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달에 1대꼴 추락, 미사일 절반 실패, 훈련 안 한 軍의 실상

조선일보 2022. 12. 28.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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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전 강원 횡성군 횡성읍 반곡리 섬강 옆 논으로 공군 KA-1 경공격기가 추락해 군 당국이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에 대응 출격한 공군 KA-1 경공격기 1대가 추락했다. 기지에서 이륙 직후 인근 밭에 떨어졌다. 올 들어서만 6대째 공군기 추락이다. 지난달 KF-16 전투기 1대가 엔진 이상으로 경기도 양평 산악 지역에 떨어졌다. KF-16은 공군의 주축 전투기다. 8월에는 경기 화성 인근 해상에 노후한 공군 F-4E 전투기가 추락했다. 4월에는 경남 사천에서 훈련용 전투기 KT-1 2대가 공중 충돌 후 야산에 떨어져 조종사 4명이 모두 순직했다. 1월에도 공군 F-5E가 엔진 화재로 경기 화성의 야산에 추락해 조종사 심정민 소령이 순직했다. 두 달에 1대꼴로 추락 사고가 났다.

우리 군의 핵심 전력인 미사일도 불량이었다. 지난달 북한이 동해 NLL 남쪽으로 탄도 미사일을 쏘자 우리 군이 KF-16, F-15K 전투기를 출격시켜 북쪽으로 미사일 대응 사격을 했는데, 2발이 오류로 발사되지 못했다. 미사일 장착 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지상에서 쏜 미사일도 마찬가지다. 10월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발사에 우리 군이 응징용으로 쏜 ‘현무-2′ 미사일은 발사 방향과 반대로 날아가 강릉 군부대에 떨어졌다. 함께 쏜 ‘에이태큼스’ 미사일도 두 발 중 한 발이 실종됐다. 훈련용으로 쏜 ‘천궁-1′은 발사 후 자폭하는 등 최근 공개된 미사일 발사 11발 중 5발만 성공하고 6발은 실패했다. 실전 상황이었다면 어땠겠나.

전투기 추락이나 미사일 발사 실패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사고 빈도는 너무 높다. 평소에 장비 관리를 잘하고 훈련을 열심히 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5년간 북한과 ‘비핵화 쇼’를 벌이는 동안 군의 대비 태세 약화, 훈련 부족 상태가 만성이 됐다. 심지어 당시 군은 ‘군사력이 아닌 대화로 평화를 지킨다’고 기막힌 선언까지 했다.

9·19 합의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군사분계선 인근 공중 정찰은 아예 못하게 됐다. 한미가 매년 실시하던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도 중단됐다. 대대급 이하 소규모 훈련으로 대신하려다 북한이 반발하자 이마저도 없던 일로 했다. 5년간 제대로 안 움직이다가 다시 움직이려니 여기저기서 사고가 터지는 것 아닌가. 군은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잡고 무기 운용 체계 전반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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