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지키기 위해… 실전같은 훈련 게을리하지 않겠다”
국방부와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제정한 위국헌신상 제13회 시상식이 2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렸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세계 최대 군사 에어쇼에서 대상과 최우수상을 받는 데 기여한 심규용 공군 중령 등 5명이 본상을 받았다. 행사는 북한 군용 무인기가 전날 우리 영공(領空)을 침범하는 도발을 벌인 점 등을 고려해 식 순서를 간소화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특별상은 해상 침투 훈련 기간 잠수 훈련을 하던 중에 순직한 육군 제 1공수특전여단 1대대 고(故) 이언달 원사가, 한미동맹상은 한미연합군사령부 에슐리 랜스 크레이그 중령이 받았다. 위국헌신상은 2010년 안중근(安重根·1879~1910)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나라 지키는 일에 헌신하고 있는 군인과 국방 분야 종사자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안중근 의사가 뤼순(旅順) 감옥에서 순국하기 직전 남긴 ‘위국헌신(爲國獻身) 군인본분(軍人本分)’이란 유묵(遺墨)에서 이름을 따왔다.
수상자들은 이날 “상황이 엄중한 만큼 ‘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말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고, 주어진 자리에서 본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심규용 중령은 “이번 상은 우리 공군의 전투 조종 능력을 전 세계에 보여준 ‘블랙이글스’팀 전원에게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실전과 같은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가 속한 블랙이글스팀은 해외 공군으로는 처음으로 이집트 피라미드 상공에서 에어쇼를 펼치며 국위를 선양했다.
전재성 해병대 1사단 상사는 올 9월 태풍 ‘힌남노’로 포항에 수해가 났을 때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 조종수로 시민을 구조했다. 전 상사는 “앞으로도 해병대는 최전방에서 적대 세력에 맞서 나라를 지키면서도 수해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국민을 위해 어디든 달려가겠다”고 했다.
해난구조전문부대의 심해잠수사인 김종열 해군 작전사 특수전전단 준위는 2010년 천안함 폭침, 2014년 세월호 침몰 현장에 투입돼 활약했다. 2012년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미사일 은하 3호 탐색 회수 작전에서도 엔진 등 많은 미사일 핵심 부품 잔해를 인양하는 성과도 올렸다. 김 준위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내려고 모든 것을 바치며 근무하는 동료들이 생각이 난다”며 “수상의 영광을 동료 대원들, 그리고 이 대원들의 헌신을 묵묵히 받쳐준 이들의 가족들에게 돌린다”고 말했다.
국방부 재난안전관리총괄담당인 유현호 육군 중령은 코로나 유행 가운데 군 백신 수송을 기획하고 백신수송지원본부 창설에 기여했다. 위국헌신상 심사위원단은 “군과 국민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전선에서 임무를 수행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한미동맹상을 받은 크레이그 중령은 이날 긴급 업무로 시상식에는 불참했다. 그는 2차례에 걸쳐 총 5년간 주한미군에 근무하며 한미연합 전투력 향상과 전시작전 계획 발전에 이바지했다.
특별상을 받은 고 이언달 육군 원사는 올 7월 잠수 훈련 중 불의의 사고로 순직했다. 이날 상을 대신 받은 아내 김은정씨는 행사 후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군인으로서 본분을 다하다 간 우리 아저씨가 존경스럽다”면서 “사랑합니다. 여보”라고 말했다.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곁에 서 있는 두 아들과 딸 등 세 자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세 자녀는 “아버지가 자랑스럽다” “본받아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축사에서 “위국헌신상은 군인에게 가장 영예로운 상”이라면서 “군은 앞으로도 장병들의 헌신이 ‘힘에 의한 평화’로 구현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장병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복무할 수 있도록 합당한 예우와 보상 체계를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인사말에서 “북한은 올들어 선제 핵타격을 법제화하고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불리는 화성-17형 시험 발사에 사실상 성공하는 등 위기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전쟁은 없어야겠지만,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격언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생존 전략과 안보 역량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기에 올해 위국헌신상은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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