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속비닐’ 퇴출 4년… 비닐봉투 사용량 70% 줄었다

카페·식당 종이컵 금지 ‘제2의 속비닐’ 효과 기대

마트에서 물건 담을 때 쓰던 ‘속비닐’을 치우니 4년 새 매장 내 비닐봉투 사용량이 7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카페·식당 내 종이컵·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고, 편의점에서 20원에 판매하던 비닐봉투까지 없애는 등 ‘일회용품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는 이번 규제가 ‘제2의 속비닐 효과’를 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1월 24일부터 편의점에서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되는 등 일회용품 사용 제한 범위가 확대된다. 다만 정부는 일회용품 제한 확대로 인한 혼란과 불편이 최소화하도록 1년 동안은 계도기간을 두어 위반시에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은 1일 서울 시내 편의점에 비치된 비닐봉투 판매 중단 안내문 모습. 2022.11.1/연합뉴스

환경부는 2018년 4월 주요 대형마트 5개 업체와 협약을 맺고 각종 식료품을 별도로 한 번 더 포장하는 용도의 속비닐을 매장에서 치운 결과, 제도 시행 전인 2017년 1596t이던 비닐봉투 사용량이 지난해 466t으로 70.8% 줄었다고 25일 밝혔다. 손이 닿는 곳에 비치했던 비닐봉투를 치워버리니 저감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현재도 대형마트에선 속비닐이 축축한 축·수산물이나 과일·채소 등 수분이 있는 제품에만 한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환경부가 공격적인 일회용품 규제책을 내놓은 건 2003년, 2018년에 이어 올해가 세 번째다. 2003년 마트나 편의점에서 일회용 비닐봉투나 종이 쇼핑백 무상 제공이 금지되며 이때부터 장바구니나 종이박스에 물건을 담아 가져가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 2018년에는 카페·식당 등 식품접객업 매장 안에서 플라스틱 일회용컵 사용이 금지됐으나, 2020년 코로나 여파로 2년 가까이 규제하지 않다가 지난 4월부터 다시 규제가 시작됐다.

올해 환경부가 내놓은 일회용품 규제책은 2003년 ‘비닐봉투’, 2018년 ‘플라스틱’으로 대변됐던 규제 대상을 더 강력하게 발전시킨 것이다. 식품접객업 매장에선 플라스틱 빨대, 젓는 (플라스틱) 막대, 플라스틱 수저, 나무젓가락, 비닐 식탁보(생분해성 제외) 등의 사용이 금지됐고, 마트·편의점·제과점 등에서 20원에 팔던 비닐봉투도 사라졌다. 빗물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입구에 비치하던 우산비닐도 대규모 점포(백화점·대형마트·복합 쇼핑몰 등)에선 쓰지 못한다.

환경부는 이번 규제가 장기적으로 대형마트의 속비닐 사용량 저감과 같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마트 내 속비닐 사용량은 정책 시행 전이던 2017년 1596t에서 2018년 1370t, 2019년 645t, 2020년 545t, 작년 466t, 올해는 6월까지 192t으로 매년 감소했다. 국내 ‘생활계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2019년 418만t에서 지난해 492만t으로 17.7% 증가했는데, 일회용품 규제를 통해 속비닐처럼 폐플라스틱 발생량 자체를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환경부 담당자는 “2026년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을 무조건 소각한 후 소각재만 버려야 하는데 주민 반대로 소각장을 추가로 확보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 쓰레기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것만이 해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