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이제는 작별할 시간

이기연 이기연 오페라연구소 대표 2022. 12. 28.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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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10년이 지난 운전면허를 갱신하려 운전면허시험장에 갔습니다.

입구부터 시험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차들이 어찌나 많은지 거의 한시간을 기다려 어렵게 주차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시험장 안쪽에는 더 많은 사람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시험장 앞에 비닐하우스처럼 생긴 간이 사진관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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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10년이 지난 운전면허를 갱신하려 운전면허시험장에 갔습니다. 올해까지 새롭게 면허증을 발급받으라는 문자를 10월에 받았음에도 미루고 미루다 급하게 찾아간 것이지요.

입구부터 시험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차들이 어찌나 많은지 거의 한시간을 기다려 어렵게 주차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시험장 안쪽에는 더 많은 사람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번호표를 뽑았는데 3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니 어이가 없어서 도대체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냐고 안내하는 분께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대답이 제 머리를 쾅 하고 때리는 것 같았습니다. “다들 미루고 있다가 연말이 되면 급한 일들을 처리하러 지금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어요. 11월에만 와도 이렇게 복잡하진 않았을 텐데. 왜 지금 오셨어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가방을 뒤져보니 깜빡하고 증명사진을 챙겨오지 않아 즉석사진기를 찾았는데 보이질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시험장 앞에 비닐하우스처럼 생긴 간이 사진관에 들어갔습니다. 이곳 역시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낡은 소파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데 사장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갑자기 카메라를 들이대는 겁니다. 놀라서 쳐다보니 제 머리 뒤로 어느새 환한 조명이 켜져 있었습니다. 촬영장이 따로 없고 손님이 기다리며 앉아 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는 방식인 거죠. 비싼 가격에 바가지를 쓰고 소중한 시간까지 날려버린 저 자신에게 화가 나 오히려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제대로 된 사진을 가지고 다시 면허를 신청할까 했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습니다. 이 사진을 보면서 ‘지금까지 해야 할 일을 미루던 습관을 버리고, 앞으로는 계획적으로 살아야지'라는 각오를 다지리라는 기대가 생겨서였죠.

이탈리아의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와 영국의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이 함께 불러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노래가 있습니다. 독일의 권투선수 헨리마스케의 은퇴경기에서 불린 ‘Time To Say Goodbye(이제는 작별할 시간)’인데요. 안드레아 보첼리가 이탈리아어로 부른 원곡 제목은 ‘Con te partiro(당신과 함께 떠나겠어요)’입니다. ‘이제 작별할 시간이지만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을 당신과 함께 배를 타고 떠나겠다’는 내용입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고 이별을 맞으면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는 것은 변하지 않는 인생의 진리겠지요. 반복적으로 나오는 배경음악 ‘딴 따다다다∼’는 스페인과 쿠바 등지에서 유래한 춤곡의 리듬 ‘볼레로’입니다.

이 곡은 후회할 만한 일과는 완전히 작별하고 앞으로 계획에 따라 성실하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한 저에게 딱 맞는 주제가입니다. 여러분은 한해를 마무리하며 어떤 익숙한 것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싶으신가요? 그리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며 어떤 이와 함께 새로운 여행을 떠나길 원하시나요?

고질적인 게으름과 작별하기 위해 ‘타임 투 세이 굿바이’를 크게 틀어놓고 따라 부르는 지금, 어느새 힘이 돼주는 이 음악친구와 함께 이미 마음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기연 (이기연 오페라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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