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벤츠에 탑재한 음주측정 장치… ‘개방형 혁신’의 힘

배미정 기자 2022. 12. 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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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음주운전 사망사고 방지”… 차량 내 측정 장치 의무화 추진
벤츠, 규제에 맞춰 솔루션 마련나서 스타트업 ‘파이퀀트’와 신기술 협업
손가락 대면 음주 판별 기술 개발… 대기업-스타트업 상생 성공 사례로
11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개최한 ‘스타트업 아우토반 엑스포 데이’ 행사에서 피도연 파이퀀트 대표가 분광 분석 솔루션(아래쪽 사진)을 활용한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 기기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파이퀀트 제공
11월 29일 서울 성동구의 한 복합 문화공간에서 열린 ‘스타트업 아우토반 엑스포 데이(Expo Day)’ 행사에서 스타트업 파이퀀트는 손끝을 이용해 비채혈 방식으로 혈중 알코올을 측정하는 기기의 시제품을 선보였다.

행사 참가자들은 벤츠 차량에 탑승해 차량에 설치된 손가락 클립 형태의 기기에 손가락을 끼우고 음주 여부를 직접 측정해봤다. 이들이 손가락에 알코올 성분이 있는 세정제를 묻힌 뒤 재측정하자 기기와 연결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운전하지 마세요”란 문구가 뜨는 것을 확인하고 신기해했다.

이 음주 측정기는 빛을 이용한 성분 분석 기술을 보유한 파이퀀트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스타트업 아우토반 코리아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했다. 기기는 알코올에 반응하는 파장대의 빛을 쏜 뒤 반사하는 빛의 파장을 분석해 알코올의 존재 여부를 분석한다. 피도연 파이퀀트 대표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앞으로 알코올 종류와 반응 시간에 대한 테스트로 분석의 정확성을 높이고, 실제 차량에 장착할 수 있는 디자인을 개발해 상용화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규제 강화에 발맞춰 솔루션 개발

파이퀀트는 2022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스타트업 지원 및 육성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인 ‘스타트업 아우토반’에 선정돼 100일간 음주 측정 솔루션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독자적인 분광학 기반의 물질 성분 분석 기술을 갖춘 파이퀀트는 물속에 들어 있는 성분을 실시간 분석하는 휴대용 수질 측정기 ‘워터스캐너’를 개발한 회사다. 국내 최초로 ‘빌&멀린다게이츠재단’의 파트너로 선정된 데 이어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로부터 CES 2023 혁신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파이퀀트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 차량에 탑재 가능한 음주 측정 솔루션 개발을 제안했다.

음주 운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최근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차량 내 음주 측정 장치의 설치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차량 탑재용 음주 측정 솔루션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파이퀀트가 개발한 광학 방식의 음주 측정 솔루션은 기존 호흡 측정기보다 위생적이면서 고급 차량의 디자인에도 어울리는 세련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솔루션을 상용화함으로써 파이퀀트는 비즈니스의 규모를 확대하는 스케일업을 추진하고,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또한 규제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개방형 혁신의 힘

이런 파이퀀트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협업 사례는 풍부한 자원을 가진 대기업과 참신한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이 협업해 상생의 기회를 찾는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스타트업 아우토반은 유망 스타트업 발굴과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해 메르세데스벤츠 독일 본사가 2016년 설립한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이다. 국내에는 2020년 전 세계 7번째로 도입됐다. 첫해에 5개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한 이후 2021년 11개 업체를 육성하는 등 올해까지 총 31개 업체를 지원하면서 독보적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프로그램의 운영을 위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서울시의 중소기업 지원기관인 서울산업진흥원(SBA)이 운영하는 서울창업허브의 스타트업 발굴·액셀러레이팅 지원 프로그램과 협력하고 있다.

11월 열린 엑스포 데이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100일간 진행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스타트업 아우토반 코리아’를 마무리하며 여기에 참여한 15개 기업의 최종 개발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자리다. 이 행사에서는 파이퀀트뿐 아니라 고성능 무선 헤어기기를 개발하는 ‘망고슬래브’, 언리얼 엔진 기반으로 실시간 3차원(3D) 합성 기술을 개발하는 ‘LIVE K’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프로젝트의 결과를 소개하고, 국내외 기업 및 투자자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협업 기회를 찾았다.

제이디솔루션 또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협업해 차량에 탑재해 사용할 수 있는 독립 음장 모듈을 개발했다. 독립 음장이란 내비게이션 안내, 음악 소리 등 특정 음향을 필요한 좌석에 송출하는 기술이다. 제이디솔루션은 소리의 방향을 한곳으로 모으고, 깨끗한 소리를 더 멀리 보내는 지향성 음향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횡단보도나 터널같이 시끄러운 곳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이 보다 선명하게 들릴 수 있도록 제이디솔루션의 음향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제이디솔루션은 서울산업진흥원의 지원으로 기업설명회(IR)와 각종 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제영호 제이디솔루션 대표는 “IR를 통해 많은 기업에 제이디솔루션의 기술을 알리고 완성차 업체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며 “초지향성 음향 모듈의 성능을 강화하고 제조 원가를 크게 낮추는 등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상용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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