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에 두개의 태극기…' 한국 축구, 동남아서 뜨거웠다[베트남-말레이시아]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베트남 축구대표팀과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간의 경기가 열린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 이곳 중앙 관중석에는 양쪽으로 두 개의 태극기가 걸렸다. 가만보면 뜬금없지만 충분히 납득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양팀 사령탑이 한국 감독이기 때문.

동향 출신의 두 사령탑은 각기 다른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동남아시아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뜨거운 맞대결을 펼쳤고 이 맞대결 자체가 한국 축구의 자랑이 되기 충분했다.

경기장에 걸려있는 두개의 태극기.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27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9시30분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 일렉트릭컵 2022 B조 조별리그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3-0으로 승리했다.

한국 감독이 대표팀을 맡고 있는 두 팀의 맞대결로 국내에서도 관심이 컸던 이 경기는 전반 28분 오른쪽에서 감아올린 코너킥을 가까운 포스트에서 응우옌 띠엔 린의 헤딩골이 터지며 1-0으로 베트남이 앞서갔다. 후반 19분에는 페널티킥에서 꿰 응옥 하이가 오른발로 오른쪽으로 차넣어 베트남이 2-0으로 앞서갔고 후반 38분에는 응우옌 호앙 득이 중앙에서 대단한 스루패스를 이어받아 골키퍼 일대일 기회를 맞이했고 왼발로 찍어찬 슈팅으로 3-0을 만들며 베트남이 대승을 거뒀다.

박항서 감독은 동남아에 한국 축구 붐을 일으킨 장본인. 2017년부터 베트남 감독으로 올해로 무며 5년차로 이번 대회를 끝으로 베트남 대표팀을 떠난다.

김판곤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으로 파울루 벤투, 김학범 감독 등을 선임했던 인물. 그러다 지난 2월 말레이시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해 약 10개월째 대표팀을 지휘 중이다. 2020 AFF컵 6위에 그친 말레이시아 축구를 재건해야되는 임무를 안았다.

두 감독은 고향마저 같다. 박항서 감독은 경남 산청, 김판곤 감독은 경남 진주로 박항서 감독도 경기전 기자회견에서 "나와 동향인 축구 후배"라고 김판곤 감독을 언급했을 정도.

ⓒKFA

이날 양팀의 맞대결이 열린 베트남 경기장에도 태극기가 중앙 양쪽에 걸려 양팀 감독의 국적이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맞대결은 베트남의 3-0 완승이었다. 물론 기본적으로 베트남이 전력상 우위에 있고 박항서 감독이 5년이나 부임하며 팀을 조직적으로 잘 짜온 팀이다. 말레이시아는 김판곤 감독 부임 1년도 되지 않고 객관적 전력마저 약했기에 어쩌면 당연한 패배였다.

인구 1억명의 베트남, 인구 3400만명의 말레이시아 축구의 수장이 한국 사람이라는 것만으로 충분히 한국 축구의 아시아 축구에서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