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무는 2022년, 다시 희망의 해법을 찾아가자
쌀값 폭락으로 농가 시름 더해
시장개방·지방소멸도 가속화
고향기부제 시행 등 희망 보여
디지털 농민신문 시범서비스도
시련과 절망 털고 새해를 맞자
2022년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 우리는 변화의 긴 터널 한가운데서 새해를 시작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현실을 헤치며 달려왔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종식되지 않은 채 3년째 지속돼 국민 모두를 힘겹게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는 세계경제에 직격타를 날렸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해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며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특히 농업분야의 임인년은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그 과정에서 명암과 희비, 절망과 희망이 교차했다.
우리 주식이며 농업을 대표하는 작목인 쌀은 1년 내내 농가와 농업계에 시름을 안겼다. 2021년산 쌀 생산량이 전년보다 10.7% 늘어 388만2000t에 달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식습관이 변화하면서 수요는 지속적으로 줄어 공급과잉이 심화하면서 쌀값이 하락했다. 단경기인 7∼9월에는 전년 수확기보다 21%나 떨어지며 큰 폭의 역계절진폭이 발생했다. 2022년산 쌀 생산량이 2021년산보다 3% 줄었지만 정부는 쌀 수급안정을 위해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곡을 82만t으로 늘리며 대응에 나섰다. ‘명품 포도’로 포도산업의 신흥강자로 부상한 <샤인머스캣>은 올들어 값이 반토막 나 재배농가를 충격에 빠뜨렸다. <샤인머스캣>이 몇년간 높은 값을 유지하자 많은 농가가 새롭게 재배에 뛰어들면서 생산량이 급증했다. 게다가 이른 추석 대목을 겨냥해 품질관리가 제대로 안된 상품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소비자가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재배농가들이 혹독하고 비싼 대가를 치르며 품질관리의 중요성을 확인한 한해였다.
농산물 시장개방 이슈는 올해도 우리 농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윤석열정부가 지난 정부에 이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해 농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했다. 국회가 제동을 걸었지만 윤석열정부는 5월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 CPTPP 가입을 명시해 시장개방 문제는 해를 넘기는 걱정거리가 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시장이 출렁이면서 세계적으로 식량안보 중요성이 급부상했고, 수입 곡물 의존도가 높은 국내 축산업계와 식품업계를 뒤흔들었다. 전쟁 여파로 국제 원자재 가격 또한 급등하면서 필수 농자재인 비료·면세유 가격도 크게 올라 경영비 부담을 가중시키며 농가경제의 주름살을 깊게 했다.
여기에 더해 지방소멸 위험은 가속화했다. 올해 11월 산업연구원은 자체 개발한 ‘케이(K)-지방소멸지수’를 토대로 전국 228곳의 시·군·구를 분석한 결과 지방소멸 위험성이 가장 높은 지역은 59곳으로 소멸위험지역이 9곳, 소멸우려지역이 50곳 등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2047년이면 소멸위험 진입 지역이 72곳, 소멸 고위험 지역이 157곳이나 될 전망이다. 본지는 지방소멸 문화기획을 통해 지방소멸이 인구통계학적 문제만이 아니라 문화 인프라 부족이 겹쳐 발생하는 현실임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소멸위기를 불러오는 인구감소와 급속한 고령화는 만성적인 농촌 인력난으로 농가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고자 외국인 근로자 고용 개선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농업 계절근로자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해 농촌 인력난 해소에 숨통을 마련했다.
그래도 희망을 가꾸며 내일을 준비하는 작업도 곳곳에서 진행됐다. 본지 주도로 논의를 시작해 입법화를 거쳐 내년 1월1일 시행을 앞둔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준비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바쁜 일년을 보냈다. 각 지자체는 관련 조례를 만들고 답례품을 선정하는 등 시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국민에게 알리는 데도 힘썼다. 본지는 올해를 디지털 전환 원년으로 삼아 다양한 혁신을 꾀했다. 그 결과 인터넷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카카오’에 <농민신문> 뉴스가 노출되기 시작했고 독자들의 호응 속에 조회수 100만건이 넘는 기사를 배출하기도 했다. 12월26일엔 <디지털 농민신문>이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디지털 농민신문>은 프리미엄 콘텐츠, 뉴스 알림, 음성서비스 등 알짜배기 기능을 집약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독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깊이 있는 맞춤형 뉴스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2022년은 이제 종착점에 와 있지만 그냥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니다. 풀지 못한 숙제를 새해 계묘년(癸卯年)에 넘기고 떠나는 것이다. 그러기에 새해에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하나하나 농업·농촌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난제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새봄이 오면 농부가 밭을 갈아 새싹을 틔우듯 우리는 언제나처럼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시련과 절망을 털어내고 희망을 주는 해법을 찾을 것이다. 모두 힘차게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를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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