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신사업·계열부담까지···롯데케미칼, 모래주머니 차고 뛴다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에 대여했던 5000억원을 조기에 돌려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졌지만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롯데건설 회사채 발행에 지급보증을 섰기 때문. 롯데케미칼은 2023년 석유화학 업황 회복을 바라는 한편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에 투자를 지속하면서 건설 부동산 경기까지 살펴야 하는 처지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다음달 3일 발행 예정인 1년 만기 25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미달 없이 마무리했다. 일시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우량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도와주는 채권안정펀드(채안펀드)가 전체 물량의 절반에 가까운 약 1200억원 어치를 인수키로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회사채를 완판시켰다.
이번 회사채 발행이 성공하게 되면서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롯데케미칼로부터의 대여금 상환 불확실성도 낮추게 됐다.
롯데건설은 회사채 자금 사용목적에 대해 '계열사간 대여금'의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0월 3개월 만기로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대여했으며 만기일은 오는 1월18일이다.
롯데건설 회사채 완판에는 롯데케미칼도 일조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롯데건설이 회사채를 발행함에 있어 지급보증을 섰다. 덕분에 싱글에이(A)급 롯데건설은 더블에이(AA)급 롯데케미칼의 신용도를 빌릴 수 있었던 셈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다르면 롯데케미칼 회사채 신용등급은 AA+(부정적), 롯데건설 회사채 등급은 A+(부정적)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건설사 회사채 기피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우량 등급의 롯데케미칼이 지급보증 함으로써 롯데건설 회사채에 대한 시장 우려를 낮췄고 무엇보다 더블에이급 신용등급을 활용, 롯데건설 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조달할 수 있게 됐다. 롯데케미칼 입장에서도 롯데건설이 회사채 발행 성공에 일조,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1월 중 돌려받을 자금의 상환 가능성을 높였다.
롯데건설은 롯데정밀화학에서 빌린 자금 3000억원을 지난 15일 조기상환했고 롯데케미칼에 대해서도 조기상환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1월 진행된 기업설명회에서 "롯데건설 대여금에 대한 연장 계획은 없다"며 제 때 상환받을 것임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대여금을 상환받는다고 해서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과의 관계에서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할 수 없다. 지급보증을 한 이유로 롯데건설이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채권자들에 대한 상환 부담은 롯데케미칼이 지게 되기 때문이다. 즉 롯데케미칼로서는 1년간 롯데건설로 인한 우발채무 부담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단 뜻이다.
롯데건설이 국내 굴지 건설사인만큼 롯데케미칼이 안은 우발채무가 주채무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지만 롯데케미칼로서는 향후 1년간 본연의 업황인 화학시황 뿐만 아니라 건설 부동산 시황까지도 살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이 경영 부담을 덜어 가려면 우선적으로 동박 회사인 일진머티리얼즈 대규모 인수자금을 무리없이 마련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0월,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 지분을 2조7000억원에 매입키로 한 것을 두고 롯데케미칼의 재무부담이 확대될 것을 감안해 신용등급을 내리진 않았지만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등재했다. 그러면서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와 관련해 최종 인수 조건, 인수자금 조달 구조, 유관 회사들간 자금 분담 세부계획, 장래 설비투자 계획 등에 대해 검토해 최종 신용등급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11월에는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시장에서 관심을 쏟았던 롯데케미칼의 자금조달 계획과 관련해 롯데케미칼은 지난 11월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 카드를 내놨다. 조달자금은 운영자금(6105억원)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자금(6050억원)으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대주주와 2대주주인 롯데지주, 롯데물산이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1,2대 주주가 모두 참여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 셈인데 시장 투심까지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내년 1월 중순 이후 청약이 예정됐다.
올해 영업이익에서 바닥을 친 만큼 본연 사업에서 현금창출 능력도 보여줘야 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영업손실액이 4388억원으로 전망돼 전년(1조5356억원) 대비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2023년부터는 중국으로부터의 석유화학제품 수요 개선이 전제된다면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1월 발간 보고서에서 "2022년 중국 수요가 비정상적으로 악화된 수준을 고려하면 2023년에는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에 따른 점진적 수요 개선을 기대한다"며 "롯데정밀화학 및 일진머티리얼즈 실적 연결 편입 등으로 인해 2023년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롯데그룹은 이달 중순 있었던 그룹 정기 인사에서 김교현 부회장 등 롯데케미칼 경영진을 유임시키면서 롯데케미칼이 어려운 경영현실 속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의 안정·지속적 추진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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