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된 'K-칩스법'…반도체 세감면 美 25%·韓 8% "게임 되겠나"
28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 반도체 특위 민간위원과 반도체 관련 4대 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에서 확정된 시설투자 세액공제 8%는 경쟁국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며 재논의를 촉구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23일 본회의에서 대기업의 반도체 등 첨단산업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기존 6%에서 8%로 2%p 인상하는 내용의 조특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기존 세액공제 비율은 대기업 6%,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 등이다.
당초 여당은 오는 2030년까지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시설투자에 각각 20%, 25%, 30% 세액공제하는 내용의 법안 개정을 추진해왔다. '대기업 특혜'라고 반발한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안은 각각 10%, 15%, 30%로 끈질긴 토론을 벌였지만 결국 이보다도 더 후퇴한 개정안이 통과됐다.
여당안 법안을 발의한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에 관한 글로벌 스탠더드는 25%"라며 "미국 25%, 대만 25%, 중국은 무려 100%인데 8%짜리 한국이 경쟁력이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벌써 미국으로 빠져나간 투자금만 300조원에 달한다"며 "코리아 엑소더스(탈출) 규모는 이제 더 커질 것"이라 경고했다.
재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첨단산업 시설투자 세액공제비율의 상향은 한국이 미래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고 산업 및 기업 성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세수를 늘릴 수 있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국회와 정부가 단기적인 세수 감소효과에 매몰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투자가 있어야 중소기업이 사는데 야당안 보다 적은 세액공제율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계 각국은 반도체 패권을 잡기 위해 세제 혜택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은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어 설비 투자하는 기업에 세액을 25% 감면해주고 있다. 'TSMC의 나라' 대만도 반도체 연구개발·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15%에서 25%로 높이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본은 구마모토에 TSMC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공장 건립 비용의 절반을 대기로 했다. 중국은 반도체 기업의 공정 수준에 따라 법인 소득세를 50%에서 100%까지 감면해주고 당근책을 내놨다. 향후 몇 년간 1조위안(약 187조원)에 이르는 거액을 반도체 산업에 지원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법인세'라는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조차 적어 침울한 분위기"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세계 반도체 주요 기업 중 가장 높은 법인세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 유효세율은 각각 25.2%, 28.3%로 △TSMC(10.0%) △인텔(8.5%) △SMIC(3.5%)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정부 조차도 세수 감소를 이유로 반도체 기업 지원을 등한시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세수 감소와 기업 지원 사이에서 최적의 절충점을 찾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20%로 할 경우) 세수 감소가 2023~2024년 연 2조5000억원 수준이고, 2025년부터는 연 5조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대만 등 경쟁국보다 반도체 관련 세액공제가 많은 실정이다"라고 반박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의 경우 생산비용이 높기 때문에 이를 상쇄하려고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25%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중국에 대한 투자를 제한해야 하는 등의 조건도 있다. 공제율을 두고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세액공제율을 25%로 인상해 발의한 대만의 산업혁신법은 연구·개발(R&D) 투자 기준인데, 한국은 이미 R&D 분야에 30~50% 세액공제율을 적용 중이다. 반도체 시설투자의 경우 대만 공제율은 5%지만, 한국은 8%까지 올렸다. 특히 내년에 반도체 설비투자를 하는 기업은 기본공제(8%)에 한시 적용되는 투자 증가분 세액공제(10%)를 합쳐 공제받을 수 있어 대만 등 경쟁국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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