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비 300만원 '리딩방'의 먹튀 수법…"종목추천→물량 던지기"
금융감독원이 불법 주식 '리딩방' 처단 의지를 보이며 '패스트트랙'에 이어 '전담팀 신설' 카드까지 꺼냈다. 직접 투자에 나선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잘못된 정보나 매매 방식에 휘말리지 않도록 이른바 '물청소'를 하겠다는 의지다.
금감원이 '패스트트랙'으로 조사를 완료하고 수사당국으로 이첩한 불법 주식 리딩방 운영자들은 외부 세력과 짜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종목 추천 전 선행매매로 부당한 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편취한 부당 이득만 200억원, 범죄에 연루를 확인한 코스닥종목만 40여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칭 전문투자자 A씨가 만든 카카오톡 리딩방에 들어온 100여명의 사람들은 A씨를 전적으로 신뢰했다. '국내 유명 증권사 모의투자대회 1위'라는 간판 때문만은 아니다. A씨가 찍어준 종목이 어김없이 오르니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투자전문가가 모였을법한 증권사 모의투자대회에서 가장 좋은 수익률로 1등을 차지할 만 하다고 카톡방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가입비 300만원이 아깝지 않았다. 단톡방에 '1억을 넣고 일주일만에 50% 먹었다'는 계좌 인증샷도 올라왔다. A씨의 한마디에 카카오톡 방 사람들은 일사분란하게 코스닥 주식을 사고 팔았다.
그러던 어느 날, A씨가 골라준 종목이 찔끔 오르는 듯 하더니 폭포수처럼 고꾸라졌다. 말 그대로 '먹튀' 에 당한 것. 리딩방을 이끌던 A씨와 운영진이 먼저 종목을 사고 카카오톡에 추천한 뒤 사람들이 사기 시작하면 물량을 던지는 수법에 걸려들었다.
금감원 조사 결과 A씨가 증권사 투자대회 1위에 올라선 뒷배경도 '리딩방'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A씨는 리딩방을 운영하면서 주로 시가총액 500억~1000억원대 코스닥 종목을 골라 추천했다. 거래량이 적다보니 '선수'들과 리딩방 사람들이 10억원어치만 매집해도 주가는 쑥 올랐다. 이 수법으로 투자대회 1위 '타이틀'까지 달았다.
리딩방을 활용한 '땅짚고 헤엄치기' 수법으로 전문투자자 '스팩'을 만든 A씨는 본격 범행에 나섰다. 판돈(가입비)을 올려 VIP전용 리딩방을 만들었다. 더 많은 시드머니(투자자금)를 유도했다. A씨의 선행매매는 이어졌다.
케이블TV 증권전문방송의 한 코너에 고정 출연하던 B씨는 자신의 코너가 장중에 방송된다는 점을 이용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방송 특성상 추천 종목을 언급하는 순간 주가가 즉각 출렁일 수밖에 없다. B씨는 방송에서 언급할 종목을 미리 산 다음 생방송에서 추천해 주가가 오르면 먼저 매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냈다.
B씨는 너무 일찍 사면 꼬리가 잡힐 수도 있다고 생각해 생방송 출연 직전 매집한 다음 방송 직후 또는 방송중 예약 매도 방식으로 '단타' 수익을 냈다. B씨의 이같은 선행매매는 혼자만의 일탈이 아니었다. B씨는 스스로 전문가라며 회원들을 모아 리딩방을 만들었다.
리딩방 회원들은 전문가 B씨가 방송에 얼굴까지 비추며 추천하니 철썩같이 믿었다. 처음엔 근거있는 정보와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추천주를 방송보다 조금 일찍 알려주는 게 '유료 회원비'의 대가로 인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밀어올리자', '추천주 영차영차', '방송 본 사람들 들어오기 전에 우린 ◇◇◇원까지만 먹고 빠집시다' 등의 선동에 휘말렸다. 자연스레 시세조종 동조범이 됐다. B씨와 일당들이 가장 먼저 '먹튀'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깨닫게 됐다. 일부는 돈을 벌기는 커녕 매도 물량에 주가도 썰물처럼 빠져 손실을 본 채 범죄행위 가담자라는 '주홍글씨'만 남게 됐다.
회사 임직원이나 특수관계인, 대표이사(CEO)와의 인맥, 친분 등을 앞세워 리딩방에 정보를 판다. '좋은 정보를 여기(유료회원방)에만 공유한다'며 미공개정보를 흘리는 방식으로 유혹한다.
처음엔 외부인사 영입이나 업무협약(MOU) 체결과 같은 정보를 공식 발표 전 알려주면서 단톡방에서 '신뢰'를 산다. 임직원이 직접 단톡방에 참여하지 않는다 해도 주가 부양이 필요한 회사측이 리딩방 운영진과 손을 잡고 일부 정보를 넘겨주기도 했다.
공급계약 공시나 신약개발 임상신청 등 주가에 영향을 줄만한 정보를 공유하면서는 '좋은 재료 나왔으니 먼저 들어가(매수) 있어야 한다' '호재 공시뜨면 힘 합쳐 주가 끌어올려봅시다', '목표가 ◇◇◇원까지 먹고 나옵시다' 등으로 리딩방 회원들을 선동했다.
이들 '세력'들은 리딩방을 이용해 주가를 조정하면서 가장매매, 통정거래 등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공개정보이용은 불론이고 시장질서교란행위에 리딩방 회원들을 모두다 공범을 만든 셈이다. 운영진의 '안내'에 일사분란하게 매수·매도한 회원들도 결국 시세조종에 동조한 계좌로 묶여 과징금 처벌을 받게됐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송중기♥英여친 데이트 사진 공개…해외서 전통의상 입고 '달달' - 머니투데이
- 김다예, 혼인신고부터 한 이유…"박수홍 극단 선택 막으려고" - 머니투데이
- 신동엽 "탁재훈, 연예대상 못받을 이유 있다"…무슨말? - 머니투데이
- 안방 안 들어오는 양준혁…'19세 연하' 아내와 각방 쓰는 이유는 - 머니투데이
- '배동성 딸' 배수진 "대출이자만 100만원"…박미선 "금수저 맞네" - 머니투데이
- "지금까지 후회"…윤하, 16년 전 '신인' 아이유에 한 한마디 - 머니투데이
- '기적의 비만약' 상륙에 주가 살 찌우더니…이 종목들, 지금은? - 머니투데이
- 베트남 가서 맥주만 마셨을 뿐인데…정일우에게 일어난 일 - 머니투데이
- 안개 낀 주말 아침 날벼락…삼성동 아파트 충돌한 '헬기' [뉴스속오늘] - 머니투데이
- [르포]과수원 주인 졸졸 따르다 300kg 번쩍…밥도 안 먹는 '막내'의 정체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