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고점 대비 20%대 하락… 집 사도 될까
아파트 4곳 실거래가 비교해 보니
상승기 70% 올랐지만 하락은 25%
집값 영향 변수는 금리와 정부 정책
전문가들 "집값 반등기 오기 전 사라"
지난해까지 가파르게 치솟던 집값이 올해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집값 고점 인식 등으로 수요가 위축된 탓이다. 수요자들은 "오른 집값에 비하면 바닥은 아직 멀었다"며 시장을 관망하는 상황. 전문가들은 "내년 집값이 오르기 전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집값, 고점 대비 얼마나 떨어졌을까
한국부동산원이 통계 시스템에 잡힌 전국의 실거래를 집계한 '전국 공동주택 실거래가지수'를 살펴보면, 집값 폭등이 시작된 건 2019년 6월쯤이다. 이 지수는 2019년 6월(99.8)부터 반등해 지난해 10월 138.9까지 올랐다가 올해 10월 126까지 떨어졌다. 2년간 40% 가까이 올랐지만 하락은 9%에 불과했다.
올해 거래가 적었다는 점을 고려해 표본을 뽑아서 산정하는 '매매가격지수'도 따져봤다. 이 또한 2019년 7월 89.7에서 올해 2월 104.8까지 올랐다가 지난달 101.7까지 떨어졌다. 16% 상승한 뒤 고점 대비 3%가량 떨어진 셈이다. 두 지수는 전국 집값 기준이다.
이와 별개로 한국일보가 서울의 주요 아파트 단지 4곳(전용면적 84㎡ 기준)의 실거래가를 비교했더니 현재 고점 대비 10~25%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 잠실 리센츠는 집값 상승이 시작된 4년 전 15억5,000만 원에 계약된 후 계속 거래가가 오르다가 올해 4월 26억5,000만 원의 신고가를 찍었다. 이번 달 거래가는 19억8,000만 원까지 내려갔다. 4년 새 70%까지 올랐다가 고점 대비 25%가 빠진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지난달 22억6,000만 원에 거래돼 고점(2021년 11월 28억2,000만 원) 대비 19% 떨어졌다.
'영끌족'이 몰렸던 노원구 중계동 청구3차는 집값 상승기인 2019년 6월 7억9,500만 원에서 지난해 2월 2배가량 오른 14억2,000만 원에 거래됐다. 가장 최근 거래가는 3억8,000만 원(26%) 떨어진 10억4,000만 원이다. 2019년 6월 13억8,000만 원에 계약됐던 마포래미안푸르지오 4단지는 지난해 10월 19억4,000만 원까지 올랐다. 최근 거래가는 17억1,500만 원으로 하락률은 11%였다.
2023년 집값 전망 "더 떨어진다"
시장은 일제히 내년에 집값이 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전국 아파트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8.5%, 수도권은 13%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도권 하락률을 적용하면 잠실 리센츠의 경우 17억2,260만 원까지 떨어지는 셈이다.
전문가들이 꼽은 가장 큰 변수는 기준금리다. 대체로 내년 상반기 금리 인상 기조가 정점을 찍은 뒤 집값 하락폭이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산연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큰 내년 4분기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완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전 포인트다.
업계 종사자들 생각은 좀 더 비관적이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포지션에셋이 업계 종사자 5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년 뒤인 2024년에야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35.3%로 가장 많았다.
언제, 어디에 사야 할까
전문가들은 자금력을 갖춘 실수요자라면 지금이 시장에 뛰어들 적기라고 조언한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내년 봄까지 현재 상태를 유지하다가 5, 6월쯤 금리 인하 시그널이 나오면 집값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며 "매수자 우위 시장인 지금 경매나 급매로 집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실수요자 시장인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 지역부터 집값이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 역시 "내년 금리가 정점을 찍은 후에도 금리가 확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나중에 더 떨어지더라도 5년, 10년 후 집값이 현재 가격보다 낮아질 거라 예상하지 않는 한 지금 들어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현금이 부족한 무주택자는 청약 경쟁률이 낮아진 상황에서 중도금대출이 가능한 12억 원 이하 주택들로 청약 당첨을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기보다 목표 금액을 정해 급매물을 잡으라는 조언도 있다. 채상욱 업라이즈 애널리스트는 "내년 말 역전세 현상이 정점을 찍으면 전세시장뿐 아니라 매매시장도 불안해질 수 있다"며 "집값이 전셋값의 1.6배 정도인 매물에 관심을 두라"고 말했다. 김효선 위원은 "집값이 크게 상승하기 전인 2019년과 비슷하게 고점 대비 30~40% 정도 떨어진 가격이면 매수에 나설 법하다"고 했다.
다주택자라면 당장 매물을 내놓을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부가 다주택자 관련 규제를 계속 풀고 있기 때문이다. 우 팀장은 "5월 양도세 중과 유예 후 시장 반응과 세제 개편안의 국회 통과 여부를 살펴보고 투자 시점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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