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조선업계 “외국인 근로자, VIP로 모십니다”

김재형 기자 2022. 12. 2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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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부터 울산 현대중공업 현장에 투입된 태국인 A 씨는 한국어가 서툴러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때 항상 찾는 사람이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200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뽑은 데 이어 내년에는 1000명 이상 채용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글로벌 간편식'을 제공하기위해 현재 현지식 메뉴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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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통역 인턴 배치하고 태국-베트남-우즈베크 현지식 마련
현대重-대우조선 기숙사 리모델링… 비자 쿼터 풀어 일손 늘리기 안간힘
지난달 17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내 기숙사에 도착한 태국 근로자들이 직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이들은 올해 4월 산업통상자원부-법무부가 조선업 관련 ‘전문인력비자(E-7) 발급지침’을 개정한 이후 처음으로 입국한 근로자이다. 현대중공업 제공
10월부터 울산 현대중공업 현장에 투입된 태국인 A 씨는 한국어가 서툴러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때 항상 찾는 사람이 있다. 한국인 통역 B 씨다. 생산현장은 늘 안전이 최우선. 모국어로 ‘안전교육’을 듣는 건 B 씨로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A 씨는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도 B 씨를 통해 회사에 전달하곤 한다.

B 씨는 현대중공업이 9월 처음으로 선발한 대학생 통역 인턴 10명 중 한 명이다. 태국어, 베트남어, 우즈베키스탄어 등을 구사하는 이들은 생산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소통을 돕고 안전 교육, 고충 상담 업무 등을 지원한다. 현대중공업은 내년 3월 이들의 활동 기간이 끝나면 바로 2기 통역 인턴을 뽑아 정례화할 예정이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은 내년부터 크게 늘어날 외국인 근로자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입국 제한 조치가 풀리고 정부 고용허가제(EPS)의 유입 인력 제한이 완화되면서 외국인 인력들이 속속 입국하고 있어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200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뽑은 데 이어 내년에는 1000명 이상 채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수용 인원을 1400명에서 2500명 규모로 크게 늘렸다. 기숙사에는 탁구장 같은 놀이 시설도 설치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글로벌 간편식’을 제공하기위해 현재 현지식 메뉴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외국인 근로자들의 전용 기숙사 9개동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내년에 지금보다 2배 이상의 인력이 확충될 것을 예상하고 있어서다. 주말이면 베트남식, 중국식 등 고향을 그리워하는 직원들을 위한 음식이 나온다. 새로 온 외국인 근로자의 빠른 적응을 위해 국내에서 오래 일한 ‘선배’ 외국인 근로자에게 멘토를 맡기기도 한다. 이른바 ‘코디네이팅 매칭’ 제도다. 삼성중공업도 기숙사 확장과 통역 인원을 확보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라고 한다.

조선업체들이 이처럼 ‘외국인 인력’을 위한 각종 방안을 만들고 있는 건 현재로서는 이들이 인력 부족을 메울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11월 기준 국내 조선업 인력은 9만5166명으로 가장 호황이었던 2014년 20만344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수주 호황 때문에 내년 3분기(7∼9월)에는 인력 1만3000명가량이 부족할 것으로 협회는 보고 있다.

국내에서 인력을 바로 구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외국인 인력으로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는 조선업 인력 부족 해결을 위해 10월 비전문취업 비자(E-9)의 쿼터 한도(모든 업종)를 올해 6만9000명에서 내년 11만 명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용접 600명, 도장 300명 등 발급량을 제한하던 전문인력비자(E-7) 쿼터도 올 4월 폐지했다.

문제는 어렵게 모셔온 외국인들조차 타 업종으로 이직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일이 편하고 월급이 많은 일을 찾아 조선업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지자 조선업체들이 외국인들을 붙잡아두기 위한 방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 2000명 이상의 외국인 인력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부족한 실정”이라며 “정부 지원 등을 통해 국내 대학과 연계해 기술 인력을 마련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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