, 체중 120kg의 신체조건은 '뛰어난 운동 능력'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마치 '다이어트에 실패한 파블로 산도발' 같은 체형의 커크는 건강과 기량을 오래 유지하기 어려운 선수처럼 보였다.
하지만 커크는 빠르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마이너리그 시즌이 취소된 2020년 대체선수 캠프에 합류한 커크는 잰슨과 맥과이어의 동반 부진 속에 빅리그 기회를 얻었다. 더블A조차 거치지 않고 싱글A에서 바로 메이저리그로 올라온 커크는 2020년 단 9경기에 나섰지만 .375/.400/.583 1홈런 3타점을 기록하며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물론 부침도 겪었다. 커크는 2021시즌 맥과이어를 밀어내고 개막 로스터에 합류했지만 엉덩이 근육 부상을 당하며 장기 결장했다. 커크는 지난해 빅리그 60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고 .242/.328/.436 8홈런 24타점으로 성적이 크게 하락했다. 커크를 믿고 개막 직전 맥과이어를 웨이버 공시해 마이너리그로 보냈던 토론토는 2022시즌을 앞두고 다시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토론토는 마이너리그 옵션이 남아있는 잭 콜린스와 맥과이어를 맞바꿔 커크가 또 이탈할 것에 대비했다.
지난해 부상에 시달렸던 커크는 올해는 1년 내내 건강을 지켰다. 개막 로스터에 합류해 부상자 명단 등록 없이 풀타임 시즌을 치렀고 139경기에 출전해 .285/.372/.415 14홈런 63타점을 기록했다. 올스타에 선정됐고 포수 부문 실버슬러거까지 수상했다. 장타력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정교함과 출루능력을 고루 선보이며 맹활약했다.
커크가 최고의 성과를 내자 토론토는 다시 '건강한 커크'를 전적으로 신뢰하기로 했다. 그리고 커크보다 두 살 어린 특급 유망주 모레노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 드래프트 2라운더(2017) 출신인 1996년생 바쇼는 TOP 100 유망주 출신으로 올해 큰 성과를 낸 선수. 정교함이 부족하고 삼진이 많지만 장타력이 좋고 발도 빠른 선수다. 무엇보다 포수와 다른 포지션을 겸할 수 있는 매력적인 유틸리티 능력을 가졌다.
2022시즌 151경기에서 .235/.302/.443 27홈런 74타점을 기록한 바쇼는 타격 생산성은 리그 평균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지만 높은 수비 기여도로 올해 4.9의 bWAR를 기록한 선수다(fWAR 4.6). 포수로서 수비력은 평균 이하지만 외야수로서는 올해 리그 정상급의 수비력을 선보였다. 타격 성적 이상의 가치가 있는 26세 바쇼는 '시장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선수. 토론토는 바쇼가 좌타자 부족 문제와 '3번째 포수' 문제까지 한꺼번에 해결해줄 수 있는 자원이라고 판단했고 팀이 가진 가장 비싼 카드 중 하나인 모레노를 기꺼이 내놓았다.
맥과이어와 잰슨, 모레노는 원래 토론토 안방의 10년을 책임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 선수들이었다. 맥과이어와 잰슨이 함께 안방을 지키고 이들이 FA 자격을 얻을 즈음 모레노가 안방의 주인으로 올라서는 것이 토론토 입장에서 가장 쉽게 그릴 수 있는 청사진이었다. 하지만 셋 중 토론토에 남아있는 선수는 잰슨 뿐. 나머지 두 명은 싱글A 출신으로 '깜짝 등장'한 커크에게 모두 자리를 내줬다.
다만 빅리그 3시즌 동안 283경기 .234/.306/.432 41홈런 121타점 25도루를 기록한 바쇼는 가치있는 선수지만 '게임 체인저'가 될 수준의 타자는 아니다. 토론토에 필요한 좌타자라는 강점이 있지만 0.800 이상의 OPS를 기대할 수 있는 타자였던 구리엘과 빅리그에서도 정교한 타격을 선보인 모레노가 각자 바쇼 이상의 타격 생산성을 보일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토론토가 단행한 과감한 트레이드의 성패는 바쇼가 최소한 올해 만큼의 타격 생산성을 꾸준히 보일 수 있느냐, 그리고 마이너리그 옵션이 남아있는 22세 특급 유망주를 포기하게 한 커크가 꾸준히 올해처럼 건강하게 활약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깜짝 등장해 이제는 토론토 팀 구상의 중심으로 올라선 커크가 과연 계속 성공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토론토의 선택은 성공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알레한드로 커크)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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