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자본시장의 바흐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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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후의 총애를 받아 궁정악장에 임명된 바흐는 귀족들이 휘하 연주가, 성악가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했고 처우도 크게 개선했다.
임기를 마치는 2025년말 한국증시와 자본시장은 현재의 위기를 넘어 한 발 더 성장해 있을 것이 분명하다.
바흐까지는 아니어도 한국자본시장이 위기를 넘어 새로운 도약판을 마련하는데 큰 획을 그은 조력자라는 평가가 퇴임식장의 서 회장에 남겨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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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바흐는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위대한 작곡가다. G선상의 아리아, 마태 수난곡, 골드베르크 변주곡 같은 명곡을 남겼다. 작곡가이면서도 뛰어난 연주가였는데 오르간과 하프시코드 같은 건반악기를 굉장히 잘 다뤘고 악기수리 실력도 수준급이었다고 한다. 이후 시대의 대위법과 합창법이 모두 바흐의 영향을 받았다.
바흐는 음악가 지위를 크게 올린 인물로도 꼽힌다. 바로크 시대 음악가들은 궁정이나 교회에 고용돼 미사나 대관식, 무도회 같은 크고 작은 행사에 동원됐는데 급여는 물론 지위도 낮아 함부로 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늦은 밤이나 새벽, 변덕스런 귀족의 요구에 언제든 응해야 했다.
제후의 총애를 받아 궁정악장에 임명된 바흐는 귀족들이 휘하 연주가, 성악가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했고 처우도 크게 개선했다. 이후 음악가를 대우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귀족다운 에티켓으로 자리잡으며 유럽전역에 확산됐다. '음악의 아버지'라는 호칭이 이에 연유한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차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선거가 있었다.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이 제6대 금투협회장에 선출됐다. 신임 서 회장은 1988년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으로 입사해 급변해온 한국 자본시장의 흐름을 함께 한 명실상부한 전문가다. 마케팅, 영업, 자산운용, 퇴직연금은 물론 상장지수펀드(ETF) 업무까지 꿰뚫고 있으며 증권과 자산운용 양쪽의 이해와 요구를 잘 알고 있기도 하다.
선거에서 그에게 65.64%의 표가 몰린 것은 인품이나 실력이 바탕이 됐지만 실무형 CEO(최고경영자) 경력을 지닌 전문가로서 특정업권이나 기업에 치우치지 않고 현안을 잘 해결해 주리라는 기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 회원사 대표는 "개인적으로 다른 후보들과도 친분이 깊지만 모든 업권의 숙제와 문제점을 짚어낸 신임 서 회장의 브리핑이 가장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서 회장에 주어진 책임은 막중하다. 한국거래소가 큰 역할을 하지만 사실 회원사나 투자자 권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금투협을 통해 이뤄진다. 특히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금투협의 책임과 권한이 크다. 라임, 옵티머스 펀드의 도덕적 해이문제는 아직도 씁쓸한 뒷 맛이 남아있다. 유명했던 투자대가와 증권사 임직원들이 불법투자 의혹으로 줄줄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업계 신인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회원사 문제도 금투협회장에게 남겨진 숙제 중 하나다. 금투협 회원사만 556곳, 업계 임직원이 5만5000명 이상인데 금융시장이 흔들리며 적잖은 회원사들이 위기에 몰려있다. 증권 구조조정과 벤쳐캐피탈 돈맥경화, 부동산 금융부실화는 이미 뉴스도 아니다. 시장 존립 기반인 1000만명이 넘는 주식투자자들의 상황도 좋지 못하다. 여기에 금융투자소득세에 대체거래소 이슈까지 신임 회장 임기 내에 해결해야 한다.
서 회장은 역대 금투협회장 가운데 가장 어려운 시기에 취임하게 됐다. 임기를 마치는 2025년말 한국증시와 자본시장은 현재의 위기를 넘어 한 발 더 성장해 있을 것이 분명하다. 바흐까지는 아니어도 한국자본시장이 위기를 넘어 새로운 도약판을 마련하는데 큰 획을 그은 조력자라는 평가가 퇴임식장의 서 회장에 남겨지길 바란다.
반준환 기자 abc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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