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은 中이 만든 디지털 마약" 들끓는 美 정가[윤홍우의 워싱턴24시]
지난 3월 백악관이 주최한 줌(Zoom) 회의에 30여명의 틱톡커들이 모였습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직원들과 백악관 대변인이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이들에게 브리핑 했는데요.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이 무엇인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다면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무거운 주제의 질문과 답변이 오갔습니다.
백악관이 이 민감한 정보를 왜 ‘틱톡커’들에게 브리핑을 했을까요. 틱톡(TIKTOK)이란 플랫폼이 미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뉴스 소비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백만 명이 틱톡을 통해 전쟁 상황을 전하고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백악관까지 의지하는 지배적인 플랫폼인 동시에 ‘디지털 마약’으로도 불리는 틱톡. 이 틱톡을 두고 미국 정치권에서 논란이 요새 뜨겁습니다. 미국 연방정부는 정부 내 기기에서 틱톡을 금지했고, 미국 의회와 행정부 안에서는 틱톡을 아예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습니다.
“나는 Z 세대를 위한 백악관 특파원이다” 10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둔 틱톡커 엘리 자일러가 백악관 행사에 초대된 이후에 한 말입니다.
틱톡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출시 된지 5년 만에 다른 어떤 소셜 네트워크(SSN)보다 빠르게 사용자 10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미국에서만 1억 3,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미국의 젊은 세대들은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 보다는 틱톡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자료를 공유하며, 네크워킹을 합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수많은 중국 견제 방안을 내놓으면서도 막상 선거나 코로나 19 백신 접종 캠페인 등에서는 틱톡커들의 힘을 빌렸습니다.
틱톡은 중국 기업 바이트 댄스가 소유하고 있는 ‘짧은 영상(짤) 공유’ 플랫폼입니다. 아직 마흔도 안된 젊은 창업가 장이밍이 설립한 기업. 대학시절 컴퓨터 광이었던 장이밍은 여행 검색 사이트와 부동산 검색 사이트로 잇따라 성공을 거둔 후에 바이트 댄스를 창업했는데요.
당시 그가 처음 선보인 서비스 ‘오늘의 헤드라인 뉴스’는 기존의 언론사나 포털의 서비스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편집자가 아니라 인공지능(AI)이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가 독자를 찾아가게’끔 뉴스를 구현한 겁니다.
현재 틱톡이 구현되는 방식이 이와 유사합니다. 틱톡의 성공을 이끈 마법의 기술은 바로 ‘FOR YOU(당신을 위해)’인데요. 이는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가 좋아하는 영상을 식별하고 이를 계속해서 더 많이 보내는 기능입니다. 틱톡의 반대론자들 사이에서는 이 기능이 중독성이 너무 강하다면서 ‘디지털 펜타닐’ 즉 디지털 마약으로까지 부릅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틱톡의 영향력을 우려해왔습니다. 틱톡은 중국 기업이고 중국 기업은 결국 공산당의 영향권 안에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미국인을 감시하거나 잘못된 선전과 정보에 빠져들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실제 트럼프 정부는 바이트댄스에 틱톡을 매각하도록 행정명령까지 내렸는데요. 바이든 정부 들어서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취소 됐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사실 지금까지 틱톡과 ‘공존’할 방법을 찾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가장 민감한 것은 역시 미국인 사용자 데이터를 어디다 어떻게 저장할 것인가 였는데요. 미국 회사인 오라클에 이 데이터를 저장하고 미국 데이터 관련 부서가 이를 감독하도록 하는 잠정 합의까지 성사됐습니다. 다만 이 정도 규제가 과연 충분하느냐는 논란이 일면서 추가적인 협상은 진척이 없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곧 하원 다수당이 되는 공화당의 생각은 확실히 다른 것 같습니다. 이들은 규제를 통해 틱톡과 공존하려는 바이든 정부를 비판합니다. 그러면서 틱톡의 미국 내 사업을 이제는 아예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해 훨씬 더 매파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셈입니다.
최근에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마이크 갤러거 하원의원이 틱톡의 미국 내 영업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구요. 차기 하원에서 외교위원장과 국방위원장을 맡게 될 것이 유력시되는 마이클 맥콜 의원과 마이크 로저스 의원은 재무부, 국무부, 국방부 등에 틱톡에 대한 전방위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도 틱톡의 국가 안보 위협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기류가 있습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미국 행정부 내에서 틱톡 미국 사업부를 강제로 매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은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CFIUS)에 참여한 국방부와 법무부 측은 강제 매각에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지만, 소송을 우려한 재무부가 신중한 입장이라고 전했습니다.
틱톡에 대한 이들 강경파들의 문제 제기는 무엇일까요. 최근 마이크 루비오 의원과 마이클 갤러거 의원은 워싱턴포스트에(WP) ‘틱톡의 시간이 끝났다 이제 미국에서 금지해야 한다’는 기고를 실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틱톡은 일단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고, 사용자가 관련 없는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경우에도 이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사용자의 모든 키 입력까지도 접근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미국 정부 당국자들의 보안 정보를 수집하거나 중국의 스파이 또는 지지자로 활동 가능한 미국인들의 프로필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의원들의 주장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알고리즘인데요. 중국이 틱톡을 통해서 미묘하게 미국인들을 세뇌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실제로 틱톡은 이미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의 인권 탄압이나 천안문 시위와 같은 민감한 주제들을 검열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의 편에 선 정치인들을 지원하거나, 미국 국내 여론을 분열시키는 도구로 틱톡을 사용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물론 틱톡은 이런 모든 가능성에 대해 “말도 안된다”며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미국의 규제를 충실히 준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도 바이트 댄스 직원들이 회사 정보 누출 사건을 조사하다가 미국과 영국 기자의 데이터에 접근한 것으로 나타나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자 과연 이미 미국인들의 생활 속에 완전히 자리잡은 틱톡을 미국 정부와 의회가 차단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런 규제를 미국 사용자들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사실 틱톡이 중국이 아닌 곳에서 태어났다면 이런 문제 자체가 생기지 않았을텐데요. AI 분야에서 중국 기업이 가지고 있는 무서운 경쟁력과 여기에 대한 미국의 두려움이 틱톡이라는 플랫폼 전쟁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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