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리딩방, 1달만에 적발·패스트트랙까지"...금감원 속도전 '통했다'
금융당국이 주식리딩방을 포함한 증권·금융 범죄 집중 단속에 나선 건 2021년부터다. 2020년초 코로나19(COVID-19)가 등장한 뒤 전세계 국가들은 일제히 확장적 재정·통화 정책을 구사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재정이 풀리고 금리가 낮아지며 유동성은 급증했고 그 돈은 주식시장으로 몰렸다. 직접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개미)와 일 거래대금이 3~4배 증가한 배경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자본시장 참여자수는 2013년 475만명에서 2021년기준 1374만명으로 3배 가량 늘었다. 이기간 일평균 거래대금은 5조8000억원에서 27조3000억원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투자자와 돈이 넘쳐나자 그늘도 짙었다. 증권 범죄도 급격히 늘었다.
금융위원회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관계기관 합동 회의를 열고 주식 리딩방을 포함해 유사수신, 보이스피싱, 불법사금융 등 금융범죄 행위 집중단속에도 나섰다.
특히 불법 리딩방 등 증권범죄 수사에 속도가 붙은 것은 2022년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후부터다. 통상 1년 남짓 걸리던 불공정거래 및 부정거래 조사 기간이 줄었다. 금감원·남부지검 협업으로 빠르면 한달 내 조사와 수사까지 마무리됐다. 금감원 조사국과 특별사법경찰관 등이 불법 행위 조사를 마치면 '패스트트랙' 제도를 통해 남부지검 증권·금융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으로 범죄혐의자들을 이첩해 '세력 솎아내기'에 나섰다.
금감원은 지난 8월 국세청과 검찰·경찰의 협조 속에 유사투자자문에 대한 대대적 사실 조회를 마치고 업체 126곳을 직권말소했다. 또 불법 리딩방 혐의가 포착된 사례를 심층·조사해 지난 10월,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40여개의 코스닥 종목과 혐의자들을 '패스트트랙'으로 검찰에 이첩했다. 대부분 미공개정보 이용하거나,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걸린 사례들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리딩방에 의한 소비자피해가 매우 크고 광범위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집중조사에 나섰다"며 "도주나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는 혐의자나 회사 등을 수사기관에 이첩했고 일부는 금감원이 조사를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리딩방을 이용해 시세조종을 주도한 세력뿐만 아니라 이에 동조한 리딩방 회원들도 범죄행위 가담자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법이 개정되면서 리딩방 근절 작업의 효과는 배가됐다.
금감원 측은 "리딩방에서 추천한 A종목을 회원들이 매수한 뒤 '끌어올립시다' 나 '@% 올랐으면 팔고나갑시다' 와 같은 선동에 동조하면 시세조종계좌로 같이 묶인다"며 "매매로 주가를 올린다는 목적성을 인식하고 매수·매도한 경우 공범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리딩방 피해자들이 처음엔 유사투자자문에 가입한 유료회원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결국 범죄에 동조하게 된다는 의미다.
리딩방에서 언급된 추천종목과 관련한 내용을 지인이나 다른 곳에 유포하는 것도 불법에 해당될 여지가 크다. 예를 들어 '보물섬이 발견됐다. 호재를 널리 알립시다'라는 말에 동참했다면 시장 질서 교란 행위가 된다.
불법 리딩방에 회사 관계자가 '특급정보'라며 내부소식을 살짝 흘리고, 이를 토대로 매매하거나 정보를 유포해도 미공개정보 매매행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형법상 처벌까진 아니라도 행정법위반에 따른 수천만~수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된다.
금감원측은 "현재 불법 연루를 확인한 종목은 40여개가 넘고, 추가적으로 수십개의 종목을 조사하고 있다"며 "크고작은 증권범죄 사고가 급증하고, 확인된 피해금액도 200억원이 넘는 등 건전한 자본시장 생태계를 위해 투자자 환기가 가장 필요한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12월 조직개편에서 주식리딩방 조사팀을 신설해 증권범죄근절에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불법 주식리딩방 관련 불공정거래에 대처하고 불건전행위 등 시장교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과 인력을 확충한 상태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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